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Inside] 美 압박에 삼성전자 핵심 기밀 고스란히 노출?

    입력 : 2021.09.28 10:18:19

  • 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자국 투자에 이어 기업 정보 공개까지 요구하고 나서면서 당장 삼성전자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반도체 부족 사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에 재고와 주문·판매 내역 등 내부 정보를 요구했다. 이처럼 미국 정부가 세계 각국의 민간기업에 기업 기밀까지 요구하면서 국내에서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요구한 내용을 보면 집적회로 종류, 3년간 매출과 제품별 주요 고객, 6개월간 반도체 공급 능력 향상 방안 등인데,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핵심 전략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반도체 공급난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다른 노림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토로했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
    실제 삼성전자는 그동안 시스템 반도체의 전략제품이나 실적 등을 상세하게 공개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미국 요청에 응할 경우 현재 생산 중이거나 개발 중인 주요 제품군을 고스란히 노출해야 한다. 더욱이 메모리를 포함한 반도체 부문의 상세한 실적도 미국 정보의 손에 넘어간다. 삼성전자의 한 간부는 사견을 전제로 “지금 진행 중인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계획이나 전략 제품도 까발려질 수 있다. 미국 정부에서 확보한 핵심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투자나 특정 제품군에 대한 생산 확대 등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번 회의에서 제외됐던 SK하이닉스의 경우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은 파운드리 업체에 정보 공개를 요구했지만 향후 메모리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에 SK하이닉스도 참석 후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 간부는 “미국의 의도를 좀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보를 제출하더라도 타 업체에 유출되거나 시장에 왜곡된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는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병수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3호 (202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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