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방가전도 초고가 프리미엄 시대

    입력 : 2014.02.07 14: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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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진 자에겐 완벽한 선물,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겐 뚜렷한 목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소비자 가전쇼 ‘CES 2014’에서 프리미엄 주방가전 라인업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장이 열렸다.

    그동안 국내 프리미엄 주방가전은 일부 수입 가전사들을 위주로 한 제한적인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요리 전문가들이 설계한 기능성을 갖춘 냉장고를 살 것이냐, 가구와 조화를 이루는 오븐을 고를 것이냐 아니면 전통의 유럽 브랜드를 고를 것이냐는 온전히 소비자 몫이다.

    가격은 당연히 비싸다. 어떤 제품들은 기존 가전제품 가격의 두 배가 넘는다. 그래서 더욱 프리미엄 주방가전의 정체성이 분명해졌다. 소유한 자들에게는 완벽한 선물이지만 소유하지 못한 자들에게는 뚜렷한 목표가 생겨버린 것. 럭셔리 카를 바라보는 시선과 다를 바가 없다.

    밀레 냉장고
    밀레 냉장고
    요리사와 손잡고 기능성 앞세운 삼성 ‘셰프 컬렉션’ 삼성전자가 내놓은 프리미엄 가전 ‘셰프 컬렉션’은 미국 시장에서 빌트인 주방 가전용으로 첫 선을 보였다. 지난달 선보인 이 제품군은 냉장고·식기세척기·오븐·전자레인지 등 총 4개 제품으로 구성됐다. 상품 기획단계부터 전문 셰프들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게 특징. 냉장고를 예로 들면 셰프들이 육류나 생선들을 요리할 때 양념에 재워 냉장 보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절인 상태의 식재료를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트레이와 냉장구역을 따로 만들어 놓은 식이다. 크기도 세계최대 용량으로 34큐픽피트(한국에선 약 1000ℓ)다.

    셰프 컬렉션 오븐은 셰프들이 사용하는 전문가용 오븐처럼 구역마다 온도를 다르게 유지·조절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일반 가정에서 쓰는 오븐의 경우 온도가 동일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음식에 따라 어떤 음식은 탈 정도로 과하게 조리된다. 하지만 오븐의 칸마다 온도를 다르게 조절할 수 있다면 이러한 문제는 사라진다. 조리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제품 외관 또한 플래티넘 브러시 스테인리스(Platinum Brushed Stainless)로 만들어 쉽게 질리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손상이 없도록 했다. 일반 스틸이나 스테인리스 제품들은 사용하다보면 표면에 잔손상이 가게 마련인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재를 바꾼 것이다.

    삼성전자는 일단 미국 시장에서 ‘셰프 컬렉션’을 먼저 선보이고 상반기 중 국내 시장에도 냉장고부터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프리미엄 제품인 만큼 가격은 기존 가전제품 가격보다 훨씬 비싸질 전망이다. 일단 미국 현지에서 출시되는 셰프 컬렉션 냉장고 가격이 약 6000~7000달러, 식기세척기 1600~1700달러, 풀오븐 3000달러대로 셰프 컬렉션 4종을 모두 구입하게 되면 최소 1만달러 수준이다. 따라서 국내에 셰프 컬렉션 냉장고가 비슷한 가격대로 출시된다 해도 700만~800만원대를 호가할 전망이다. 현재 시중에 출시된 최고 사양의 삼성 지펠 냉장고가 450만~500만원대임을 감안하면 셰프 컬렉션 냉장고는 초고가인 셈이다.

    (위)삼성전자 셰프 컬렉션 냉장고, (아래)삼성전자 셰프 컬렉션 오븐레인지
    (위)삼성전자 셰프 컬렉션 냉장고, (아래)삼성전자 셰프 컬렉션 오븐레인지
    디자이너와 손잡고 가구를 생각한 LG ‘LG스튜디오’ 삼성이 셰프와 손잡고 기능성을 강조한 주방가전을 선보였다면 LG는 디자인에 방점을 찍었다. 프리미엄 주방가전을 고르는 소비자들에게는 가전제품의 기능뿐만 아니라 다른 가구와의 조화도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가전을 가구의 입장에서 접근한 LG전자의 프리미엄 주방패키지 ‘LG 스튜디오(STUDIO)’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처음 출시돼 호평을 받고 있다. 냉장고, 쿡탑, 레인지오븐,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주방가전을 프리미엄화해 빌트인 브랜드로 묶어 출시한 것. 미국에서 판매되는 ‘LG 스튜디오’ 시리즈는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가전을 추가하거나 뺄 수 있다. 하지만 빌트인 냉장고, 오븐, 식기세척기 등 주요 제품군만 패키지로 구매해도 가전 가격만 최고 2만달러(약 2200만원)에 달한다.

    LG전자는 미국 프리미엄 주방가전 시장 공략을 위해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네이트 버커스(Nate Berkus)’와 손잡았다. 지난달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4에서 LG전자의 프리미엄 주방패키지가 공개될 때 행사장에는 디자이너 버커스가 깜짝 출연해 앞으로 자신의 협력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버커스는 사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는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그는 지난 2002년부터 미국 최고 토크쇼인 ‘오프라 윈프리 쇼(The Oprah Winfrey Show)’에서 실내 인테리어 전문가로 고정 출연해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집 개조 프로그램인 미국 NBC방송사의 ‘아메리칸 드림 빌더(American Dream Builder)’ 진행을 맡고 지난 2005년에는 인테리어 책으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로 선정됐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이에 따라 앞으로 LG전자의 프리미엄 주방가전도 인테리어의 조화를 이루는 가전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가전 수요가 큰 미국 캘리포니아·텍사스·유타·네바다주 등의 가전 유통매장에 입점해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부산 센텀, 분당 서현 등 고급 주방가전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빌트인 가전 전문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가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2013 삼성전자 생활가전 부스에서 요리사들이 삼성전자 주방가전을 이용해 만든 요리를 관람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가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2013 삼성전자 생활가전 부스에서 요리사들이 삼성전자 주방가전을 이용해 만든 요리를 관람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브랜드가치 최우선이라면 獨가전 밀레 글로벌 프리미엄 주방가전 시장에서 전통의 강자는 독일 ‘밀레’다. 밀레는 특히 지난 연말 국내에 고가 냉장고 라인을 선보이면서 국내 가전사들과의 프리미엄 가전 경쟁을 촉발시켰다.

    밀레가 지난달 출시한 제품은 냉장고(391ℓ)와 냉동고(261ℓ)가 별도로 떨어진 제품이다. 각각 구매도 가능하고 두 제품을 모두 사서 양문형 타입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냉장고와 냉동고 가격이 각각 398만원과 428만원으로 두 제품을 모두 구매하면 가격이 80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유럽 프리미엄가전은 전력이 많이 들 것이라는 불안감도 없애줬다. 이 제품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획득해 최소화된 전력 소비량으로 많은 양의 식품을 완벽하게 보관할 수 있기 때문. 환경 유해물질인 염화불화탄소(CFC)와 수소불화탄소(HFC)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 제품이기도 하다.

    또 용도와 특성에 맞춘 냉각방식을 각각 적용해 음식물의 신선도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보관시켜 준다. 냉장고 전체 공간이 같은 온도로 유지되길 원할 때에는 ‘다이내믹 쿨링’ 기능을 이용해 냉장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냉동고는 -28℃~ -14℃의 온도로 조절이 가능하다. 특히 외부 냉기를 순환시켜 냉각하는 ‘노 프로스트(No Frost)’ 방식을 채택해 성에와 얼음 발생을 최소화하고, 자동으로 제거해 준다. 밀레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타워팰리스와 갤러리아포레 등 고가 주상복합아파트에 빌트인으로 들어가 유럽 프리미엄 가전의 명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지난 연말부터 일반 소매고객용 냉장고를 출시하면서 새로운 고객층을 노리고 있는 것. 사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냉장고만 해도 삼성·LG의 초고가 라인이 400만~500만원대다. 하지만 미국계 프리미엄 가전제품 서브제로, 바이킹 등 냉장고 한 대 가격이 2000만~3000만원을 호가한다.

    따라서 그 중간층인 800만원대 냉장고를 내놔도 충분히 시장에 먹힐 것이라는 계산이다.

    실제로 밀레는 브랜드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고객들이 즐겨 찾는다. 최근 국내에서 출시된 최신형 냉장고가 900ℓ를 넘어서는 대형임을 감안하면 이번에 출시된 밀레 냉장고는 700ℓ에도 미치지 못하는 용량이지만 인기는 꾸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예경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1호(2014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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