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인 가족 시대를 위한 맞춤형 상품 러시

    입력 : 2015.02.06 16: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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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시절부터 자취를 해 혼자 사는데 이골이 난 30대 남성 A씨는 반조리 식품 코너 애용자다. 20대 때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밖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곤 했지만 일을 시작하면서 뭔가 집에서 챙겨먹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기 시작한 A씨. 그러나 일일이 식재료를 구입해 해먹기엔 부담이다. 그래서 A씨가 자주 애용하는 것은 꺼내서 데우거나 볶거나 끓이기만 하면 되는 반조리 식품이다. 소셜커머스에서 파는 데우기만 하면 되는 떡볶이, 마트에서 파는 레토르트 타입의 된장찌개, 랩을 씌워 전자레인지에 3분만 돌리면 그럴듯하게 나오는 필라프까지. A씨는 “기존 제품들에 비해 맛도 좋고 간편하다”고 말한다. # 직장이 삼성동에 있는 30대 골드미스 B씨는 퇴근 때마다 저녁 식사가 걱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백화점 지하 식품관을 자주 이용한다. 지난해 12월 현대백화점이 새롭게 리뉴얼해 오픈한 식품관 지하에는 연어가스를 바로 바로 만들어주는 코너가 생겼고, 청담동과 서래마을 맛집이 테이크아웃 전용매장으로 들어와 있어 사 들고 가서 근처에 사는 조카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에도 부담이 없다.



    1인 또는 2인 가구의 시대가 도래했다. 굳이 결혼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맞벌이 딩크(Double Income No Kids)족들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1~2인 가구가 아니더라도 맞벌이가 대세가 되면서 라이프스타일은 1~2인 가구와 비슷해졌다.

    이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바로 ‘한 끼’를 해결하는 것이다. 점심은 보통 직장에서 해결한다고 하지만, 아침이나 저녁은 보통 일이 아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해 무언가를 만들어 먹는 일은 고역이고, 출근준비 하기도 버거워 아침은 포기하기 일쑤다. 그렇다고 ‘한 끼’를 매번 소홀히 넘기는 건 ‘나를 위한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요즘 세대의 사람들과는 맞지 않는 일이다. 발 빠른 업계가 이 같은 이들의 고민을 놓칠 리 없다. 몸은 피곤하고 시간은 없지만, 지갑을 열 준비는 돼 있는 20~40대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냈다.

     
    현대백화점 무역점 식품 코너
    현대백화점 무역점 식품 코너
    백화점 식품 코너의 변신… 식재료 줄이고 조리식품 늘리고 삼성동은 주택가는 별로 없지만 사무실이 많은 곳이다. 이 때문에 퇴근길에 현대백화점에 들러 뭔가 사가는 사람으로 지하1층 식당가는 항상 북적인다. 이 점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팀은 간파했다. 두 달씩이나 지하 식품관 문을 닫고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단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백화점 식품관은 조금 고급스러운 ‘슈퍼’ 정도의 의미였지만, 이런 패러다임 자체를 바꿨다. 식재료를 파는 코너는 대폭 줄이고, 즉석에서 조리해주고 이를 바로 테이크아웃할 수 있는 식품 비중을 확 늘린 것이다. 일단 청담동과 서래마을 등지에서 인기있는 식당들을 ‘테이크아웃’ 델리로 영입했다. 최근 정치권 인사들이 집결했다고 해 유명세를 탄 JS가든, 서래마을서 인기가 좋았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상의 즐거움’, 가정식 일식 콘셉트의 ‘야마야’ 등이다. 직접 화덕을 놓고 피자를 구워 테이크아웃할 수 있게 하고, 베이징덕을 예쁘게 포장해주는 광경은 다소 낯설지만 저녁 한 끼를 걱정하던 사람들에겐 희소식이다. 연어편집숍에서 바로바로 튀겨주는 연어순살가스는 맞벌이 엄마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주택가가 밀집한 곳인데도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스타슈퍼는 이미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놓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이곳은 식재료 판매도 물론 하지만 여러 테이크아웃 전용 브랜드들을 입점시키고 있다. 간단한 샐러드는 물론 즉석에서 말아주는 김밥,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잘 포장된 일본식 벤또 등도 인기다.

    푸드코트가 슈퍼 바로 옆에 붙어 있어, 가지고 가서 먹기도 좋다. 푸드코트에도 소위 ‘브랜드 있는’ 식당들을 많이 입점시켜 한 끼를 푸드코트에서 때우더라도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게 한 것도 특징. 돈가스 전문점인 ‘이오까스’나 ‘칠보냉면’ 등이 대표적이다.



    인터넷서 1~2인 가구 겨냥 물건 대거 쏟아져 인터넷은 이들 1~2인 가구에 더없이 좋은 쇼핑 플레이스다. 반조리 식품을 구매하기 좋다. 업체들은 하루 이틀 안에 꼭 택배를 받아볼 수 있게 하고, 드라이아이스나 얼음 등을 가득 채워 선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소셜커머스는 이 같은 반조리 식품의 성지 격이다. 작년부터 티켓몬스터서 인기를 끈 ‘무꼬뭐꼬 떡볶이’는 60만 개 이상이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다. 떡과 소스가 함께 동봉돼 있기 때문에 꺼내서 바로 프라이팬에 놓고 5분 정도만 조리하면 된다. 귀찮은 걸 딱 질색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부담이 없는 아이템이다. 재작년에 인기가 많았던 ‘쟌슨빌소시지’도 최근 부대찌개 제품과 볶음밥 등을 더 활발히 팔고 있다. 부대찌개는 집에서 해먹으려면 손이 많이 가지만 업체들이 판매하는 이런 ‘부대찌개 세트’는 끓이기만 하면 되는 방식으로 만들어놨기 때문에 간단하다.

    기호에 따라 햄 몇 가지 정도 더 넣어 먹으면 되는 정도다. 이 밖에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을 수 있는 어묵바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티켓몬스터 측은 “2012년만 해도 일부 상품에 한정됐던 반조리 가공식품의 인기가 2014년 와서는 전반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특히 무꼬뭐꼬 떡볶이는 2014년 12월까지 61만 개가 팔리며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등극했고, 이 밖에도 한우불고기, 부대찌개, 군산오징어볶음 등 간단하게 조리만 하면 되는 반조리 식품들이 모두 순위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용산점
    이마트 용산점
    마트도 자체 상품 출시 통해 가구 트렌드 반영 1~2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트렌드는 대형마트까지 움직이게 했다. 이마트가 싱글족과 맞벌이 부부를 주 대상으로 간편가정식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09년부터 이들의 소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09년 간편가정식 소비는 2008년에 비해 55%가 늘어났으며, 대형 마트들의 실적 악화 속에서도 작년까지 두 자릿수 신장률을 기록해왔다.

    이마트가 간편가정식 부서를 임원급으로 격상시키고 해당 상품을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마트의 ‘피코크(Peacock)’ 브랜드를 론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마트 측은 “과거 간편가정식이 신선식품 담당 내 즉석조리팀서 김밥이나 치킨, 튀김 등을 판매하는 수준이었다면 2세대는 간편가정식은 아예 채널(마트)에서 자체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이라면서 “이제 이를 넘어 간편가정식도 맛집과 제휴하는 단계로 들어섰는데 집에서 조리하는 비용보다는 약간 더 비싸지만 외식 분위기를 낼 수 있고 품이 덜 들어 소비자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피코크에서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같은 기본 메뉴는 물론 소고기 뭇국, 순댓국, 추어탕, 장터국밥, 닭근위(닭똥집) 볶음, 돼지껍데기 볶음 등을 판매하고 있다.



    과일 정기배송 서비스까지… ‘귀차니즘’ 시달리는 싱글족에게 인기 아무리 귀찮다고 해도 사람들이 꼭 챙겨먹는 게 있다면 과일이다. 과일은 건강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있고, 다른 식재료에 비해 손질하는 데 큰 힘이 안 들기 때문에 혼자 사는 자취생이나 싱글족 사이에서도 인기 있는 아이템이다. 이 같은 특성을 파악한 과일 브랜드 ‘돌(Dole)’은 아예 신문이나 우유를 배달하듯 과일을 배송해주는 ‘돌리버리’ 서비스를 론칭했다. 브랜드명인 돌(Dole)과 배달을 뜻하는 ‘딜리버리’의 합성어다. ‘돌리버리’는 인터넷에서 취향에 맞게 과일을 고르고 날짜를 지정하면 패키지로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인데 ‘브랜드 과일’에 대한 수요가 2030세대의 웰빙 트렌드, 바쁜 일상과 맞아떨어져 반응이 좋다. 스마트폰이나 PC, 태블릿 등 어떤 기기에서도 간편하게 배송예약이 가능하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경우 돌리버리 전문기사가 주문 다음날 직접 과일을 배송해주기도 하고, 배송일을 지정하면 밤 10시에서 아침 7시 사이에 가져다준다. 정기배송 패키지는 따로 마련돼 있는데 1~2인용은 2만2000원에 바나나 1팩, 파인애플 1개, 망고2개, 자몽 1개, 오렌지 2개 등으로 구성돼 1~2주간을 두고 넉넉하게 먹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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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전문점은 아침식사 시장에 올인 한편 바쁜 직장인을 위한 아침식사 시장도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을 기반으로 성장 추세다. 스타벅스코리아와 커피빈코리아에서는 커피와 잘 어울리는 베이글 등을 판매하던 전략에서 더 나아가 아침 메뉴와 커피를 같이 주문하면 할인을 해주고, 메뉴 포트폴리오도 확장했다.

    특히 스타벅스코리아의 경우 기존에 비해 다양한 핫 샌드위치나 콜드 샌드위치, 부리토 등을 선보이고 있고 요거트와 그래놀라, 바나나 등으로 범주를 넓혔다. 한국맥도날드의 모닝세트 메뉴는 이미 업계의 유명한 성공 사례다.

    ‘맥모닝’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론칭하고, 오전 시간대에는 모닝 메뉴만 판매, 집중하는 전략을 폈는데, 의외로 이 전략은 잘 맞아떨어졌다. 아침시간대에는 햄버거가 조금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계란이나 햄이 들어간 가벼운 식사와 콜라 대신 커피를 제공하는 방식이 통한 것이다.

    또 맥도날드의 경우 차에서 내리지 않고 바로 주문해 음식을 받는 ‘드라이브스루’ 서비스 매장이 많아 아침에 자차로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맥도날드의 성공을 본 버거킹코리아도 아침 메뉴 강화에 나서고 있다.

    [박인혜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3호(2015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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