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영 칼럼] 코로나 ‘백신전쟁’의 승자는
입력 : 2020.05.26 10:08:03
-
미·중·유럽… 民官軍 초국가적 속도전 올인 백신·치료제 개발 만만찮아 풍토병이 될 수도
미·중 간 ‘코로나 신냉전’이 점입가경이다. WHO 총회에서 미국 대표는 “중국이 코로나19 발병을 은폐하려는 시도로 전 세계에 엄청난 희생을 가져왔다”며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독립적 조사를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손해배상 청구를 시사했다. 반도체 봉쇄를 통한 화웨이 고사작전에 나선 미국은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 한다. ‘건강 실크로드’를 주창하는 중국의 총공세도 만만찮다. 글로벌 패권 경쟁의 승패는 코로나19 백신의 최초 개발에 따라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칫국부터 마실 일은 아니다.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충분한 백신 생산과 배분까진 산 넘어 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5월 18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주최한 세계보건총회(WHA) 화상회의에서 “백신과 치료제는 인류을 위한 공공재로서 전 세계에 공평하게 보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 접근권은 평등해야 하며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는 원칙론에 반해 현실에선 자국이익 우선주의가 판친다. 국가 간 이해가 충돌하고 국제 공조는 금이 간다. 미국이 독일행 마스크를 가로채자 독일 정부는 ‘현대판 해적질’이라고 비판한 적도 있다.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의 폴 허드슨 CEO가 한 인터뷰에서 “개발비를 후원한 미국에 백신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백신 성공에 대한 신중론도 무시할 순 없다. 파월 Fed 의장은 “경제 회복과정이 내년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진 후 완쾌된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5월 17일자 선데이메일 기고문에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지만 갈 길이 아주 멀다”면서 “솔직히 말해 백신이 열매를 맺지 못할 수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완전한 퇴치에 4~5년이 걸린다는 견해와 함께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는 풍토병(엔데믹)이 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망가진 경제가 단숨에 원상회복하긴 힘들다. 포스트 코로나의 뉴노멀은 과거보다 ‘10% 부족한 경제’라는 냉엄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홍기영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7호 (2020년 6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