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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Inside] 카드빚 갚은 것처럼 전산 조작한 은행원들 ‘조직통제 구멍’ NH농협은행 과태료 처분
입력 : 2021.05.24 11: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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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신용카드 결제 대금을 허위로 갚은 것처럼 전산을 조작한 뒤 추후 해당 금액을 마련해 카드값 문제를 해결한 NH농협은행 직원들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문제가 된 NH농협은행 직원들은 본인이나 가족 명의의 신용카드 대금 결제일에 상환 여력이 부족하자 결제 대금이 상환된 것처럼 전산을 조작했다. 이후 전산 조작 당일 카드 대출(현금 서비스) 한도가 복원되면 현금 서비스 등으로 마련한 자금을 이용해 허위로 상환한 금액을 채워 넣었다.
은행법(제34조의2)과 은행법 시행령(제20조의2)에 따르면 은행은 실제 자금을 수취하지 않고 입금 처리하는 행위 등 은행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편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이 2016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실제로 자금을 받지 않고 입금 처리한 횟수는 총 106건으로 금액은 3억7000만원에 달한다.
지난 5월 19일 금융위원회는 은행법을 위반한 농협은행 직원 5명에게 과태료 180만∼2500만원을 부과했다. 또 다른 직원 2명은 외환거래 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실제로 자금을 받지 않고 1600만원을 입금 처리해 역시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들의 위법 행위는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농협은행 종합검사에 적발돼 금융당국은 기관 제재도 병행해 농협은행에 과태료 5억8400만원을 부과했다.
업계에서는 은행 직원의 전산 조작행위라는 중대한 위반행위에 비해 금융위의 제재수위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월 17일 열린 금융위 의사록에서도 “금번 위반행위는 ‘금융기관의 건전한 운영을 위한 기본적 의무 위반’에 해당해 ‘위반결과’를 ‘중대’로 볼 수 있으나, 다른 한편 ‘당해 위반행위가 언론에 공표되어 당해 금융기관의 공신력을 실추’시키는 정도에는 이르지 아니하였고, ‘금융거래에 피해가 없는 경우’에 해당해 ‘위반결과’를 ‘경미’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위반결과’를 ‘보통’으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고 보고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 금융기관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았다는 점을 과태료 처분의 명분으로 삼은 셈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내막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건 자체는 중차대한 비위에 해당함에 비교해 처분은 솜방망이”라며 “추후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9호 (2021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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