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영 칼럼] 코로나19發 ‘복합위기’ 극복하라

    입력 : 2020.03.30 17:18:38

  • 경제정책 전면 수정… 복원력으로 소비·생산 살려야 무차별 현금 살포보단 기업 다시 뛰게 하는 게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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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왔지만 국민의 마음은 우울하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은 일상을 확 바꿔놓았다. 공포에 휩싸인 개인들은 단체 활동을 중단했다. 하루 수백 명씩 확진 환자를 쏟아내던 코로나19의 무서운 기세는 꺾였다. 그러나 지역사회 감염은 여전하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 틀어박혀 ‘코로나 블루’를 겪는다. 주변 식당들은 개점휴업 상태다. 샐러리맨은 재택근무가 일상화됐다.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 약국 앞에서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은 긴 행렬을 이룬다. 모든 스포츠 행사, 지역 축제가 중단되고 말았다.

    코로나19 창궐에 ‘경제 빙하기’가 걱정된다. ‘코로나 고립주의’로 국경은 차단되고 국제항공편이 중단됐다. 국가 간 교역 위축,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세계 경제는 혼돈에 빠졌다. ‘미증유의 비상경제시국’이 전개된다. 국내 소비·생산·수출 등 실물경제 3대 핵심지표가 곤두박질친다. 전 산업에서 기업 매출·이익이 추락한다. 투자심리까지 얼어붙어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된다. 고용한파에 실업 쓰나미가 몰려온다. 게다가 금융부문까지 위축되는 총체적 복합위기 상황이다. 증시는 극단적인 붕괴 양상을 빚으며 코스피가 수직낙하한다. 달러 확보 쏠림 현상에 원화 값도 급락한다.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는 일련의 조치를 단행한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또한 한·미 중앙은행 간 6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 계약도 체결됐다. 정부는 11조7000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아울러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조치를 시행한다. 위기에 취약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 경영안정자금 확대, 특례보증 지원, 전 금융권 대출만기 연장, 전액 보증 프로그램 등 금융지원이 집중된다.

    ‘헬리콥터로 돈 뿌리기’식 현금 살포에는 찬반 논란이 뜨겁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1인당 1000달러 현금 지급을 포함하는 4조달러(약 5000조원)의 유동성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지자체 단체장들이 소비 촉진을 위해 1인당 50만~100만원을 재난기본소득으로 나눠주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데다 경제적 효과도 불확실하다. 도리어 같은 돈을 기업에 주는 것이 정부가 직접 쓰거나 개인에게 나눠주는 것보다 생산적이고 경기부양에 훨씬 효과적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경제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기업 규제의 과감한 해제, 임시투자세액공제 부활 등 세제 혜택, 특별연장근로 인가 확대, 주52시간제 보완 등을 통해 기업을 뛰게 해야 한다. ‘착한 임대인’ 운동에 민간·공공부문의 동참이 요망된다. 우량기업 흑자도산을 막는 데 금융권이 앞장서야 한다. 국산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는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됐다.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과 환자를 회복시키는 치료제 개발에 힘을 모아야 한다.

    리질리언스(resilience)는 고난과 역경을 겪은 후에 이전상태로 돌아가는 복원력이다. 물질의 복원력은 용수철이나 형상기억합금처럼 외부 충격에 의해 변형된 후 원래의 모양과 크기로 돌아오는 힘을 뜻한다. 사회나 조직의 복원력은 예상치 못한 상황의 변화로부터 받은 피해를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역량을 말한다. 경제적으로도 상흔을 딛고 완전한 정상화를 향해 일정한 수준까지 빠르게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리질리언스는 3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 현상을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인지력,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이겨내고 더 성장하는 지혜를 만들어내는 대응력, 최선의 대책을 수립해 모두 함께 신속하고 과감하게 움직이는 행동력이 바로 그것이다. 코로나19발 경제충격을 최소화하고 긍정의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 이번 위기를 1997년 외환위기에 이은 제2의 ‘위장된 축복’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홍기영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5호 (2020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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