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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구현 칼럼] 새 기후변화체제, ‘미래 먹거리’ 기회다
입력 : 2015.12.24 14: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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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가장 돈이 많다는 빌 게이츠가 요즘 꽂혀 있는 분야는 빅 히스토리(Big History)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이 과목이 채택되도록 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빅 히스토리란 한마디로 인류의 역사를 다루는 역사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구라는 별의 역사를 다루는 학문이다. 지구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방법은 과학인데, 138억 년 전 우주가 탄생한 빅뱅서부터 시작한다.
지구가 생겨난 건 대략 45억 년 전이다. 지구의 경우 대부분의 시간을 아주 단순한 시스템 속에서 존재하다가 인류가 등장하고 농업이 탄생하면서 아주 복잡해졌고,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 복잡성이 최고조에 이른다. 우주의 역사가 14년이라고 치면 산업혁명 이후의 역사는 불과 6초 정도인데, 이 6초 사이에 모든 게 변했다. 빅 히스토리에서 인류는 아주 특이한 존재다. 인류가 등장하기 이전에 지구에서는 한 개의 종의 모든 걸 지배하지 못했다. 반면 인류는 농업과 산업혁명으로 지구를 지배했다. 지구라는 별의 입장에서 보면 인류 지배의 결과는 지구온난화다.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1도 정도 올라갔다. 이 정도 올라갔는데도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기상 이변, 해수면 상승은 과연 인류문명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해야 하는데 조종법을 모르는 상황이다.
2015년 11월 제 21차 UN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이 체결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인류문명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이다.
세계의 195개 나라 정상들은 이 자리에서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모두를 포함하는 전 세계적 공조기반을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배출 전망치 대비 37%를 줄이기로 했다. 산업이 계속 발전하는 와중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비상한 각오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활용을 높여야 할 것이다. 여기에 직접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주는 방법도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다행히 그 첫 단추를 끼운 상태다. 이산화탄소를 배출 원점에서 포집해 바다 속 땅 밑에 가두어버리는 방법이 그것이다. 이른바 CCS(Carbon Capture & Storage, 해양이산화탄소포집저장)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가둬둘 수 있는 해저 공간에 대한 연구가 최대 선결 과제인데, 우리나라 인근 해역에서 최적지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05년부터 배출 원점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운반 저장하는 기술개발에 나서 울산에서 동해 쪽 일정 지점에 안정적으로 이산화탄소를 가둘 수 있는 해역을 찾아냈다. 여기에 대규모 이산화탄소를 바다 속 땅 밑에 안정적으로 수송하고 저장 관리하기 위한 설계기준까지 개발을 완료했다. 이제 남은 건 실제적으로 작동하는 걸 확인하는 과정뿐이라는 것이다.
CCS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건 우리나라 감축목표 달성에 대한 기여뿐만 아니라 이 기술이 갖는 막대한 잠재력 때문이다. 수출 말이다.
IEA분석에 따르면 전력을 생산할 때 화력발전에 CCS기술을 적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이 풍력이나 태양광보다 저렴하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은 CCS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영국은 신규 화력발전소에 CCS장착을 의무화했고, 미국은 현재 19개의 대규모 CCS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노르웨이는 이미 1996년부터 연간 10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바다 밑 땅속에 저장하고 있을 정도다.
이렇다보니 CCS시장이 2050년까지 3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CCS에 대한 얘기가 화제가 되는 건 요즘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가 불투명해지면서 나라 전체가 활력을 잃고 있는 데 연유한다. 중공업, 조선, 화학 등 중후장대형 산업은 수요 감소와 중국의 추격으로 위기다. 전자 자동차 역시 미래가 불투명하다.
기존 산업의 쇠락에 대비해 신성장산업을 찾아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대가를 지금 치루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기업마다 정리해고 찬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래에 필요한 기술을 먼저 확보하는 데 달려있음을 뼈에 사무치게 절감할 뿐이다.
CCS 기술의 경우 우리가 능히 개발할 수 있고, 시장 또한 무궁무진하다. 이런 기술들이 원활하게 개발돼 시장을 선점하고 국민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는 장면들을 하루 속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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