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되는 법률이야기] 이민·투자 등으로 관심 높아진 미국 상속제도, 한국처럼 유언 따라 배분, 배우자 몫은 더 많아

    입력 : 2021.04.01 17:33:08

  • 주위를 보면 가족 중 외국 국적, 특히 미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적지 않게 보게 된다. 본인이 미국국적자인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가족 중에 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경우에도 미국 법률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특히 상속의 경우에는 당사자들의 의사와 관련 없이 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어느 나라 법률이 적용되어야 하는지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법률문제가 발생하는데,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 상속 제도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미국의 상속 제도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미국 상속법에 따르면, 피상속인, 즉 망인이 유효한 유언을 남기고 사망하는 경우 피상속인의 재산은 그 유언에 따라 분배된다. 그러나 피상속인이 자신의 재산 분배에 관한 유언을 남기지 않은 경우에는 법에 따라 분배가 결정된다. 이러한 사정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진설명
    ▶피상속인이 유효한 유언 없이 사망하는 경우 유언이 없는 경우 상속은 각 주별로 다르게 이뤄진다. 통일유언검인법(UPC, Uniform Probate Code)이라는 것이 존재하나 이를 모든 주에서 채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UPC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피상속인에게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경우 배우자와 자녀가 재산을 상속받게 되고, 자녀가 없다면 배우자가 재산을 전부 상속받는다. 피상속인에게 배우자나 자녀가 없다면 재산은 전부 피상속인의 부모에게 귀속된다. 그 다음 순위로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가 있고, 또 그 다음 순위로는 피상속인의 조부모나 그 직계비속이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의 상속 순위를 보면, 1순위는 직계비속(자녀, 손자녀 등), 2순위는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 3순위는 형제자매, 4순위는 4촌 이내의 친족이 된다.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1순위인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또는 2순위인 직계존속과 더불어 공동상속인이 되고, 이러한 직계존비속이 없는 경우에 비로소 단독상속인이 된다. 아울러, 미국 모든 주에서는 피상속인에 대해 비행을 저지른 자의 상속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주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양육을 포기 또는 거부했거나 자녀를 상대로 특정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부모가 자녀로부터 상속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민법 제1004조에 규정된 상속인의 결격사유와 유사한데, 다만 우리 민법에는 부모가 자녀의 양육을 포기 또는 거부한 경우는 결격사유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최근 일명 ‘구하라 사건’ 등으로 이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어 2020년 민법 제1004조 제6호에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보호 내지 부양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자’를 상속인에서 배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처리되지는 못하였다.

    이와 같이 상속을 받을 자격이 있는 친족들이 남아 있지 않는 경우 상속재산은 국가에 ‘귀속’되는데,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배우자의 상속권 유언이 있는 경우, 피상속인의 자산은 유언에 따라 분배된다. 그러나 유언이 있는 경우에도 배우자는 community property approach 또는 common law approach에 따라 일정한 지분에 대한 청구를 할 권리를 가진다. Community property approach를 따르는 주(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아이다호, 네바다, 뉴멕시코, 텍사스, 워싱턴, 위스콘신과 알래스카; 단 알래스카의 경우 배우자 간의 서면 합의가 있어야 한다)의 경우 배우자는 혼인 기간 중 발생한 전체 수입의 절반 및 그 수입으로 취득한 재산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즉 혼인 기간 중에 취득한 모든 자산을 양 당사자의 공동 재산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부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피상속인이 생존 배우자에게 수입의 절반 미만을 제공한다는 내용으로 유언을 하였더라도, 생존 배우자는 그 유언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피상속인 재산의 50%를 청구할 수 있다.

    Common law approach를 따르는 주(위에서 열거한 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의 경우 혼인 기간 중에 피상속인이 취득한 자산과 부채는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에게만 귀속된다. 다만, 이러한 경우에도 배우자는 피상속인 재산의 3분의 1 정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유언에 따라 배우자에게 남겨진 재산이 3분의 1 미만이라면 배우자는 유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 유류분 제도와 유사하다. 우리 민법에 따르면, 유언에 의하여 배우자에게 남겨진 재산이 자신의 유류분(배우자의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인데,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은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의 법정상속분의 1.5배이다)에 미치지 않는다면 상속재산을 받은 상속인이나 수증자를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

    ▶기타 상속권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즉 자녀나 손자녀에게도 유류분을 인정하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국에서는 자녀나 손자녀가 유언에 상속인으로 포함되지 않는 경우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즉 착오나 실수 등으로 뜻하지 않게 자녀가 유언에서 제외된 경우에만 유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혼한 전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재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없으나, 미국 일부 주에서는 이혼한 전 배우자도 상속권을 가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미국에서의 유언에 대한 이의제기 방법 미국 법에 따르면, 대체로 아래와 같은 경우 상속인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유언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상속법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유언에 서명하지 않은 경우 피상속인에게 유언을 할 만한 정신적 능력이 결여된 경우

    피상속인의 유언에 부당한 영향력이 행사된 경우

    사기에 의해 유언이 이뤄진 경우
    이상 미국에서의 상속에 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큰 틀에서 보면, 한국 상속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배우자에게 좀 더 많은 상속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점, 그리고 유언에 대하여 좀 더 강한 효력을 부여하고 있는 점 등에서 미국 상속 제도의 특징이 있다.

    [김효정 김앤장 외국변호사]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7호 (2021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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