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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혁신 라운지 ④ 스마트 원가절감 방법론 | 포스트 코로나 전략은 원가경쟁력이 성패 좌우, 스마트 기술 활용 관점과 방향이 중요
입력 : 2020.07.07 10: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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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발 불황의 본질
코로나19 불황이 본격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우리나라 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68.6%로 나타나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의 본질은, 사람과 물건의 이동경색이다. 세계 각국의 국경봉쇄와 외출통제로 소비가 감소하고, 부품과 제품의 공급망이 폐쇄됐다. 순식간에 전 지구적으로 벌어진 일이어서 충격이 막대하다. 인류가 생긴 이래 처음 겪는 ‘사태’다. ‘미쓰비시 경영연구소’에서는 기업경영의 위기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초상정사태(超想定事態)’라는 용어를 새롭게 정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 세웠던 2020년 경영전략은 이미 자동폐기됐다. 이제라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방역전문가들은 코로나19 2차 확산을 기정사실화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요구한다. 경쟁사들의 전략 또한 불투명하다. 시장전망이 불가능하니 전략 수립 자체가 난감하다.
▶코로나19 사태의 단기대응 전략
일본은 기업의 경영회계가 매년 4월에 시작된다. 따라서 일본 기업의 2020년 경영계획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환경의 변화를 반영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모터를 생산하는 일본전산은 “매출이 반감하더라도 흑자를 유지하는 체질”을 목표로 2020년 경영계획을 수립, 발표했다. 코로나19 불황을 ‘10년에 한 번 오는 대청소의 기회’로 보고 경영체질을 개혁하고 수익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계획이다. 반면 마츠다는 향후 1년간의 실적전망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시장변화를 합리적으로 산출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회복시기 예측이 불가능하고, 감염의 2파가 언제든지 가능하며, 글로벌 시장의 지역별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 ‘상상’만으로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이유다. 대신 매주 경영실적의 변동과 환경변화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단기적 경영전략은 정답이 없다. 전례 없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분명한 것은 위기상황에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위기인 것은 위기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경쟁사에게도 동일한 상황이라면 성패는 극복의 속도와 방법에서 결정된다.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해소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새로운 사업방식,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적극적 전략이 필요하다.
한 신문사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립된 일본 기업의 경영계획에 예년에 비해 더 자주 나타나는 단어가 ‘현금창출’ ‘거점 분산’ ‘신속한 의사결정’ 그리고 ‘ESG’의 4가지였다고 한다. ‘현금창출’은 수익성 만회는 물론, 불필요한 자산의 매각 등을 통하여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하려는 기업에게 절실한 일이다.
‘거점 분산’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제조업의 본질인 ‘제조’ 자체의 중단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국내의 생산공장을 리스크 회피를 위한 녹다운 공장으로 운영하고 중국지역의 공장은 생산량 중심으로 운영하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제3지역의 생산기지를 구축하여 중국 공장의 생산량을 보완하는 공장으로 운영한다는 3거점 생산체제를 말한다. 또 부품의 조달처를 복수화하고 핵심 부품은 일정 분량을 내재화해 생산하여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시에도 부품조달의 차질이 생산의 단절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신속한 의사결정’은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직시하게 된 새로운 가치개념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 성장기회의 상실을 방지하는 경영체질이 필요하다는 자각이다.
‘ESG(Environment, Soci al, Governance;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투명성)’는 많은 기업들이 이미 중장기 경영 방향으로 설정하고, 경영전략에 포함시키는 항목이다. ‘ESG’가 새삼스럽게 빈출 단어로 등장한 것은 많은 기업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글로벌 초연결 경제체제’를 실감하고, 그동안 이야기되던 ‘지속 가능 경영’의 개념과 이해가 실제적으로 재정립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전 지구촌이 절실하게 체감한 것이 하나 있다. 세계는 초연결 사회가 되어 있고, 글로벌 기업 간의 분업, 협동, 협력체제가 이미 네트워크화돼 있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각 국가별로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국수주의적 경제체제로 회귀할 것이라는 일부의 의견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글로벌 초연결체제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는 현재 진행형이고, 불확실성은 여전하며, 중기적 포스트 코로나 전략은 좀 더 다듬어지고 구체화될 시간적 여유도 있다. 문제는 중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당장의 생존이다. 상반기 경영계획은 자동폐기 됐다.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기 위해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는 시간은 남은 6개월뿐이다.
▶포스트 코로나 성공의 핵심: 원가를 잡는 스마트 기술
포스트 코로나 전략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은 원가경쟁력이다. 단순히 상반기 무너진 경영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상투적인 원가절감의 반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전략에 있어 원가경쟁력이 갖는 의미는 그 무게가 다르다.
첫째, 불황기에는 매출이 감소하고 수익이 줄어든다. 반면에 신용경색으로 자금의 시장조달은 한층 어려워진다. 지금 당장은 버틴다 하더라도 2차 감염 등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경우에 현금확보 여부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가 된다. 일본전산이 사용하지 않는 낡은 건물의 보험비용까지 들여다보는 이유다.
둘째, 포스트 코로나 중기전략의 방향인 생산거점 분산과 복수조달체제는 원가 상승을 동반하는 전략이다. 지금 시점의 원가경쟁력 강화는 포스트 코로나 전략의 선택을 위한 여유와 융통성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다.
셋째, 불황기에는 일시적 자금경색 등으로 인해 M&A 시장에 나오는 기업이 늘어난다. 여유가 있는 기업이라면 사업을 확장하고, 신사업을 전개하며 성장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원가절감은 수십 년간 기업의 기본적인 혁신 목표였다. 생산현장에서는 이제는 더 이상 절감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까지도 나온다. 해결의 열쇠는 스마트 기술에 있다. 스마트 원가절감의 성과는 스마트 기술 자체가 아니라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관점과 방향에서 나온다. 최근 고객사 경영진에게 스마트 원가절감 방법론을 소개했다. 경영진에선 “스마트 원가절감의 100% 성공은 확신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새로운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조직 전체의 혁신관점을 이런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것 자체가 성공의 50%고, 단 한 곳에서라도 성공사례가 만들어진다면 그것이 나머지 50%의 성공이다”라고 반응했다.
스마트 기술은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의 해결책을 주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를 찾을 수 있게 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조직과 프로세스의 효율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스마트 기술의 활용주체가 스마트 기술전문가가 아니라 경영자여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김기홍 가온파트너스 대표]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8호 (2020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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