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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영 칼럼] 기본소득, 무상복지의 신기루
입력 : 2020.07.27 09: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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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증세해도 재정파탄 불 보듯… 소득격차 해결 못해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주력하고 일자리 만드는 게 최선
그러나 탈노동적 분배제도인 기본소득은 경제 현실을 도외시한 포퓰리즘 정책이다. ‘무상복지의 신기루’ ‘허깨비 놀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제대로 시행한 적이 없는 고비용 저효율 복지제도다.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힘들다. 기본소득은 기존 세금만으로는 역부족인 마이너스섬 복지다. 부자 증세를 수반한다.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재정 누수가 생길 수 있다. 무리한 도입은 복지재원을 고갈시킬 뿐이다. 결국 재정파탄으로 미래 세대 부담만 가중될 것이다.
기존 복지체계에 선심성 돈다발을 추가로 얹어선 곤란하다. 사회 안전망 사각지대와 부정수급으로 얼룩진 현재의 복지체계를 그대로 놔둔 채 기본소득을 도입할 수는 없다. 5000만 국민 모두에게 매달 30만원씩 빵값을 주려면 연간 180조원이나 필요하다. 기본소득 지급액을 높이면 기존 복지체계가 와해된다. 현실적으로 기초연금, 생계급여, 아동수당, 근로장려금, 실업급여 등 모든 보건·복지·고용 예산을 포기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다.
실직이나 질병으로 빈곤상태에 빠진 취약계층 복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만일 한정된 재원으로 용돈형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면 급여수준이 낮아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실효성이 없다. 도리어 빈곤층과 실업자가 늘어나는 역효과를 낳을 뿐이다. 일정한 소득을 가진 중산층만 덕을 보게 된다. 모두에게 발판이 생긴다고 소득불균형이 해소되진 않는다. 사회복지 서비스의 수급불일치와 형평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 기존 수혜계층은 복지 혜택이 줄어들 경우 거센 저항에 나설 게 뻔하다.
“국민 행복감 제고에는 약간 효과가 있지만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효과는 별로 없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에서 확인된 결과다. 조건 없는 실업수당과 같은 기본소득 테스트는 실패로 돌아갔다. 일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한계소득자 생활의 질 개선이 우선이다. 즉 일자리를 잃은 취업희망자를 재교육하고 실업급여를 강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 다음으로 소득이 가족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저임금 근로자에 ‘마이너스 소득세’, 즉 근로소득장려세제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층적 연금체계를 공고히 하면서 복지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일부 중첩되거나 효율성이 낮은 복지제도를 폐지하고 사각지대 해소에 집중하는 게 나은 대안이다. 생계비 부족에 병마와 싸우는 노인층, 취업난에 고통 받는 청년층에 대한 선별적 복지 혜택을 개선해야 한다.
경기부양, 분배 개선을 위한 모든 해법 가운데 좋은 일자리 만들기가 최우선이다. 규제혁파로 기업 투자와 생산,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생긴다. 미래 일자리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가계소득 증대, 핵심 생계비 경감, 근로자 삶의 질 개선 등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홍기영 월간국장·경제학 박사 매경LUXMEN 편집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9호 (2020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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