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end]현대카드Ⅰ“카드 회사 맞아?” 드러내지 않은 마케팅의 성공
입력 : 2011.03.23 11:46:35
-
오는 10월2일 오후 4시 잠실학생체육관에서는 테니스 빅매치가 열린다. ‘백핸드의 달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광서버’ 앤디 로딕(미국)의 대결이다.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양강 구도를 깬 노박 조코비치는 세르비아의 테니스 영웅으로 세계랭킹 3위에 올라 있다.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른 바 있는 앤디 로딕은 한때 미녀 테니스 스타 ‘샤라포바의 연인’으로도 유명했다. 2007년 로저 페더러와 피트 샘프라스의 대결 이후 국내에서 3년 만에 펼쳐지는 이번 빅매치는 벌써부터 테니스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두 스타가 맞붙는 이번 경기는 권위 있는 유명 대회의 결승전이나 자선경기가 아니다. 현대카드가 2005년 9월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와 비너스 윌리엄스(미국)의 대결로 시작한 ‘슈퍼매치’다. 이번 경기는 슈퍼매치의 열한 번째 경기로 공식명칭은 ‘현대카드 슈퍼매치ⅩⅠ-노박 조코비치 VS 앤디 로딕’이다. 현대카드가 2005년 9월 처음으로 스포츠 빅매치를 기획하고 이를 진행한다고 하자 업계에서는 코웃음을 쳤다. 금융부문에 주력해야 할 카드 회사가 웬 스포츠 행사냐는 것이었다. 물론 스포츠마케팅 차원에서 기획한 것은 알지만 인기종목인 야구나 축구가 아닌 비인기종목인 테니스를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점이 비웃음을 샀다. 당연히 성공 여부에도 비관적인 시선이 쏠렸다. 당시만 해도 현대카드의 영향력이 업계에서 미미했기에 미숙한 방식이라는 조롱도 많았다. 하지만 샤라포바와 윌리엄스의 대결은 전 좌석 매진이라는 대성공을 거두며 비웃음을 보내고 조롱했던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현대카드 슈퍼매치는 현대카드의 스포츠마케팅 중 하나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해당 스포츠 행사를 후원하면서 자사 광고를 도배하는 방식과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비웃음을 놀라움으로 바꾼 슈퍼매치•슈퍼콘서트현대카드는 행사장에 자사 광고를 노출시키는 대신 선수와 행사 관련된 안내 이미지를 배치하는 데 더 신경 쓴다. 덕분에 관중들은 눈에 거슬리는 광고 대신 선수에 대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볼 수 있다. 이는 경기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된다. 얼핏 마케팅보다 행사를 무사히 마치는 것에 무게중심을 두는 듯하다. 이 같은 마케팅 방식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예상을 깨고 현대카드는 슈퍼매치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주로 테니스와 피겨스케이팅에 집중한 현대카드 슈퍼매치는 경기가 열릴 때마다 관심이 집중되면서 현대카드의 창의적인 마케팅 중 하나로 찬사를 받고 있다.
현대카드의 독특한 마케팅 기법은 빈축을 사던 초기와 달리 지금은 업계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회자될 만큼 유명해졌다. ‘현대카드스럽다’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현대카드처럼 마케팅 하라>라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기존의 틀을 깬 현대카드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발한 발상은 “카드 회사 맞아?”라는 호기심과 흥미를 선사했다. 2001년 다이너스카드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출발한 후발주자로서 업계 점유율이 고작 1%밖에 되지 않았던 현대카드는 창의적•독창적 마케팅 덕분에 현재 시장 점유율 10%를 넘기며 업계 2위로 올라섰다. ‘혁신’을 통해 선발주자들을 가볍게 제친 것이다. 현대카드가 조만간 업계 1위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도 많다.
현대카드의 성공적인 마케팅의 비밀로 많은 사람이 ‘파격’, ‘역발상’, ‘이벤트’ 등을 든다. 금융 서비스에 치중해 있던 기존 업계의 마케팅 방향을 현대카드는 확 바꾼 것이다. 앞서 말한 슈퍼매치는 물론 슈퍼콘서트, 디자인 강화, 카드 서비스의 새로운 카테고리 제공 등 현대카드가 진행한 마케팅은 광고라기보다 문화 사업, 사회공헌에 가까울 정도다. 이러한 점들 덕분에 현대카드 마케팅이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슈퍼매치와 더불어 현대카드만의 또 다른 문화 이벤트는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를 초청해 콘서트를 여는 ‘슈퍼콘서트’다. 슈퍼콘서트에 참여한 아티스트로는 비욘세, 빌리 조엘, 플라시도 도밍고, 빈 필하모닉 & 조수미, 그린데이, 어셔, 스티비 원더 등이다. 면면을 보면 초청하기 꽤 어려운 세계 톱스타들이다. 또 팝, 클래식, 록, 힙합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도 단박에 알 수 있다. 현대카드는 슈퍼콘서트를 통해 음악 애호가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뿐 아니라 국내 공연업계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슈퍼매치와 슈퍼콘서트를 진행하면서 현대카드가 얻는 건 무엇일까. 현대카드가 슈퍼매치와 슈퍼콘서트를 진행하는 까닭은 물론 단순히 스포츠•문화 이벤트 때문만은 아니다. 궁극적인 이유는 마케팅에 있다. 입장권을 구매할 때 현대카드로 결제하면 일정 정도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슈퍼매치와 슈퍼콘서트를 진행하는 현대카드 마케팅의 힘과 비밀은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5~10%에 머물지 않고 20~30%라는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줌으로써 되도록 현대카드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현대카드가 없는 고객이라면 바로 현대카드를 만들어 결제에 이용하더라도 할인 혜택이 워낙 커서 연회비 이상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는 고객 유인 효과로 이어진다.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기존 고객들의 현대카드 사용률도 높이고 스포츠•문화 사업도 펼치는 일석다조의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더욱이 슈퍼매치와 슈퍼콘서트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행사를 꾸준히 개최함으로써 스포츠•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현대카드를 사용해 지속적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슈퍼콘서트 티켓 결제 시 현대카드를 사용하는 비율을 보면 현대카드 마케팅이 얼마나 성공적인지 잘 알 수 있다. 첫 슈퍼콘서트에서 64%가량이었던 현대카드 결제 비율이 세 번째 콘서트에서는 74%, 여섯 번째 콘서트에서는 86%로 크게 높아졌다. 갈수록 높아지는 이 수치는 고객 유인 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을 증명한다.
카드업계 새로운 서비스 카테고리 창조당초 현대카드가 사람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한 요인은 디자인이나 광고 등 외형적인 부분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점으로만은 회사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카드 회사라면 카드를 사용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예쁜 디자인과 독특한 광고만으로는 이뤄내기 힘들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알 수 있듯 현대카드는 점유율이 극히 낮았던 후발주자에서 업계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현대카드 성공의 핵심 비결은 카드를 사용하며 기존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 카테고리를 만들었다는 것에 있다. 경쟁사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는 데만 힘을 기울일 때 현대카드는 새로운 서비스 카테고리를 장악할 길을 모색했다. 현대카드는 포인트,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특화된 카드, VVIP 및 자영업자 카드 시장을 개척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카드를 출시해 업계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는 점이다. 금융권 최초로 실시한 알파벳 마케팅은 카드업계 최고의 히트상품인 현대카드M을 필두로 H, R, W, O, A, K, C, U, V, F 등의 시리즈를 선보였다. 알파벳 마케팅의 성공은 카드업계는 물론 타 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 같은 서비스의 진화는 전통적으로 현금선호사상이 강한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점차 카드 사용 횟수를 늘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 라이프스타일과 혜택에 따른 개별 브랜드 중심 마케팅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대카드M이 출시되기 전만 해도 카드 회사들은 기업 브랜드를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특화된 서비스를 여러 카드 회사에서 제공하고 있지만 현대카드M이 출시되기 전에는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 회사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파격, 역발상을 시도하며 현대카드M을 출시했다. ‘기업’이 아닌 ‘상품’으로 승부한 것이다. 현대카드의 인지도와 인기는 점점 높아져갔고 특화된 서비스에 매력을 느낀 소비자들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카드를 신청하고 사용했다. 라이프스타일과 개별 브랜드에 따른 특화된 서비스 경쟁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연회비가 무려 200만원에 달하는 ‘the Black’의 탄생도 현대카드가 아니라면 개발이 어려웠을지 모른다. 어느 누가 연회비 200만원이나 되는 카드를 사용하겠느냐는 업계의 비아냥거림을 현대카드는 보기 좋게 꺾어버렸다. 소득 상위 0.05%를 대상으로 한 슈퍼 프리미엄급 카드 the Black은 월평균 사용액 900만원을 넘겼고 연체율은 놀랍게도 0%다. the Black은 또 하나의 히트상품이 된 것이다.
디자인 재능 기부’도 차별화된 마케팅 중 하나다. 현대카드는 이미 정평이 난 디자인 역량과 전문 조직을 바탕으로 ‘디자인 재능 기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현대카드는 2009년 초 현대미술의 요람이라 불리는 뉴욕현대미술관이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하는 프로젝트인 ‘데스티네이션: 서울(Destination: Seoul)’의 실무업무를 총괄하고 적극 지원한 바 있다. 국내 디자이너들의 작품 공모와 배송은 물론 뉴욕 전시 등 실무의 전 부문을 담당했으며 국내 디자이너들에게는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7월에는 디자인 재능 기부의 영역을 공공부문으로 확대했다. 새롭게 문을 연 서울역 시내버스 환승센터의 디자인과 제작을 담당해 서울시에 기부한 것이다. 현대카드는 서울역 시내버스 환승센터를 단순히 버스를 갈아타는 곳이 아닌 공공예술의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현대카드가 진행한 여러 가지 이벤트와 기부는 결국 마케팅을 위해서다. 이 점을 눈치 채는 사람은 드물다. 그럼에도 현대카드의 일련의 마케팅은 매번 크게 성공하고 있다. 마케팅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하게 하면서도 마케팅에 크게 성공하는 것. 이것이 현대카드 마케팅의 힘이다.
현대카드는 카드 회사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우리나라 마케팅 시장에 변화를 몰고 왔다. 대학 강단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들이 현대카드 마케팅의 힘과 비밀을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현대카드 마케팅의 영향력을 증명할 수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호(2010년 10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