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구현 칼럼] 롯데월드몰 주차비의 경우

    입력 : 2016.02.01 16:40:30

  • 전 세계적으로 주요 대도시에는 나름대로의 랜드마크가 있다. 미국 뉴욕에는 자유의 여신상, 센트럴파크,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록펠러센터, 타임스퀘어 등 한 손에 다 꼽을 수 없을 만큼 랜드마크가 많다. 영화에도 나오고, 뉴스에도 수시로 나오는 명소들이다. 뉴욕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에 발길을 재촉할 수밖에 없다. 인도 뉴델리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자동차로 대여섯 시간 걸리는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시간을 짜낸다. 호주 시드니에는 오페라하우스가 있고, 중국 북경에는 만리장성과 자금성이 있다. 대만에는 요새 101빌딩이라는 고층빌딩이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랜드마크 역할을 한다고 한다.

    랜드마크란 탐험가들이 특정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표식을 해둔 것을 가리키던 말인데, 오늘날에는 도시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건물·조형물로 의미가 확장됐다.

    올해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는 예수상이 유명하다. 007 영화의 촬영장소가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리우데자네이루를 각인시키는 상징물이 됐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N서울타워는 눈에 잘 띄기는 하지만 관광객들에게 꼭 방문하고 싶은 명소가 됐다는 평가는 없다. 경복궁이나 숭례문도 우리에게는 소중한 문화유산이지만 북경의 자금성, 천안문을 알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그 의미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한때 휴전선이 한국을 상징하는 단어로 조사된 적도 있었는데, 편치 않은 결과일 뿐이다. 그나마 최근에 롯데월드타워가 외국 관광객의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는 하다. 건물 높이가 무려 555m다. 수도권과 서해를 훤히 내려다보는 청량감을 선사할 수 있다. 사무·주거·문화·쇼핑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도시 속의 도시’다. 국내 최초의 콘서트 전용 홀, 수도권 최대 아쿠아리움, 123m짜리 분수대까지 들어선다. 올해 말 모든 건축이 완결되면 연간 400만명의 외국 관광객이 잠실지역을 찾아 8000억원 이상의 관광수입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월드타워·몰에 관한 유쾌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2010년 10월 착공할 때까지 건축 허가에만 20년 이상 걸렸다. 롯데월드타워가 상량식까지 마쳤고, 롯데월드몰은 이미 오픈됐지만 이런저런 규제에 걸려 실력발휘를 못하고 있다.

    5년마다 재허가를 받도록 면세점 법이 바뀐 이후 열린 심사에서 롯데월드몰 면세점은 탈락했다. 하루 5000명 이상, 연간 150만명 이상의 중국 관광객이 방문했던 면세점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게 생겼다. 이유를 막론하고 롯데는 물론, 국가 경제적으로도 좋을 게 하나도 없는 일이다.

    롯데월드몰에 차를 갖고 가는 사람은 빠짐없이 주차비를 내야 하는데, 이 또한 상권 형성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시간당 일정액의 주차비를 물도록 한 곳은 롯데월드몰밖에 없다. 입주 상인들의 한숨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평균 주차 대수가 28%에 그치고 있다니 사실상 텅 비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이 정도라면 지상 교통흐름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데도 서울시는 주차비 문제에 관한 상인들의 하소연을 외면하고 있다.

    주말의 경우 길 하나 건너 롯데백화점 잠실점 주변은 주차대기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교통혼잡이 빚어지고 있는데, 롯데월드몰과 롯데백화점 잠실점 사이에 만들어 놓은 연결통로를 이용해 주차수요를 분산한다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 또한 주차요금 제도의 차이로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몰을 지켜보면서 초고층 빌딩을 지어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겠다는 꿈은 사실 양날의 칼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고층부로 올라갈수록 건축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지만 면적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업 주체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는 일종의 모험이다. 타이페이101이나 마리나베이샌드 같은 걸 지을 때 강력한 당국의 지원이 뒷받침됐던 이유를 알 만하다.

    롯데월드타워·몰은 당국의 지원은커녕 그 반대 상황에 계속 몰리고 있다. 대기업 특혜 시비라는 한국적 특수성이 있다손 치더라도 쇼핑객과 입주 상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장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는 것까지 가로막는 현재의 제약들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운영의 묘가 아쉽다.

    사진설명
    [윤구현 LUXMEN 편집인·편집장(이학박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65호(2016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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