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미식축구 결승전 초당 트윗 10000건…슈퍼볼? 소셜볼!

    입력 : 2012.03.23 1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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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시간으로 2월 6일 오전에 미국 프로미식추구 결승전인 슈퍼볼(Super Bowl)이 열렸다. 종료 1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극적인 터치다운으로 승부가 갈렸다. 경기가 끝난 직후부터 올해의 슈퍼볼을 ‘소셜볼(Social Bowl)’이라고 부르는 것이 눈에 띄었다. 경기 종료 3분을 남기고 1초당 발생한 트윗의 수가 평균으로 무려 1만건에 이른다고 한다. 최고점을 찍을 때는 1만2000건을 훌쩍 넘었다. 이전까지 스포츠 경기에서의 기록은 지난해 7월 일본과 미국의 여자 축구 월드컵 결승전 승부차기를 할 때 기록한 7000여건이라고 한다. 작년 슈퍼볼 때 초당 트윗이 4000건이었다고 하니 2배 이상으로 활발히 트위터 활동을 한 셈이다. 2000년엔 닷컴볼이었다 특정 해의 슈퍼볼을 별명과 같은 것을 붙여서 부르는 경우가 12년 전인 2000년에 있었다. 광고계에 종사한 이래 직접 미국 땅에서 슈퍼볼의 열기를 느끼면서 자료를 수집했던 최초의 슈퍼볼이었다. 그 해의 슈퍼볼을 ‘닷컴볼(Dotcom Bowl)’이라고 했다. 닷컴볼은 인터넷 붐에 힘입어, 자본 모집에 성공했던 많은 닷컴(.com)을 기업 이름에 붙인 인터넷 기업들이 대거 슈퍼볼 광고에 뛰어들면서 그렇게 이름 지어졌다. 그렇지만 슈퍼볼 직후에 소위 ‛닷컴 버블‘이라는 온라인 경제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참여한 닷컴 기업들의 반 수 이상이 슈퍼볼에 위세당당하게 광고를 방영한 후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닷컴볼 이후 별칭으로 슈퍼볼을 부르기는 처음이다. 물론 광고를 경기보다 더 즐겨본다고 ‘광고볼(Advertising Bowl)’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이는 광고계에 한정된 얘기이다. 비슷하게 광고와 그에 따른 프로모션으로 ’브랜드볼(Brand Bowl)’이라고도 부르고, 실제 그런 이름의 슈퍼볼 광고평가를 하는 곳도 있지만, 이 역시 마케팅 업계에서만 통용되는 표현이다.

    이에 비하여 소셜볼이란 명칭은 벌써 거의 일반명사처럼 되어 여러 매체에 등장했고, 비공식적으로 2012년 슈퍼볼의 별칭으로 역사에 남을 것 같다. 그러나 단순히 경기 중에 늘어난 트윗의 숫자만을 가지고 이번 슈퍼볼을 소셜볼이라고 하기는 좀 미흡하다. 마케팅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는 입장에서는 소셜볼이 된 연유와 트렌드를 면밀히 살피고, 어떻게 자신의 비즈니스에 적용할 것인지 의미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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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과의 만남 요즘 모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IMF 구제금융 시절 곧 김대중 정부 초기에 금융계와 대그룹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분의 당시 회고기를 흥미롭게 읽고 있다. 그런 종류의 회고록이 그렇듯이 몰랐던 내용을 알게 되는 것도 있고, 알고 있던 것이라도 관련된 인물들 내부의 갈등과 뒷얘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동시대 인물의 회고록은 자신은 그때 무엇을 하고 있었나 되짚어 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필자는 1998년 초중반엔 주로 두 가지 일을 하느라 바빴다. 하나는 그 전 해, 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1995년부터 시작했던 삼성의 해외 브랜드 전략을 그룹 전체에 실행할 수 있게 정리하는 것이었다.

    둘째는 컨설팅 프로젝트를 만들려 기웃거리고 혹시 된다 싶으면 제안서를 써서 팔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워낙 그 시절이 바로 돈을 벌어야만 해서, 원래 지원조직이었던 ‘연구소’까지도 실적부서로 바뀌었었다. 원래부터 해오던 삼성 브랜드 관련한 일과 안 되는 돈벌이하러 바빴던 필자에게 갑자기 새로운 일거리가 안겨졌다. 그 해 초부터 전자업계를 중심으로 어떤 단어 하나가 서서히 트렌드의 핵심어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감지하고 있었다. 전자업종의 ‘변곡점’이 된다는 얘기가 들려와서, 변곡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를 가지고 한참 토의하기도 했다. 그 단어가 바로 ‘디지털(Digital)’이었다. 처음 광야의 불씨 하나처럼 시작된 디지털이란 화두는 서서히 그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고, 1998년 후반에 접어들면서 디지털로의 전화(轉化)를 가장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방법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다. 디지털과 직접 연계한 슬로건 제정이라는 과제가 정해졌다. 나름대로 본격적으로 디지털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마케팅 영역에 불을 댕기다 디지털은 세 가지 측면에서 정의하고 활용할 수 있다.

    첫째, 신호를 보내거나 표현하는 방식으로 연속된 물리량을 표현하는 아날로그와 대비되어 0과 1이라는 숫자로 불연속인 상태의 디지털이 있다. 디지털의 근원적인 출발점을 얘기한다. 이로부터 둘째와 셋째가 파생된다.

    둘째로 기존의 매체와 구분된 매체로서 디지털을 생각할 수 있다. 신문, 잡지, 전통TV와 같이 일정한 양을 주어진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가 선택할 수 있고, 가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을 우리는 디지털 매체라고 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디지털 매체의 대표로서 인식되었다.

    셋째, 도구(Device)로서 디지털제품들이 나왔다. 주로 기존 전자 제품과 대비되어 디지털 원리와 기술을 활용한 제품들이 나왔다. 같은 품목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제품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바로 핸드폰이었다.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 핸드폰에 치중했던 전통의 절대 강자인 모토로라가 발 빠르게 디지털 핸드폰으로 주력 제품을 전환한 노키아에 1위 자리를 뺏긴 것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세력 교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근래 노키아가 허덕이는 모습은 종래의 디지털과 다른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더욱 ‘기동성이 뛰어나고 똑똑한(Mobile+Smart)’ 차원이 다른 디지털의 세계가 열렸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의 디지털을 제1세대라고 한다. 이때는 불연속적으로 0과 1로 나눈 신호 처리 혹은 작동기술로서 제품 내에 존재했다. 도구로서 PC와 핸드폰이, 매체로서 인터넷이 대중화하면서 디지털이란 용어 자체가 친숙하게 퍼진 시기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후반까지로 바로 디지털 2세대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과 함께 열린 디지털 3세대의 새로운 매체는 누구나 잘 아는 SNS이다. 스마트폰과 SNS만큼 빠르게 전 세계적으로 1억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미디어 관련 기기와 매체는 없었다. 작년에 직접 감수를 맡았던 <서드 스크린>(척 마틴 지음, 장세현 옮김, 박재항 감수, 비즈니스북스 펴냄)이란 책에서는 제목 그대로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현재를 ‘서드 스크린의 시대’로 규정했다. 제 1스크린은 몇 십 년 전부터 우리가 보기 시작했고, 지금도 우리가 즐겨 보는 TV를 말한다. 제2는 컴퓨터 모니터의 스크린이다. 제3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같은 스마트폰과 모바일인터넷 기기를 말한다.

    제 1, 2의 스크린인 TV, 컴퓨터는 어느 한 곳에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공동의 목표, 즉 업무나 즐거움을 위하여 함께 시청하곤 한다. 이에 비하여 제3의 스크린인 모바일은 완전히 개인에 붙은 기기이다.

    24시간 함께하고, 몸에 붙어 다닌다. 그래서 모바일은 개인적이며, 1대1대화와 마케팅이 가능하고, 항상 움직이는 이동을 함께하며 그래서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작년 세계 정치권의 가장 큰 뉴스라고 할 수 있는 아랍권의 재스민 혁명에서 보듯이 모바일이라는 단어와 어울리게 국가 간의 경계를 뛰어넘으며 가장 글로벌화한 기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동성은 마케팅에서의 ‘시간, 공간, 1대1’의 한계를 깼다. 24시간 함께하고, 어디를 가나 같이 가고, 개인이 자기에 맞춰서 소통 통로를 만든다. 좋게 말해 한계가 깨어진 것이지만, 사실상 마케팅이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었고, 그래서 기업들에게는 큰 도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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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미디어 활용 진정성이 우선이다 이번 슈퍼볼 광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는 광고를 방영한 기업들이 실제 경기가 열리기 전에 광고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이용하여 먼저 노출시킨 것을 든다. 이런 경향은 작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작년에 그렇게 사전에 소셜미디어를 활용하여 붐업을 시도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소수였다. 그런데 올해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전 공개하면서 광고에서의 슈퍼볼 무대 개막을 당겨버렸다. 1초당 1억원이 넘는 돈을 내고 슈퍼볼에 광고를 하는 기업으로서는 어찌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으로도 보인다. 기업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소셜미디어를 사전에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첫째, 버즈를 더욱 크게 일으킬 수 있다. 경기 중 한두 번 노출되는 것보다 사전에 1~2주 먼저 노출이 되니, 당연히 노출 기간이 늘어난다. 노출 기간이 늘어나니 보는 사람이 그래도 많아질 것이고, 광고효과조사를 할 때 아직도 가장 먼저 나오는 항목이 인지도임을 감안할 때 좀 더 안전한 방책이 될 수 있다.

    둘째, 효과를 보다 다양하게 수치화할 수 있다. 슈퍼볼 광고를 한 다음 효과라면 선호도 랭킹, 웹사이트로의 트래픽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렇게 페이스북으로 방문을 유도하고, 거기서 노출을 하며, 트위터로 리트윗할 것을 권장하고 하면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효과자료를 보다 많이 얻는다. 실제 얼마큼 ROI로 나타낼 수 있는가, 정당화할 수 있는가를 떠나 일단 더욱 많은 수치자료를 얻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기업에서 슈퍼볼의 금액에 상당한 효과에 관해 항상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자금부분에 대해서 쓸 수 있는 무기가 생기는 꼴이다.

    셋째, 슈퍼볼에서의 극심한 정면대결을 피할 수 있다. 최고의 심혈을 기울인 광고들끼리의 싸움에서 웬만한 정도로는 돋보이기 힘들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먼저 약간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무대를 사전에 만드는 것이다. 다른 이들이 본경기에서의 방영만을 생각하고 있을 때 먼저 치고 나감으로써 다르게 보이기가 조금은 더 용이하다.

    일견 스마트한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기는 하지만 세 가지 이유와 목적을 충족시키기는 힘들 것 같다.

    우선 너무나 많은 기업들이 사전 공개를 해버렸다. 행동 자체가 별로 특이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둘째, 여러 가지 수치가 나오기는 하지만 그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할 방법이 아직 없다. 어떤 식으로건 ROI와 연결한다고 하더라도 미래에 더 큰 족쇄로 작용할 염려가 크다. 셋째, 본방에서의 정면대결에서 돋보이지 않을 광고라면 사전에 아무리 많이 튼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거의 같다. 비록 본방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이기는 하지만 사전 방영 광고료만 더 지출한 셈이 된다.

    위의 세 가지 제약 조건을 극복하는 법을 보여주는 몇몇 기업들이 보인다. 이것 역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여 이루어졌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경기 후에 다시 소셜미디어를 활용하여 시쳇말로 이 ‘분위기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다. 예전부터 슈퍼볼이나 올림픽과 같은 대형 이벤트에 광고를 하거나 관련 활동의 스폰서로 참여한 기업들에게 강조한 것이 이벤트 후 활동, 곧 ‘포스트 이벤트(Post-event)’활동의 중요성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이벤트 후의 감동과 흥분을 함께 할 수 있는 무대가 없었다. 소셜미디어는 그런 여운을 지속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한 기업의 경우 경기 후의 소셜미디어 대화를 통하여 본방에서 부정적이었던 광고 평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효과까지 거두었다. 소셜미디어는 대화를 위한, 즉 관계를 만들고 이어 가는 수단이다. 한순간 특정한 대회 기간에만 열었다가 끝나면 닫아버리는 그런 통로가 아니다. 이번 슈퍼볼이 그런 측면을 여실히 보여준 데서 충분히 소셜볼이란 명칭으로 불릴 만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소셜미디어냐 전통미디어냐를 떠나서 어떤 가치를 지니고, 표방하고, 전달하고, 공유하는가가 중요하다. 광고를 내보내거나 소비자에게 정보를 보내는 ‘수단’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실질적인 가치, 생활에 가치를 주도록 하는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박재항 이노션 마케팅본부장 jaehang@hotmail.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8호(2012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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