• [탄핵 후폭풍] ② 과거와 비교해 보니 | 과거에는 경제· 증시 충격 제한적 이번에는 수출·내수 모두 안 좋아

    입력 : 2024.12.24 1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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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두 차례 탄핵 국면(2004년 3월·2016년 12월 탄핵안 국회 가결)의 경우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단기적으로 키웠지만 경제 전체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우선 실물경제를 보면, 과거 탄핵 이슈 모두 소비 심리를 다소 위축시켰지만, 전체 성장률은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은 국회 탄핵안 가결 전후로 변동성이 확대된 뒤에는 전반적으로 달러화 흐름 등에 영향을 받았다. 탄핵 가결 여파로 민간 소비는 타격을 받았다. 2016년 2분기와 3분기 각각 3.4%였던 민간 소비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4분기에 절반 수준인 1.6%로 추락했다. 재화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지수도 2016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석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오히려 상승했다. 2016년 3분기 0.4%(전 분기 대비)였던 GDP 증가율은 4분기 0.8%에 이어 2017년 1분기 1.1%로 더 높아졌다. 민간 소비 부진에도 한국 경제가 흔들리지 않았던 배경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 호황 영향이 컸다. 2016년 4분기와 2017년 1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전 분기 대비)은 각각 5.6%, 6.0%에 달했다. 당시 PC,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D램 가격이 급등하면서 반도체 시장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해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는 중국 특수에 따른 수출 호조로 2016년에 비해서도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주가도 투자심리 악화와 함께 떨어졌다가 탄핵안 의결 이후 단기간 내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국고채금리(3년물)도 대체로 좁은 범위에서 등락했다.

    12월 4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은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2% 가까이 하락세를 보이며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 대비 11원 이상 오른 141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12월 4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은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2% 가까이 하락세를 보이며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도 전날 대비 11원 이상 오른 1410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6년 코스피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을 기점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탄핵안 발의 전날인 2016년 12월 2일엔 1970.61 까지 떨어졌으나 탄핵안이 의결된 같은달 9일엔 2.76% 오른 2024.69를 기록했다. 이후 일주일간 0.87% 오르며 상승세를 보였고,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온 이듬해 3월 10일에는 2097.35까지 3.59% 올랐다. 2004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3월12일 848.80에서 3월19일 883.33으로 일주일간 4.07% 올랐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단 정치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나면 주식시장은 탄핵 관련 이벤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펀더멘탈과 대외 여건에 따라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 대외 금융시장 환경은 트럼프 신정부 정책 리스크가 큰 상황으로, 정치 불확실성 해소가 외국인 수급을 강하게 유입시키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당시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했던 것과 달리 앞서에서 보듯 한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은 차이점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에 탄핵 정국까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로 급등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도 증가세가 뚜렷이 둔화하고 있다. 올 7월 13.5%였던 수출 증가율은 2024년 11월 1.4%로 급감했다. 내수는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재화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지수는 9월과 10월 2개월 연속 마이너스에 그쳤다.

    펀더멘털 차이 커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고용지표는 내수와 직결된 도·소매업과 건설업에서 고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고용지표가 경기 후행지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내수 부진이 고용시장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내수 부양을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새해 초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금리 인하가 치솟은 원·달러 환율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한은은 “주요 금융·경제 정책을 여·야·정협의하에 차질 없이 진행해 경제 시스템이 독립·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신뢰를 줄 경우 (경제에 미치는)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72호 (2024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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