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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직류 에너지 자립섬’ LS산전, 진도군 西거차도에 조성
입력 : 2019.09.30 14: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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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산전이 한국전력 전력연구원과 함께 전남 진도군 서거차도를 세계 최대 직류(DC·Direct Current) 아일랜드로 조성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서거차도 발전원과 배전망 100%를 직류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업은 지난 2016년 6월부터 직류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통해 서거차도 등 도서 지역의 고질적인 전력난을 해소하고자 추진됐다. 세계적으로도 초기 단계에 있는 직류 배전 분야의 핵심 기술을 선점하려는 목적도 있다.
LS산전은 서거차도에 기존의 디젤발전기를 대신해서 200㎾급 태양광, 100㎾급 풍력발전, 1.5MWh급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직류 전기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신재생에너지 전원(電源)을 구축했다. 직류배전망, 에너지 통합 운영 시스템, LED 가로등, 전기카트, 직류 디지털가전 등의 직류 생태계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직류를 교류(AC·Alternating Current) 전기로 변환할 때 발생하는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에너지효율은 약 10% 이상 향상됐다. 직류는 일정하게 한 방향으로 흐르는 전류이다. 직류는 그동안 변압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교류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전력반도체 기술 발달에 힘입어 직류 변압도 손쉽게 할 수 있게 됐다. 일정한 전압과 극성을 갖고 있는 직류 방식은 대용량 장거리 송전을 효율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전기차뿐만 아니라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도 직류배전 방식이 더욱 적합하다.
LS산전은 직류 전용 스마트 전력기기 등 관련 사업 핵심 역량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산업 확대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유럽, 중국, 동남아 등 글로벌 직류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선다.
LS산전 관계자는 “선제적인 투자로 직류 전용 기기부터 초고압직류송전(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의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 전환으로 확대되는 직류 시장에서 맞춤형 사업 모델을 개발해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LS산전은 전력솔루션과 자동화 분야 국내 1위 기업이다. 2018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4850억원을 달성했다. ‘Futuring Smart Energy(스마트에너지의 미래를 열어갑니다)’라는 미션에 따라 최고의 품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S산전은 초고압변압기 등 전력기기·전력 인프라뿐만 아니라 설비자동화·융합 비즈니스를 구현하는 동시에 HVDC, ESS, 태양광 등 미래 신사업으로 영역을 높여간다.
구자균 LS산전 회장은 2018~2019 지속가능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시장경쟁력을 강화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에 기반한 기술력을 강화하며, 자원의 효율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적 이익 추구뿐 아니라 사회와 환경을 함께 생각하는 지속가능경영을 통해 기업의 책임과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건강한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 여러분과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우리의 삶과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 스마트에너지의 미래를 열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00여 년이 지나고 나서 운명은 뒤바뀌고 있다. 교류에 밀려서 주목받지 못하던 직류가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다. 신재생에너지원과 분산전원, 에너지저장장치 등 DC 전원이 급속 증가한 데다 정보화 사회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면서 직류전원 소비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교류는 변압기라는 설비를 이용해 손쉽게 전압을 바꿔 먼 거리로 보낼 수 있지만 전력 전송 손실이 크다. 또한 지하 매설(지중화)로 인해 거리가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항상 일정한 전압과 극성을 가지는 직류 송전의 경우 전력손실이 적고, 지하 또는 해저 매설에 따른 거리 제한이 없다. 또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손쉽게 직류 전력망을 분리해 운영할 수 있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직류 송전의 핵심인 전력반도체 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서 직류 송전이 현실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LS산전은 이 블루오션에 뛰어들어 신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LS산전 부산사업장서 HVDC 밸브모듈 생산해
LS산전, 서거차도 세계 최대 직류 에너지 자립섬 조성
글로벌 시장 확대 나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화전산업단지에 위치한 LS산전 HVDC 부산사업장은 미래 전력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교두보이다. LS산전은 지난 2011년 총 1100억원을 투자해 부품 입고부터 성능검사, 조립, 시험, 시운전까지 가능한 HVDC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LS산전은 GE로부터 HVDC 관련 기술을 도입해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지난 2015년에는 연관 기술인 SVC(무효전력보상장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전력 송배전 시 손실되는 무효전력을 보충해 전력 운송의 안전성을 높이는 설비이다.
HVDC는 해저케이블 송전, 대용량 장거리 송전, 주파수가 상이한 교류 계통 연계 등에 쓰이는 차세대 전력 전송기술이다. 직류 방식으로 300㎞가 넘는 대용량 장거리 송전을 효율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력소비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해서 대용량 전력을 멀리 송전하려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일본 최대 IT 기업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과 청와대에서 만나 재확인한 동북아슈퍼그리드 비전에도 HVDC가 핵심 기술로 적용된다. 동북아슈퍼그리드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러시아, 중국, 몽골, 한국, 일본 등 국가 간 전력거래로 연결하는 광역 전력망이다. HVDC 관련 시장은 2020년 730억달러에 이어 2030년에는 143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S산전 부산사업장에서는 가로 3m·세로 2m 사각형 형태의 HVDC 밸브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직원들이 2인 1조로 프레임에다가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전선과 부품을 조립해 일주일동안 만들어 검사까지 진행한다. 최근에 만든 제품은 북당진에서 고덕까지 2단계 500kV 육상 케이블 설치 프로젝트의 변환소(변전소)에 들어갔다. HVDC 밸브모듈에는 직류·교류전환 장치, 전압을 컨트롤하는 부품, 열을 식혀주는 시스템 등이 들어간다.
이 중에 HVDC의 심장과도 같은 핵심 부품은 교류를 직류로, 직류를 교류로 바꿔주는 사이리스터 밸브(Thyristor Valve)이다. 수백 kV 직류 전압을 연결하는 시스템이기에 최첨단 설계기술을 갖춰야 하고, 30년 이상 수명까지 보장해야 한다. 홍재웅 LS산전 부산사업장 공장장은 “GE에서 기술을 도입해 HVDC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대용량 설비에도 자신감이 생겼고 동남아시아 등 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LS산전, 유럽서 직류 솔루션 리딩기업으로 호평
LS산전은 유럽에서 직류 솔루션을 구현하는 선도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LS산전은 지난 4월 세계 최대 산업전시회인 ‘하노버메세 2019 (Hannover Messe 2019)’에서 글로벌 수준의 전력, 자동화 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한 스마트에너지 솔루션을 공개했다. 전시 주제는 ‘Integrated Smart Solution in AC & DC’이다. LS산전은 ▲스마트 직류(DC) 솔루션 ▲스마트 교류(AC) 솔루션 ▲에너지저장장치 솔루션 등 3개 테마를 중심으로 글로벌 고객들이 직접 LS산전 솔루션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관을 구성했다. 특히 LS산전의 대표적인 에너지 프로젝트인 서거차도 DC아일랜드에 적용된 솔루션을 가상현실(VR) 게임을 통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직류 전용 전력기기인 DC 1500V 배선용차단기(MCCB), DC 1000V와 1500V급 Relay, DC 1500V 4000A급 개폐기 등도 공개했다.
특히 DC 1500V 4000A 개폐기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입어 관심을 모으는 글로벌 대용량 직류 전력기기 시장 대응 제품으로서 현지 고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아울러 지난해 인수한 LS Energy Solutions와 함께 산업용 ESS 시장 공략을 위한 차세대 ESS용 PCS(전력변환장치·Power Conditioning System) 제품도 내놨다.
LS산전은 전력변환 핵심 부품인 PEBB(펩·Power Electronic Building Block)을 용량 단위로 모듈화해 스마트 독립 운전이 가능한 Modular Scalable PCS를 선보이고, 유럽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글로벌 직류 솔루션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LS산전 관계자는 “세계 최대 직류 기반 에너지 자립섬 프로젝트와 직류 전용 솔루션을 통해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각인시켰다”며 “하노버메세에 꾸준히 참가해온 만큼 기존 전력과 자동화 사업은 물론 스마트에너지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한국 대표기업으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LS산전은 지난 5월 이탈리아 파르마에서 열린 ‘제9회 이탈리아 파르마 국제 자동화 시스템 박람회(SPS IPC Drives Italy 2019)’에도 참가해 자동화와 전력기기 신제품을 대거 공개하기도 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스마트 전력시장 공략
LS산전 하노버메세 2019 참가
LS산전은 직류와 교류 등 차세대 전력 솔루션을 앞세워 일본 스마트 전력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월 말~3월 초 일본 도쿄 빅사이트(Big Sight)에서 열린 ‘PV System EXPO 2019’에 ‘신재생발전 시스템 (Total Solution Provider)’을 주제로 에너지 분야 통합솔루션 역량을 선보인 바 있다. PV System Expo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에너지 전시회로 약 30개국 1600여 개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이 참가했다. 구자균 회장도 직접 전시회를 참관하면서 에너지 기술 진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미래 경영전략 방향을 고심했다. LS산전은 하나미즈키메가솔라발전소 구축을 기반으로 일본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넘어 차세대 송변전 사업 등으로의 시장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LS산전 관계자는 “글로벌 신재생발전 시장은 매년 그 규모가 증가하고 있으며, 태양광의 경우 가깝게는 향후 2년간 2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LS산전의 신재생발전 솔루션 사업 능력을 적극 알리는 것은 물론, 독보적인 스마트에너지 분야 기술 역량을 앞세워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시장으로 꼽히는 일본 공략과 더불어 잠재적인 글로벌 고객까지 확보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LS산전은 지난 7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2019 한국-베트남 스마트 전력에너지전(KOSEF 2019)’에도 참가해 스마트 전력통합 솔루션 제품과 기술을 공개했다. 이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수출국가 다변화에 나선다.
LS산전은 국내 기업의 베트남 진출 1세대로 지난 1997년 LSIS-VINA를 설립했다. 연구개발과 브랜드 인지도 확보 등 현지화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면서 지난 2013년 30% 중반대의 점유율을 최근 약 5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LS산전은 베트남 화력발전소 구축 사업 수주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현지에서 쌓아온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력을 앞세워 인도네시아와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높은 경제성장률과 전력소비 확대로 전력 인프라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주요 국가를 본격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LS산전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전력 기술과 신재생발전 솔루션을 앞세워 글로벌 메이커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베트남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각인시킬 것” 이라며 “베트남 저압 전력기기 점유율 독보적 1위를 교두보로 동남아 전력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계만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9호 (2019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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