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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영 칼럼] 대환대출 플랫폼, 벼랑 끝 은행의 선택
입력 : 2021.07.26 10:3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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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역학관계 무시 땐 반쪽짜리 관치금융 그칠 수도 은행도 디지털 혁신으로 체질 바꿔 고객 신뢰 얻어야
포용금융 확산과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금융권에 변화가 일어난다. 금융당국이 10월 도입하려는 비대면 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은 고객과 금융회사를 연결하는 금융혁신 프로젝트다. 금융소비자가 서류절차 없이 모바일 앱에서 비싼 금리의 대출을 중도 상환하고 낮은 금리의 대출로 쉽게 갈아탈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가 플랫폼을 주도하는 대환대출 제도는 거래비용을 줄여 고객의 효용을 높인다.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며 고객의 상품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다. 금융회사가 경쟁을 통해 낮은 대출금리를 제공하게 되고 17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환대출 플랫폼이 작동하려면 양면의 당사자인 은행과 고객이 동시에 참여해야 한다. 플랫폼의 한 축인 은행이 불참하면 금융산업 역학관계를 반영하지 않은 반쪽짜리 구상이 되고 만다. 정부가 강제로 압박하단 관치금융의 부작용을 낳는다. 은행은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대환대출 참여에 난색을 표명한다. 첫째, 은행은 대출 관련 위험을 지는데 빅테크에 중개수수료까지 추가로 내는 것에 불만이다. 둘째, 은행이 빅테크 플랫폼에 참여하면 ‘금리 치킨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 제살 깎아먹기식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 시장 잠식)만 초래한다. 고금리 대출에선 고객이 이탈한다. 금리를 낮추면 수익성이 악화될 게 뻔하다. 셋째, 은행은 빅테크가 특혜를 얻어 대출상품 텃밭을 빼앗아가는 것을 우려한다. 은행이 대출쇼핑몰에 입점하면 빅테크의 독과점 플랫폼에 종속된 금융상품 공급 하청업자 신세로 전락할 것으로 본다. 넷째, 이미 금융기관 대출금리를 비교하는 앱 서비스가 존재한다. 그래서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공동 플랫폼을 추진하는 방안은 실효성이 없다.
규제를 받지 않는 빅테크와의 경쟁은 금융회사에 큰 위협이다. 네이버가 지난해 7월 자동차 보험료 비교 서비스를 출시하려다 포기한 것은 보험사의 반발 때문이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혁신에 참여할 유인책을 제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금융회사도 밥그릇 지키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핀테크 혁신을 거부하단 역풍만 맞을 뿐이다. 고객 접점을 늘려 고객 만족을 끌어올릴 디지털 전략이 요망된다. 먼저 금리인하 요구권을 행사하는 고객에게 은행은 전향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고객의 대출 갈아타기 요구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최적 조건의 대출로 바꿔줘야 한다.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금융회사가 선도적인 파괴적 혁신으로 고객 마음을 읽고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최선이다. 그래야만 고객의 신뢰를 얻고 고객 관계를 굳건히 할 수 있다.
[홍기영 월간국장·경제학 박사 매경LUXMEN 편집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1호 (2021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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