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Inside] 펀드 환매중단 ‘라임사태’ 증권사·은행으로 확산... 투자자 원금손실 우려에 불완전판매 정황도

    입력 : 2020.01.29 11:11:58

  • 펀드에 투자한 고객들의 자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해 논란이 커지고 있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의 일부 펀드의 환매중단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돼 투자자들의 잠재적인 피해규모가 불어날 우려가 커졌다. 최근 라임자산운용은 ‘크레디트인슈어런스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에 펀드 환매를 중단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 1조5587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중단 이후 추가로 5000억원 규모의 펀드가 환매중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총 규모는 총 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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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금투와 ‘TRS’ 계약해 폰지사기에 투자

    개인투자자 원금 100% 손실까지 가능

    단순히 환매중단에 그치지 않고 원금손실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라임 측은 회수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원금손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손실률이 40~7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펀드는 증권사와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을 맺어 개인투자자들의 원금 전액을 날릴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라임운용은 대표적으로 최근 폰지사기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1호)의 경우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 효과를 노리고 신한금융투자와 TRS 계약을 맺었다.

    TRS는 운용사가 투자자들의 자금을 담보로 증권사에 돈을 빌린 뒤 이를 다시 펀드에 투자해 수익률을 배로 높이는 방식으로 청산 때는 증권사에게 빌린 돈부터 우선 상환하게 된다. TRS 계약을 통해 조달한 3600억원을 합쳐 모두 6000억원 규모로 조성된 라임의 무역금융펀드는 기초자산의 40%, 즉 2400억원가량이 폰지사기에 연루돼 회수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결국, 증권사에게 빌린 돈을 우선 상환하고 나면 사실상 투자자들에게 줄 돈이 한 푼도 남지 않게 될 수 있다.

    펀드의 운용·판매과정에서의 위법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2018년 11월에 폰지사기를 저지른 무역금융 전문 투자회사 IIG로부터 기초자산 손실을 통보받은 바 있다. 그러나 라임은 그 이후 1년여 동안 기존 투자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투자자를 지속적으로 모집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라임은 채권의 보유 한도 규정 등을 피하기 위해 다른 회사 명의로 매입하는 ‘파킹 거래’나 한 펀드에 손실이 날 경우 다른 펀드 자금으로 메우는 식의 ‘돌려막기’로 수익률을 조작해 여러 펀드를 운용해왔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책임운용역은 검찰 소환 전 도주 ‘지명수배’

    라임펀드 1조원 판매한 증권 지점장은 라이벌사로 이직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있다. 환매가 중단된 펀드를 모두 이종필 전 부사장이 이끄는 대체투자운용본부에서 운용해 왔다. 사태를 키운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15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고 도주해 지금까지 잠적 상태로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황이다.

    도주한 지 두 달여가 지났지만 그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캐나다 국적인 이 부사장이 이미 국내를 떠나 해외로 도피했을 것이란 이야기가 많다”며 “펀드의 채권회수가 진행되는 등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자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해당 펀드를 판매한 판매사들에 대해서도 책임논란이 불거졌다. 대신증권·우리은행·신한금융투자·KEB하나은행 등 대형 금융사들이 줄줄이 불완전판매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사모펀드 여부·손실률 등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가입했다”고 주장하며 법무법인을 통해 소송을 준비 중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특히 강남의 한 PB센터가 주목을 받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회사는 대신증권(1조1760억원 지난해 7월 말 기준)인데 이 중 1조원가량이 ‘대신증권 반포WM센터’를 통해 팔린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최근 환매가 중단된 펀드 1조6000억원 중에서는 1300억원가량이 이 한 지점에서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 한 관계자는 “해당 지점을 이끌던 A 센터장은 적극적으로 라임의 펀드를 세일즈해 실적을 올렸지만 지난해 문제가 불거지자 회사를 그만뒀다”라고 말했다. A 센터장은 현재 경쟁사로 이직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3호 (2020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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