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 두고 운행하려면 국산차 중 체어맨이나 에쿠스급이 어울리지 않을까요. 요즘 쌍용차가 선전한다던데…”
최근 만난 한 기업체 간부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른바 국산 쇼퍼 드리븐 카(Chauffeur Driven Car, 운전기사를 둔 뒷좌석 중심의 차)의 양대 산맥은 에쿠스와 체어맨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명성을 쌓아왔고 비즈니스 리더들의 애마로 사랑받아 왔다. 그럼 쌍용자동차의 최근 성적은 어떨까.
6월에만 내수 2777대, 수출 7587대(Complete Knock Down·조립이전상태 포함) 등 총 1만364대를 판매해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 1만대를 돌파했다. 전년 동월 대비 40%, 전년 누계 대비 53% 증가한 수치다. 어지러웠던 터널을 벗어나 서서히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 단계다. 새롭게 선보인 ‘뉴 체어맨 W’는 이러한 쌍용자동차의 자신감이 묻어난다. 1997년 데뷔 당시 메르세데스 벤츠의 라이선스 생산이란 프리미엄이 소비자 욕구를 자극했다면 14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 CEO’를 마케팅 타깃으로 공표할 만큼 안팎의 수준을 높였다. 스스로 아무나 탈 수 없는 차임을 선언한 의기양양에 슬쩍 호기심이 동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출시 이벤트로 내건 7년·15만㎞ 품질 보증서비스인 ‘W PROMISE 715’는 호기심에 불을 댕긴 격이다. 과연 뭐가 얼마나 어떻게 변했기에 이렇듯 자신만만일까.
간결한 외관, 정숙하지만 강한 성능
먼저 외관은 중후하고 단정하다. 이전 모델보다 윤곽이 뚜렷해졌다. CW600(5740~6585만원), CW700(6750~8050만원, 리무진 9240만원), V8 5000(9260만원, 리무진 1억690만원) 등 세 가지 모델 중 CW700 이상에 적용된 수직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힘차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를 모티브로 삼았다. 후드의 부드러운 라인과 조화를 이루는 헤드램프는 오토 레벨링(Auto-leveling) HID 헤드램프와 프리즘 타입의 LED 포지션 램프, 고휘도 LED 턴시그널 램프 등 신기술을 적용해 여타 대형차와 차별화했다.
장 5135㎜ 로 넉넉한 공간을 자랑하는 인테리어. / 트립컴퓨터 디스플레이가 돋보이는 인스트루먼트 패널.
후면부는 다소 보수적이다. 있을 건 다 있고 없어도 되는 군더더기는 아예 고려하지 않았다. 덕분에 간결하고 당당하다. 오히려 시선을 사로잡는 포인트는 12스포크 알루미늄 휠과 19인치나 되는 거대한 타이어. 간결한 외관의 화려한 포인트로 손색없다. 운전석에 앉으면 인스트루먼트패널(Instrument Panel)의 주행정보 식별이 손쉽게 개선됐다. 고휘도 화이트 LED를 이용한 블랙페이스 클러스터에 눈이 편하다. 주행가능거리, 연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트립컴퓨터 디스플레이에 차량 이미지가 추가돼 주행 중 확인이 편리해졌다.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게 마무리한 후면부.
쇼퍼 드리븐 카의 인테리어 포인트는 역시 뒷좌석이다. 마이바흐, 벤츠 S클래스 등에 적용된 하만 카돈 7.1 채널 A/V 시스템에 어깨가 들썩인다면 열림, 닫힘, 틸팅 기능이 내장된 전동식 후방모니터는 큰 화면과 간단한 조작이 장점이다. 전동 마시지 기능과 통풍 기능을 갖춘 시트는 기본. 장거리 여행 시 차 안에서 업무를 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기존 체어맨 W에 적용됐던 4-Tronic 시스템은 뉴 체어맨 W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보장한다. 이 외에 수없이 많은 안전장비 또한 뉴 체어맨 W의 무기다.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해주는 ACC를 비롯해 ESP, TPMS(타이어공기압모니터링시스템), EPB(전자동주차브레이크), AWD, EAS 등을 통합 제어하는 차량통합안전시스템 등이 장착돼 있다. 와이드 스캐닝 타입의 3세대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Active Cruise Control), 차량주행상태에 따라 필요한 전류만 배터리에 충전해 수명과 연비를 향상시켜 주는 EEM(Electric Energy Management) 시스템, 늘어난 전후방 감지 센서,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10개의 에어백도 색다른 셀링 포인트다.
가장 큰 변화는 정숙성. 새롭게 적용된 이중접합 차음유리가 실내로 유입되는 외부 소음의 차단율을 높였다. 자외선 차단 능력 또한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이쯤 되면 괜한 호기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공표했던 마케팅 타깃의 니즈를 꼼꼼히 체크한 흔적이 역력하다. 물론 노력의 결과는 판매량과 정비례하는 법. 베스트 셀링카로 가기 위한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