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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위협하는 벌꿀아이스크림…‘SOFTREE’ 의 매력
입력 : 2014.05.16 14: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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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리를 개발한 임현석 엔유피알 대표(왼쪽)와 국창목 소프트리 백화점 담당 대표
트렌드를 이끄는 주인공은 유기농아이스크림을 앞세워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소프트리(SOFTREE)다. 백화점, 가로수길, 한남동 꼼데가르송길, 홍대 등 북적이는 거리마다 기다랗게 늘어선 줄의 시작은 어김없이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소프트리 매장이다.
“유기농우유를 재료로 내 아이에게도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는 아이스크림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콘셉트 고안에 있어서는 현재 30대 이상이 어릴 적에 먹던 식품들을 모티브로, 추억과 재미를 주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물론 맛은 기본이지요.”
‘Soft’와 ‘Tree’의 합성어로 ‘부드러운 소프트 아이스크림 위 나뭇가지의 많은 잎처럼 다양한 토핑을 더한다’라는 독특한 콘셉트와 세련된 디자인을 보고 얼핏 소프트리를 해외 브랜드라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소프트리는 순수 ‘메이드 인 코리아’다. 공간디자인 분야 스페셜리스트 임현석 엔유피알 대표와 다년간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해온 국창복 스피치오 대표가 손을 잡고 만든 토종브랜드다.
“지금 30~40대가 유년시절 꿀빵과 함께 먹던 우유향 가득한 소프트아이스크림은 최고의 호사였습니다. 그러나 불량식품 이미지가 강했던 것도 사실이죠. 신선한 원료를 사용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내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디저트메뉴로서 실상 새로울 것 없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내재된 아날로그 감성을 이끌어내고 신선한 목장우유를 원료로 사용해 웰빙 이미지를 부각시키리라는 임 대표의 구상은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1호점을 시작으로 소프트리는 두 달도 안되는 시점에 롯데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백화점 3사의 주요 점포에 들어섰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린 겨울철에도 오픈 전부터 줄이 늘어서 오후 2시 이전에 Sold-Out 간판을 걸어야 하는 날이 다반사였다. 임 대표가 각각의 스토리를 담아 개발한 30개 이상의 메뉴들 중 최고의 역작은 하얀 소프트 아이스크림 위에 자연산 벌집이 통째로 올라가 있는 ‘허니칩’이다. “지금은 여러 메뉴들이 사랑받고 있지만 초창기 소프트리 매출의 90% 이상은 허니칩에서 나왔을 정도였습니다. 벌집 아이스크림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유사브랜드가 비슷한 메뉴를 출시하면서 벌집수급이 어려웠을 정도니까요.”
벌집을 얹어 단맛을 극대화한 아이스크림은 ‘다이어트의 적’으로 비칠 수 있음에도 어린 시절 향수를 간직한 30대 이상은 물론이고 칼로리와 건강에 민감한 20대 여성들의 선풍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우윳빛 아이스크림에 벌집을 얹어 한 숟가락 베어 물면 입안 그득 달달한 벌꿀향이 퍼진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운 맛은 벌집의 달콤함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출시 1년 만에 전국 20개 넘는 매장이 들어선 소프트리는 점포당 월 평균 8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고가의 제조장비와 디자인에 공을 들인 브랜드 특성상 창업에 평균 1억원이 넘는 만만치 않는 비용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가맹점을 열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감사하게도 가맹문의를 많이들 주시는데 철저하게 입지조사와 상권분석 후에 본사와 가맹점이 모두 웃을 수 있을 경우에만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창업컨설팅 업체들이 편법으로 소프트리 가맹점을 모집해 계약을 의뢰하기도 하는데 여러 가지 문제로 본사차원에서 이러한 경우 허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좋은 일에는 반드시 마가 낀다고 했던가. 벌집 아이스크림이 인기를 끌자 여기저기서 소프트리를 베낀 유사브랜드가 등장했다. 아이스크림에 벌집을 얹은 상품뿐 아니라 아예 내놓고 이름까지 비슷하게 내건 업체가 10곳을 넘어섰다. 이러한 유사브랜드는 블로그 마케팅 등을 통해 ‘소프트리가 일본의 모 브랜드를 모방했다’라는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디스전도 불사하고 있다.
“제품을 내놓은 지 1년도 안돼 모방 제품이 이렇게 넘쳐날 줄 몰랐습니다. 미투 브랜드들은 콘셉트보다는 메뉴가 인기를 끌자 생겨나는 듯합니다. 현재 브랜드 이름과 메뉴, 디자인 등에 대한 특허를 출원 중이며 유사 제품을 만든 업체를 대상으로 법적 조치도 검토 중입니다.”
한편 점포에 몰려든 인파로 때때로 인접 상가에 본의 아닌 피해를 주기도 하며 긴 대기시간 때문에 손님들이 애교 섞인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도 생겼다.
“창업 초기에 인접점포에서 긴 줄이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민원도 있었지만 지금은 덕분에 상권이 발전하고 인접상점 매출에 도움도 된다며 감사인사도 종종 받고 있습니다. 소프트리는 문방구와 슈퍼마켓을 공간 디자인의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볼거리와 자유로움, 이에 따르는 불편함 역시 익숙함과 친숙함으로 바뀌리라 조심스럽게 바랍니다.”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4호(2014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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