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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마음산책] 동계올림픽이 빛내는 강원도 절경
입력 : 2018.01.26 15: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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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는 우리 국토의 등줄기와 같은 태백산맥을 경계로 영동과 영서지역으로 나뉜다. 지금 설명한 것은 강원도의 절반,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영동지역에 대한 얘기다. 춘천, 화천, 양구, 인제, 홍천, 원주를 아우르는 영서지역은 그보다 더 넓다. 산맥은 크고 작은 산들의 어머니다. 우리나라 모든 산과 산맥의 중심에 태백산맥이 있다. 전체 국토로 보면 옆으로 선 사람의 등뼈처럼 동쪽으로 바짝 치우쳐 있는 듯 보인다. 영동과 영서를 잇는 관문이 또 태백산맥이다. 아마 예전에는 관문이 아니라 두 지역을 가로막는 장벽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그런 장벽 가운데 처음 길을 낸 곳이 강릉과 평창 사이의 고개 대관령이다. 한반도 등줄기 태백산맥엔 높은 산들이 많다. 휴전선 너머에 있는 금강산(1638m), 설악산(1708m), 오대산(1563m), 계방산(1577m),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장이 있는 가리왕산(1561m), 그 아래 남쪽으로 내려가며 함백산(1573m),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태백산(1567m) 등 해발 1500m가 넘는 산들이 백두대간의 중심을 이룬다. 거기에 비하면 이번 동계올림픽 때 눈 위에서 경기가 펼쳐지는 평창군 대관령은 해발 835m밖에 되지 않아 고개로도 산으로도 오히려 야트막한 편이다. 그런데도 백두대간의 한가운데처럼, 또 우리나라 모든 고갯길의 으뜸처럼 불리는 것은 태백산맥이 가로막고 있는 영동과 영서지역을 연결하는 대표적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곳은 고개이자 산이며 길이며 문이다.
강원도의 강 이야기를 하면 역시 태백산맥에서 발원하여 서해와 남해로 흘러드는 한강과 낙동강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강원도 태백에 가면 삼수동이라는 동네가 있고, 그곳에 삼수령이라는 산이 있다. 삼수라는 이름 그대로 서해로 흘러드는 한강과 남해로 흘러가는 낙동강과 동해로 흘러가는 오십천의 분수령을 이루는 곳이다. 삼수령 제일 꼭대기에서 비 한 방울이 튀어 세 방울로 나뉘어졌는데, 한 방울은 동해로, 한 방울은 서해로, 한 방울은 남해로 흐른다는 말이 있다.
이곳 태백시 삼수동에는 1300리를 흘러가는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 연못과 한강의 발원지로 일컬어지는 검룡소가 있다. 또 삼수령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물은 물길은 길지 않지만 오십천으로 흘러들어 삼척 죽서루 앞을 지나 동해로 흘러간다. 민족의 젖줄 한강은 태백시 검룡소에서 발원해 다른 여러 골짜기의 물줄기를 모아 골지천이라는 이름으로 정선으로 흘러든다. 그리고 또 한 물줄기 송천이 백두대간 대관령과 황병산에서 발원해 남쪽 정선군으로 흘러내린다. 이 두 물줄기가 합류하는 곳이 바로 아우라지다. 아우라지라는 말도 두 물줄기가 만나 서로 어우러진다는 뜻이다.
지금도 아우라지에서는 여름마다 뗏목축제를 열고 뗏목 위에서 벌어지는 뗏목 아리랑을 공연한다. 아우라지를 무대로 한 노래엔 애환도 많아 이곳의 물소리와 함께 노래도 흘러 흘러 충주를 거쳐 양평 두물머리(양수리)에서 북한강을 만난다.
북한강은 북한에 있는 금강산에서 발원하여 인제와 양구 춘천을 거쳐 양평 두물머리에서 남한강과 만난다. 서울과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에겐 남한강보다는 아무래도 북한강이 더 익숙할 듯하다. 이 강을 따라 춘천까지 기차가 놓여 있고, 또 강을 따라 곳곳에 유원지와 댐이 있다. 제일 상류에 해당하는 평화의 댐에서부터 화천댐, 춘천댐, 소양댐, 의암댐(이상 강원도 지역), 청평댐, 팔당댐(두 댐은 경기도)에서 발전도 하고 홍수 때 강의 수량도 조절한다.
북한강과 남한강을 합치면 정말 큰 강이다. 강은 자연의 축복이다. 강원도 상류지역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 강이 흘러드는 서울과 경기도 사람들도 강물의 축복을 받는다. 서울과 경기도의 인구 가운데 1500만 명이 한강 하류를 사용하고 있는데 상류에서 그 물을 사용하는 사람은 고작 80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공업용수가 아니라 모두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만 사용해 그야말로 깨끗한 물이 하류지역 도시에 선물처럼 닿는다. 낙동강 역시 강원도 태백시 황지 연못에서 발원한 물이 남쪽으로 흘러 바다에 닿는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9호 (2018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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