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구현 칼럼] ‘지진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

    입력 : 2016.10.12 11:33:56

  • 필자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지진에 관해서는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배우는 학생이나 모두 건성건성 넘어갔었다. 지진파의 유형이나 전달속도 같은 기본상식 정도만 배웠다. 일본에서나 일어나는 ‘남의 일’이었으니까.

    화산활동도 마찬가지다. ‘한반도는 지질학적으로 늙은 땅이어서 분화구가 터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일본이나 중국에서처럼 큰 지진이 생기기 힘들다는 점에서는 맞지만, 그렇다고 안전지대도 아니라는 게 드러나고 있으니 말이다.

    지질학자들이 말하는 판구조론(Plate Tectonics)에 입각하면, 지구의 표면을 구성하는 판과 판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일본이나 중국(히말라야 근처)에서는 지진·화산폭발 등이 크게 일어난다. 반면 판 내부에 위치한 한반도에서도 땅의 찢어짐(단층)에 의해 얼마든지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이번 경주 지진이 확인해 줬다.

    기록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삼국사기에는 서기 779년에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해 가옥이 부서지고 100여 명이 죽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당시의 인구밀도를 고려하면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했던 것으로 학자들은 분류한다.

    고려사에 보면 백두산의 경우 서기 900년대에 폭발해 발해의 멸망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는 기록들이 있고, 제주도 백록담의 경우도 서기 1000년 안팎에 폭발했던 것으로 나온다.

    매우 오래전 일 같지만 45억 년 지구역사에서 1000년 정도는 같은 시대라는 걸 고려하면 한반도에서도 지진·화산은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문제가 된 양산단층으로 시야를 좁혀보면 최근 기록이 없어서 학자들 간에 활성단층이냐 비활성단층이냐 하는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에 활성단층임이 확인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대책은 제한적이다. ‘막느냐 못 막느냐’의 게임이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느냐 못 하느냐’의 게임이다. 지진이 일어나지 않게 할 힘은 인간에게 없다. 아무리 연구를 열심히 하고 조사를 열심히 해도 언제 어디서 지진이 날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지질학자들의 선언이다. 그래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꾸준히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일본처럼 경보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열심히 훈련을 해야 한다.

    인류를 위협하는 자연재해 가운데 화산은 어느 정도 예측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마그마가 올라오는 전조, 지열이나 지진을 통해 예측할 수 있다. 태풍도 언제 올 지 예측할 수 있다. 반면 지진은 현재 인류가 갖고 있는 과학기술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단층대 조사는 제대로 해야 한다. 주요시설을 단층대에서 떨어뜨리거나 못 짓게 막을 수 있다. 취약건물에 대한 보강공사도 이어져야 한다.

    지진에 대비해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우리는 이번 지진에서 확실하게 체득했다. 돈을 투자하고 제도를 정비하고 훈련을 꾸준히 해야 재난이 닥쳤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화산과도 다르고 태풍과도 다른 지진에 대해 꾸준히 대비책을 세우고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

    대형 재난을 겪을 때마다 냄비처럼 끓어오르다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됐던 걸 걱정하는 건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지진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맞닥뜨렸던 자연재해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는 점, 지진에 대한 대비는 여기서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하는 학자들이 많은 이유다.

    사진설명
    [윤구현 LUXMEN 편집인·편집장(이학박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3호 (2016년 10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