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이 지난 5월 1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소위 대박 행진을 이어가며 개최되고 있다.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 소장의 걸작 110여 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국내 최대 규모의 피카소 진품 명화전으로 서양미술의 역사를 바꾼 입체주의 탄생부터 70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한국에서의 학살>, 그리고 말년의 작품까지 70년에 걸친 피카소 예술의 흐름을 연대기적 테마를 통해 보여주는 전시다. 서양미술사의 독보적 예술가 피카소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그의 신화 속으로 여행하는 뜻깊은 기회다. 특히 <한국에서의 학살>은 피카소가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과 그해 7월 소련의 원자폭탄 개발을 보고 그의 반전 평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구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카소는 6·25 발발 직후 작품을 구상해 이듬해인 1951년 1월 작품을 완성했고 그해 5월 파리 살롱 드 마이(Salon de Mai)에서 발표했다.
<마리 테레즈의 초상>(1937) 캔버스에 유화 ©2021-Sucession Pablo Picasso -SACK (Korea)
<한국에서의 학살>은 세상에 선보인 지 정확히 70년 만에 작품의 무대인 한국 땅에서 역사적인 전시를 갖게 된다. 전시총감독인 서순주 커미셔너는 <한국에서의 학살>에 대해 “20세기 대가 피카소가 그린 작품 중 유일하게 한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며 “그동안 국내에서 여러 차례 국·공립미술관을 통해 들여오려는 시도를 했지만, 결국 70년 만에 드디어 한국에서 보게 되는 뜻깊고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커미셔너는 “<한국에서의 학살>의 역사적인 한국 방문이 코로나19 사태라는 또 다른 위기 속에서 이뤄졌다”며 “코로나19 등으로 약자들이 더 피해를 보는 현재의 상황과 맞물려서도 <한국에서의 학살> 작품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전은 피카소의 20대 청년시절부터 예술적 작업이 왕성했던 80대 만년의 작품까지 망라해 피카소 미술 70년을 한 곳에서 모두 볼 수 있게 구성했다. 이와 관련된 섹션은 모두 7개로 연대기에 따라 미술혁명의 시대, 질서로의 회복, 볼라르 판화 연작, 새로운 도전 도자기 작업, 피카소의 연인들, 전쟁과 평화, 마지막 열정 순으로 관람할 수 있다.
특히 피카소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마리 테레즈의 초상〉 〈피에로 옷을 입은 폴〉을 비롯한 유화와 판화, 도자기 등이 다채롭게 소개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피카소 전시회는 여러 차례 열렸지만 파리 국립피카소미술관의 걸작들이 대규모로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피카소의 청년시절인 1900년대 초부터 황혼기인 1960년대까지 그의 예술 여정을 연대기별로 한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는 매우 드문 기회다.
비채아트뮤지엄 측은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전시 작품들은 국립피카소미술관에 몇 번 가더라도 다 보기가 쉽지 않은 걸작 중의 걸작을 엄선했다”고 하였으며, “코로나19로 힘들고 지친 분들께 피카소 관람이 소중한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피카소의 명품 원화들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는 준비과정부터 화제에 올랐다. 단일 전시로 대가의 진품 작품이 25톤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물량으로 공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카소 특별전 작품은 대한항공의 화물기 2대, 여객기 2대로 총 4회에 걸쳐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왔다.
<그림자>(1953) 캔버스에 유화 ©2021-Sucession Pablo Picasso -SACK (Korea)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전시회 그림 수송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이 적지 않았으나 대한항공의 협조와 지원으로 무사히 예정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피카소 작품들은 3중 보호막으로 특수 제작된 크레이트(Crate) 상자에 실려 공수됐다. 이번 작품 공수에서 눈길을 끈 것은 작품을 담은 크레이트 상자. 3중 보호막으로 특수 제작돼 운송 중 충격과 기온 변화로부터 작품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피카소 특별전에 전시되는 110여 작품의 가격(평가액)은 모두 합쳐 2조원에 달해 역대 전시 가운데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채아트뮤지엄 측은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 1000억원을 비롯해 800억원대에 이르는 <마리 테레제의 초상> 등 여인 연작, 희소가치를 평가받는 초기작과 블라르 판화 연작, 도자기에 이르기까지 작품 평가액만 모두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어 “전시 작품에 든 보험평가액도 모두 9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에서의 학살>(1951) 합판에 유화 ©2021-Sucession Pablo Picasso -SACK (Korea)
또한 이번 전시회에선 목소리가 매력인 배우 이정진 씨가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작품 해설을 해준다. 이 씨가 오디오 해설을 맡은 피카소 전시회는 6·25전쟁 참상을 담은 폭 2m의 대작 <한국에서의 학살>(1951) 등 피카소의 유화, 조각, 도자기 등 다채로운 장르의 화제작 110여 점으로 구성됐다.
개막 당일 가이드온 앱을 통해 이정진 씨의 오디오가이드를 들으며 전시회를 관람한 대학생 김연주 씨(21)는 “이정진 씨의 목소리는 안정감과 신뢰감이 느껴진다. 단순히 설명을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같이 그림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 들었다. 음성이 차분하고 발음도 정확해 피카소의 원작을 만나는 감동이 훨씬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의 재능기부에는 배경이 있다. 그는 개인사진전을 3번 개최한 프로 사진작가다. 영상예술에 대한 관심과 작품활동을 통해 쌓은 전문가적 식견이 피카소 작품 해설에도 녹아 있다는 평가다. 이 씨는 피카소전 재능기부에 대해 “예술은 공유할 때 가치가 더 커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피카소전의 작품 해설을 하다 보니 원작의 감동을 체험하고 싶은 욕구가 한층 뜨거워졌다”고 밝혔다.
한편 피카소의 생애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어린이를 위한 도록이 지난 5월 4일 출간되어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를 주관하고 있는 비채아트뮤지엄은 어린이 도서 <프롬, 파블로 피카소>를 통해 피카소의 생애와 예술관을 어린이들의 시각에서 재구성하여 어린이도 쉽게 피카소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밝혔다. 피카소 특별전은 오는 8월 29일까지 열린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