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 M&A 최대어 현대건설 인수전

    입력 : 2011.01.17 14: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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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현대건설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현대건설은 올 하반기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다.현대건설 인수전은 큰 이슈가 돼온 데다 결국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2파전으로 압축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건설 인수전을 단순한 사건으로 보아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접근하는 방법과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재계 판도가 뒤바뀔 만큼 규모면에서 매머드급인 데다 현대그룹 경영권의 향방까지 걸려 있어 후폭풍 또한 대단하다. 여기에 이해당사자들 간 명분과 감정다툼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지난 9월24일 채권단이 현대건설 지분 34.88%를 매각하겠다고공고함으로써 현대건설 매각 작업은 마침내 본 궤도에 올랐다.매각 공고를 낸 지 일주일 후인 10월1일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두 곳만 입찰참가의향서를 제출하면서 인수전은 2파전으로 압축됐다.

    현대건설 인수전과 관련, 이미 오래전부터 현대그룹의 참여는 기정사실로 굳어져 있었다. 현정은 회장이 수년 전부터 현대건설 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피력해 왔던 것이다. 현대건설은 그룹의 부실을 송두리째 떠안으며 2001년 8월 공적자금이 투입돼 채권단으로넘어갔다. 이에 현 회장은 현대그룹의 적통을 앞세우며 현대건설재인수는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위상 고려한 신중한 매각 작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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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 시장에서 현대건설은 그 자체로도 웬만한 기업이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대형 매물이다. 국내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현대건설은 올해도 국내 건설업체 가운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으뜸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명실상부한 국내 1위 건설회사다. 해외 수주도 연말까지 140억 달러 이상은 거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와 브랜드 이미지에서도 타 건설회사가 따라오지 못한다. 자산가치만 해도 무려10조원에 육박한다. 현대건설의 강점은 건축과 토목에 그치지 않고 발전설비는 물론플랜트 부문까지 건설 전 부문에 걸친 명성과 실적이다.특히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주택 부문보다 발전•플랜트 부문의비중이 높아 회사의 앞날도 밝다. 최근에는 그린•스마트 주거혁명에도 앞장서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실제 지난 8월 미국 건설 전문지 <ENB>가 발표한 ‘2009 세계 건설사 순위’에서 현대건설은 ‘인터내셔널 부문’ 23위를 차지했다.인터내셔널 부문은 해외 매출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부문이다.지난 7년간 현대건설은 매년 15~20% 성장하면서 국내 1위 건설회사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2001년 8월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에넘어간 워크아웃 기업에서 국내 1위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는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면 시너지 효과는 물론 인수 기업의 위상은 단숨에 뛰어오를 수밖에 없다.

    이같은 현대건설의 국내외 위상은 채권단의 신중하고 투명한 매각 과정에 대한 감시와 동시에 우려의 시선을 함께 키울 수밖에없다.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투명하고 불합리한 매각으로 현대건설이 어렵게 쌓아온 성과를 한꺼번에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며 “가격도 중요하겠지만 현대건설을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시키고 확고히 자리매김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고 인수 기업의 자격조건에 대한 원칙부터 요구했다.

    현대건설은 우리나라 건설 역사에서 상징적인 존재다. 우리나라건설산업과 경제적 근대화에서 현대건설은 빼놓을 수 없는 회사다. 또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마지막까지 애착을 가졌던만큼 범 현대가(家)에도 그 위상은 남다르다.따라서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현대건설의 인수자금은 어마어마하다. 현재 시장에서는 3조5000억~4조원 수준으로 파악하고있다. 그러나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그보다 높을 것이란 전망이우세하다.

    특히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경쟁할 경우 인수가가 예상 수준을 훨씬 상회할 수 있다는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예상보다 높은 인수가격에 따른 부작용도만만치 않아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인수전 본질 훼손 우려 현대건설 인수에 애간장이 타는 이는 먼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다. 수년 전부터 인수의사를 표명하고 차근차근 인수 준비까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현대건설인수후보로 꼽혔던 일부 대기업들이 말을 아끼는 것과는 정반대였다. 특히 아직 채권단으로부터 매각 일정이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현정은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를 공공연하게 선언할 만큼 절박함을 드러냈다. 그만큼 현 회장에게는 현대건설 인수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절실했던 것이다.

    지난 4월 말~5월 초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현대건설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M&A 전선에는 바야흐로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정씨 가문이 연합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당시 현대그룹 측은 “소문은 들었지만 낭설일 것”이라며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현 회장의 의지는 여전히 확고하다”고 밝힌바 있다.현 회장과 정 명예회장은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유명을 달리한 후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한 차례 부딪힌 과거가 있어 정상영 명예회장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란 소문은 재계는 물론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정 명예회장 측은 이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정상영 명예회장 측의 움직임이 잠잠해지자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희망 기업으로 등장했다.

    지난 2000년 ‘왕자의 난’을 거쳐 자동차 부문을 계열 분리해 새살림을 차리고 이후 세계시장에서 현대차를 ‘빅5’로 성장시킨 정 회장의 현대건설 인수 소문은 재계와 증권가 그리고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정작 현대차 측에서는 “매물로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뭐라말하기 이르다”며 즉답을 피할 뿐이었다.

    비슷한 시기 현정은 회장과 현대그룹은 대외적인 악재로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살 사건 이후 중단된 대북사업의 불투명한 사업 재개가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채권단이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압박해 온 것이다. 여기에 때맞춰 현대건설의 최대주주인 한국정책금융공사 유재한 사장은 “곧 현대건설을 매물로 내놓을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현대그룹은 우선 채권단의 압박에 “주거래은행을 바꾸겠다”며 초강수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실제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의 채무를 갚아나가며 빈말이 아님을 입증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참여 소문은 점차 사실로 굳어져 갔다. 유명 증권사에 자문을 구했다느니, 유명 로펌에 자문을 구했다느니 하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침내 10월1일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두 기업은 현대건설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며 본격 라운딩 돌입을 선언했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지난 10월6일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에 ‘입찰적격’을 통보하고 투자안내서를 발송했다.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은 10월 중 현대건설에 대한 데이터를 실사한다. 그리고 11월12일 본입찰을 마감하면 채권단은 2~3일 내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이후 기업 실사를 거쳐 올해 안에 최종 인수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현대건설 매각은 완료된다.

    그러나 현대건설 인수전이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이번 인수전은 초반부터 시너지 효과, 미래사업전략, 경제논리보다 ‘집안싸움’ 혹은 ‘감정싸움’의 양상을 띠고 있었다. 같은 현대 가라는 점에서 무리한 해석은 아니지만 인수전의 본질까지 훼손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그룹의 대국민호소 광고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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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측은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이 집안·감정다툼으로 비춰지는 데에 매우 불편해하고 경계한다. “집안다툼 같은 감정 대립으로 해석하는 것은 모두를 공멸시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경제논리로만 보고 그것으로만 해석하자는 것이다. 현대그룹 측은 “그 싸움은 처음부터 현대차 쪽이 장자 운운하며 시동을 걸었다”며 “적통성에서 밀리니까 이제 와서 타박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반박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전이 집안·감정다툼으로 비춰져 유감”이라며 “지금까지는 현대그룹이 현대차에 맹공을 퍼붓고 있는 형국”이라고 해석했다. 현대그룹이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현대차를 겨냥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매각 공고가 나기 직전인 추석 연휴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이 나란히 찍은 사진에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라는 문구를 TV 광고를 통해 내보냈다. 오늘날 현대 가의 시작이자 동시에 왕회장이 생전에 가장 큰 애착을 보였던 현대건설이야말로 왕회장의 유지를 받들고 있는 현대그룹이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대국민 감정에 호소한 것이다.

    현대그룹도 할 말은 많다. 애초 TV 광고에 왕회장을 등장시킨 쪽은 현대중공업이었다는 것이다. 왕회장의 생전 모습과 육성 그리고 도전정신을 보여준 현대중공업의 TV 광고 시리즈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대그룹은 순수한 광고라고 해명하지만 시기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광고 자막에 등장한 고 정몽헌 회장의 사재출연에 대해서도 진위를 놓고서 논란이 일었다.

    현대그룹은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10월4일에는 대부분 일간지에 다소 충격적인 지면광고를 게재했다.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을 기대합니다”는 문구를 앞세운 이 광고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자동차 기업을 응원하는 광고가 아니었다. “왜 외국 신용평가사는 자동차 기업의 건설업 진출을 우려할까요?” “왜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은 주주와 노조의 소리에 귀 기울일까요?”라며 “현대건설의 미래는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라고 마무리함으로써 누가 봐도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한 현대차그룹을 노골적으로 겨냥한 것임을 알 수 있도록 했다.

    현대그룹 측은 국민감정에 호소하는 광고를 거듭 내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이렇게 해서라도 우리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다음 광고에 대해서도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스스로 불리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현대그룹이 내세울 만한 무기가 왕회장의 유지와 적통성밖에 없다는 것의 반증이라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오죽하면 그런 광고를 앞세우겠느냐”며 “한편으론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객관적인 평가에서 현대차그룹이 유리한 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M&A에서 가장 중요한 자금력에서 현대차그룹은 저만치 앞서 가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현대건설을 매각하는 데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 것도 현대차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유 사장은 지난 10월9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에게 “가격 요소를 가장 크게 생각하지만 자금 조달 능력, 경영 비전 등을 따져볼 계획”이라며 “그래도 가격에 대한 부분이 클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매각 작업에 가격이 3분의 2 이상 차지한다고 말한 것이다. 또 현대그룹의 일련의 광고를 두고서는 “좀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광고가 딜에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다”고 잘라 말했다. 유 사장이 언급한 자금 조달 능력, 경영 비전 등에서도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보다 낫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객관적 평가에서 앞서는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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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채권단 안팎에서는 현대건설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4조원 정도면 넉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체조달만으로도 이 정도의 자금조달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현대그룹은 사실 힘겨울 수밖에 없다. 올 상반기 기준 현대차그룹의 유동자산은 7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현금만 5조4000억원 정도다. 반면 현대그룹은 현재 1조5000억원을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현대그룹은 독일 하이테크 전문 엔지니어링 기업인 M+W그룹을 전략적 투자자(Strategicl Investor, SI)로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월1일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당시 현대그룹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기업”이라고 M+W그룹을 소개했다. 자금 조달 능력과 시너지 효과를 동시에 해결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자체 조달과 전략적 투자자를 통한 조달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특히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 독이 된 사례를 경험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까지 하다. 또 그 경험은 아직까지도 치유되지 않고 있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우려의 목소리부터 제기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가 그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재 일부 계열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풋백옵션’을 걸어 전략적·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한 데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인수 당시 시장이 평가한 것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대우건설을 인수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결국 대우건설 인수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그룹 유동성을 악화시켰고 박삼구-찬구 회장 형제가 나란히 퇴진하는 불미스러운 사건을 경험해야 했다. 더불어 그룹이 자랑으로 삼았던 ‘형제경영’, ‘형제간 우애’도 갈가리 찢어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사태는 비단 그룹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국내 경제에도 크나큰 타격을 입혔다. M+W그룹을 SI로 삼아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한 현대그룹의 미래를 놓고 온갖 구설이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현대그룹 측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사태는 풋백옵션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이 시점에서 금호아시나아그룹의 예를 들먹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억측이자 모함”이라고 발끈했다.

    이처럼 현대건설 인수전이 감정이 개입하는 등 경쟁의 도를 넘어설 경우 자칫 ‘승자의 저주’에 또 다시 한국경제가 휘청거리지 않을까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무리한 욕심이 현재 최대 4조원으로 예상되는 인수가격을 어느 정도까지 높여놓을지에 대해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리한 인수가격은 해당 기업에 필연적으로 ‘승자의 저주’를 안겨다 줄 것이 분명하다는 예측에 이견을 제시하는 이들은 없다.

    물론 채권단 입장에서는 높은 인수가격은 ‘Thank You’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당초 제외하기로 한 현대상선 지분을 다시 포함시킨 이유도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서라고 공공연하게 말할 정도다. 유 사장은 “분리해 팔기로 했던 현대상선 지분을 다시 묶어 팔기로 한 것도 현대 가(家) 간의 가격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며 “현대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핵심 고리인데, 상선 지분을 빼고 팔 경우 가격을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대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현대상선 지분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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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현대건설은 현대상선 지분 8.3%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전의 목표가 현대상선의 지분이라는 해석도 있다. 현대상선의 지분을 누가 확보하느냐에 따라 현대그룹의 경영권 향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급한 쪽은 지분을 기필코 확보해 그룹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현정은 회장 쪽이다. 계열사간 순환출자구조로 돼 있는 현대그룹으로서는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을 반드시 확보해야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측은 이번 현대건설 인수의 의미에 대해 “그룹 유지와 경영권 방어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인정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시너지 효과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이번 인수전은 경영권 방어 싸움이지 않겠느냐”며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채권단이 이를 악용해 매각작업을 유리하게 하려 한다”고 비꼬았다.

    이 때문에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현대상선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현대상선의 실적이 분기가 거듭될수록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단순히 실적 탓만은 아니라는 것을 증권가 관계자들은 알고 있다.

    즉 훗날 경영권 다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예상 때문이다. 만약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에 실패한다면 현정은 회장 측은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에서다. 경영권 다툼이 주가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현대상선 주가가 치솟는 이유를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서 찾고 있다.

    현재 상황만으로 따져볼 때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객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쪽은 현대차그룹이다. 채권단이 언급한 자금 조달 능력, 경영 비전 등에서 현대차그룹이 월등하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쓰러져가던 기아자동차와 한보철강 등을 인수해 정상화시킨 경험도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 우리사주조합이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에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않겠다”고 다소 우호적인 입장을 취한 반면 현대증권 노조는 노골적으로 현대그룹의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당사자인 현대건설 노조는 “채권단의 무리한 최고가 매각을 반대한다”고 언급했을 뿐 현대차그룹이든 현대그룹이든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고 있다.

    [임형도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호(2010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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