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구현 칼럼] 강연을 듣고 싶은 CEO

    입력 : 2016.08.05 17:51:27

  • 미국 공영방송인 PBS가 기획한 CEO와의 대화를 즐겨 본 적이 있었다. 텍사스대학 경영대학원이 주관한 이 프로그램은 미국 유수의 기업 CEO들을 불러서 경영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를 듣는 자리였다.

    참석한 CEO들은 경영대학원 교수와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방청석 MBA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도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행사 직후에는 칵테일파티를 하면서 방청객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CEO들이 전한 내용은 기업경영에 관한 회고와 경영자의 자세 정도인데, 사실 특별하다고 할 건 없었다. 단지 교수와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CEO는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에 관한 일반적인 궁금증은 상당 부분 풀렸던 기억이 난다. 얼굴표정, 손짓 발짓이 모두 재미있었다. 미국을 움직이는 대기업의 CEO들을 직접 볼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도 프로그램은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연장선상에서 <럭스멘> 8월 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강연을 듣고 싶은 CEO’는 누구인지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봤다. 아울러 CEO 외 인물 가운데 어떤 이들을 강연을 통해 만나고 싶어 하는지도 조사했다. IT경제 시대를 맞아 강연자로 초대하고 싶은 CEO로 단연 인터넷업계 CEO들이 선두권에 올랐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은 앞을 내다보는 안목과 과감한 투자로 스타 CEO에 올라섰음이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네이버 이해진 의장도 대중적인 자리에 잘 나서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와 라인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민의 뇌리 속에 확연히 자리 잡고 있음이 입증됐다.

    이재용 부회장, 정몽구 회장, 구본무 회장, 허창수 회장, 정몽준 회장, 조양호 회장, 김승연 회장, 박삼구 회장, 김준기 회장, 이웅열 회장 등 한국 재계를 이끌고 있는 대기업그룹 회장들은 예상대로 상위권에 골고루 포진했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여성들 사이에 보고 싶은 CEO 1위에 오르면서 최상위권에 포진한 것도 눈에 띈다.

    금융 분야에서는 박현주 회장이 상위권에 올랐다. 창업정신과 과감한 M&A, 글로벌 진출 등을 통해 희망을 던져주면서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경배 회장은 화장품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선진국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류의 아이콘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 강렬한 메시지로 연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성수 이랜드 회장도 중국시장에서 쌓아올린 성공스토리가 공명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지선 회장은 유통분야에서 회사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면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EO 외에 일반강연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경쟁에 지친 마음에 공감과 치유의 메시지를 주는 인물들이 상위권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혜민 스님의 경우 강연과 SNS 활동을 통해 마음을 정돈시켜주는 화두를 던져왔고, 김미경 강사의 경우 ‘센 언니’ 이미지를 통해 여성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넓혀 왔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한국 사회에서 대기업그룹 회장들이 일반인을 상대로 강연을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조금만 말실수를 해도 난리가 날 것이다. 표현이 조금만 애매해도 본질과 무관하게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현실적인 결론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을 잘 이끌어서 우리나라를 더욱 발전시켜 달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사진설명
    [윤구현 LUXMEN 편집인·편집장(이학박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71호 (2016년 08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