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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Inside] SK이노베이션, LG화학에 합의금 5000억원?
입력 : 2020.02.25 11: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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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배터리 소송 예비결정이 나오면서 SK이노베이션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ITC는 SK 측의 증거 훼손 및 포렌식 명령 불이행 등을 인정해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렸다. 조기 패소 결정은 변론 등 절차 없이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으로, ITC의 조기 패소 결정이 최종 결정에서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SK 측이 LG와 합의하지 못한 채 최종 결정에서 패소가 확정되면 SK 측은 배터리 부품 등을 미국 내로 수입할 수 없게 돼 미국 내 배터리 생산이 불가능해진다.
때문에 열세에 놓인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약 3조원 가까이 투자한 미국 사업을 사수하려면 합의 외엔 달리 대안이 없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합의 조건이다. 업계에선 LG화학 측이 ITC 소송 제기 후 SK이노베이션 측에 무조건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2000억원 가량의 손해배상을 제시했다는 풍문도 있었다. 5000억원의 합의금 규모는 이를 바탕으로 할증을 한 것이란 분석.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소 제기 이후 SK 측에 어떠한 합의금 등 조건을 제시한 적도 없기 때문에 2000억원이란 금액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은 LG화학이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는 만큼 당시보다 높은 합의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가 등에선 합의금 규모가 총 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SK이노베이션이 5000억원 내외의 비용을 지불하고 특허를 구매해 합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관련 특허에 대한 구매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란 예상이다. 과거 유사 사례도 있다. LG화학은 2017년 중국 배터리 기업 ATL과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특허소송을 벌이며 ITC 제소까지 갔다. 결국 ATL로부터 미국에서 발생한 매출액의 3%를 매년 로열티로 받는 조건으로 분쟁을 조기 종결했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SK 측과 어떤 접촉도 없다. 주주 등 여러 이해당사자들도 있고, 소송비용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현 단계에서 합의 조건 운운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의 한 임원은 “숫자만 놓고 보면 SK가 2000억원으로 막을 일을 천문학적인 액수로 부풀린 격이 됐다. LG화학 입장에서도 현 상태가 계속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면서 “관련 정부부처가 나서고 그룹 최고위층이 만나서 협의를 이끌어 내는 수순으로 가야할 것”이라 내다봤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4호 (2020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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