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영 칼럼] 大停止 시대 그 이후

    입력 : 2020.04.27 11:04:21

  • 디지털 전환 가속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승자 독식 심화 위기 극복, 새 질서 대응하는 경제·금융·산업정책 펼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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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는 경제에 치명타를 가했다. 수요와 공급 양면이 동시에 충격을 받았다. 내수·수출·고용 등 경제 전반이 ‘퍼펙트 스톰’에 휘말렸다.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지금은 제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 이후 최악인 ‘대정지(Great Shutdown)’ 시대”라고 표현했다. 전 세계 하늘길과 국경이 막혔다. 모두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가시밭길을 헤쳐 나간다. IMF는 올해 세계적인 역성장(OECD 회원 36개국 -3%)을 기정사실화했다. 한국(-1.2%)도 마이너스 성장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산업 공급망은 붕괴되고 말았다. 기업 매출, 순이익이 격감하는 실적 쇼크가 엄습한다. 잘나가던 기업도 매출과 이익이 50% 이상 줄어든 참담함을 겪는다. 기업마다 손실 최소화, 현금 확보에 올인한다. 자칫 경제가 생산·소비 격감-연쇄 도산-대량 실업-금융위기의 악순환에 휘말릴까 걱정이다. 국민들은 실업 공포에 빠졌다. 사업을 접은 자영업자,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는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빈부격차는 더 커진다.

    위기대책을 마련하는 정부는 딜레마에 빠졌다. 금리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은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많이 풀린 돈을 통화당국이 회수하지 못한 채 다시 위기를 맞았다. 저소득 서민층과 실직자 지원에 막대한 재정자금을 투입하는 확장적 재정정책도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다. 불황에 세금을 더 거둘 수 없고 무한정 국채를 발행하기도 힘들다. 글로벌 리더십 부재에 자국이익 우선주의와 보호주의가 팽배하다. 국제 정책공조와 협력의 길은 멀기만 하다.

    위기 이후 세계 경제 지형은 확 달라진다.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면서 새로운 트렌드가 세상을 지배한다. 공급·소비 패턴이 급변한다. 기존 패러다임이 무너진다. 첫째, 우리 삶에 디지털 기술이 뿌리내린다. IT에 기반한 네트워크형 스마트 기술이 활성화된다. 전자상거래, 재택근무, 인터넷 강의, 원격진료, 핀테크, 빅데이터 분석 등 언택트(비접촉) 기술이 각광을 받는다. 둘째, 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진다. 세계의 생산 공장, 중국을 탈피하는 ‘넥스트 노멀’이 다가온다. 자유무역체제가 후퇴하고 세계무역의 상당부분은 국가의 통제를 받는 관리무역체제로 전환될 것이다. 셋째, 독과점 현상이 심화한다. 승자독식 시대에 아마존같이 빨리 움직이는 플랫폼 기업이 경쟁에서 앞서 나가면서 시장을 장악한다. 혁신하지 못하는 전통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일상, 새로운 세계질서가 태동한다. 어두운 현실을 딛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싹튼다. 가정의 달을 맞아 스포츠 행사가 재개된다. 동해안 등 관광지에는 다시 인파가 몰려든다. 초중고 수업, 대학 강의도 점차 재개된다. 급강하 폭격기처럼 수직낙하했던 주가는 급반등한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180석의 슈퍼 여당은 승리감에 도취될 입장이 못 된다. 이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정청은 우선 코로나19에 따른 피해 가계·기업 지원을 위한 재정·통화·산업 정책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펼쳐야 한다.

    감염병 상흔, 고통과 후유증은 오래 간다. 2차 충격, 실물·금융 복합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탄력 근로시간제의 유연화 등 노동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반기업·친노조 정책을 고수한다면 망가진 경제 체력을 되살리는 일은 더욱 힘들어진다. 이와 함께, 원천기술 개발과 기업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고 기업 규제를 사후규제, 네거티브 방식으로 개편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내수활성화, 수출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위기를 재도약의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한다.

    [홍기영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6호 (2020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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