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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Inside] 中 제2 부동산 기업 헝다 디폴트 위기… 중국發 ‘민스키 모멘트’로 제2 리먼 사태 되나
입력 : 2021.09.28 10: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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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개발업체 중국의 헝다그룹(차이나 에버그란데)의 디폴트 위기가 고조되며 위기가 더 넓은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투자자들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헝다그룹은 한때 3050억달러의 빚을 졌고, 현재까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투자자들은 헝다그룹의 붕괴가 중국 금융 시스템에 체계적 위험을 초래하고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린 헝다그룹은 지난 9월 23일 기한이 도래한 달러 사채이자를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동망(東網) 등은 “헝다가 미국 동부시간으로 전날 저녁까지 20억달러 사채 보유자에게 이자 8353만달러(약 980억원)를 갚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채권 이자 지급일로부터 30일 이내는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간주하지 않지만 헝다의 지급 능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금이 갔다.
하루 앞서 헝다그룹은 이자지급일이 도래하는 위안화채권 이자는 정상결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헝다는 같은 날 지급해야 하는 위안화채권 이자 역시 2억3200만위안(약 421억원)으로 지난 22일 채권자들과 협의해 이자 일부만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기한을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헝다는 오는 29일에도 4750만달러(약 557억원)의 채권 이자 지급을 앞두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타 부동산업체들의 채권가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홍콩에 상장된 헝다그룹 주가는 2016~2017년 수준까지 하락했다. 계열사들 주가도 마찬가지로 곤두박칠쳤다.
올 상반기 기준 헝다그룹의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는 각각 1.95조위안과 1.75조위안으로 유동비율이 100%를 넘지만 유동자산의 60%가 넘는 1.28조위안이 공사 중인 부동산이다. 분양 등을 통해 현금화해야 하지만 회수 시기에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반면 부채의 80% 내외는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성부채로 구성돼 단기 유동성 측면에서 상환능력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중국 당국은 헝다그룹이 결제기일이 도래하는 이자를 변제할 능력이 없다고 경고에 나섰다. 실상 중국 정부는 과도한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시중은행들의 부동산대출 한도 규제를 도입하여 부동산업에 과도한 유동성이 유입되는 것을 막아왔다. 또한 부동산 개발사가 준수해야 할 재무안정성에 대한 3가지 ‘레드라인’을 도입하면서 그동안 과도한 부채조달로 사업 확장을 해왔던 부동산 개발사들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3가지는 자산 대비 부채 70% 이하, 자기자본 대비 순차입금 70% 이하, 단기차입금 대비 현금성 자산 100% 이상 등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의 부채비율은 459%(올 6월 기준)로 중국 1위 차이나 반케(Vanke)의 부채비율은 137%이나, 중국 A주에 상장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평균 부채 비율이 387%에 비해 높다”며 “1997년 외환위기의 전조였던 한보그룹(2086%)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전후 국내 30대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이 518%였던 점을 감안하면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헝다 사태는 중국 내에만 제한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도 헝다 사태가 제2의 리먼 사태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뉴욕 에버코어 ISI의 고정 수입 전략가 스탠 시플리는 로이터를 통해 “에버그란데의 부채와 다른 세계 금융 관계자들의 부채의 연관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위기의 전염 위험은 작다. 중국은 파산이나 구조조정을 약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재정 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산 위기 중국 헝다그룹 본사 지키는 공안들
실제 중국 정부의 개입에 대한 의구심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2019년 바오샹 은행 파산 등에서 나타났던 중국 정부의 개입이 뚜렷하지 않다.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 정책 및 디레버리지 기조하에서 헝다그룹 파산을 시범 사례로 허용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자산운용사 3곳을 인용해 헝다그룹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전망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롬바르드 오디에의 호민 리 아시아 거시 전략가는 “헝다그룹이 민간 기업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주식 및 채권 투자자를 위해 직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낮다”면서 “현재 헝다그룹이 처한 상황은 ‘통제된 철거’”라고 정의했다. 또한 그는 중국 정부의 개입 시기는 헝다그룹의 디폴트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슈로더는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의 채무 조정과 잠재적인 디폴트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로더는 보고서를 통해 “헝다그룹 디폴트는 널리 예측됐으며 중국 당국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예상했을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을 국유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3호 (202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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