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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현의 IT경제] IT경제의 핵심, 소프트웨어
입력 : 2015.06.12 15: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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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가치가 높은 소프트웨어 구현이 경쟁력 오늘날의 경제는 눈에 보이는 소프트웨어가 이끄는 시대다. 눈에 보이는 소프트웨어는 자동차, TV, 냉장고 등과 같은 전통적인 생산물의 부가가치를 무한히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더 나아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을 실현시키는 역할을 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다. 생각하는 것을 실현시켜 줌으로써 부가가치를 올려주는 핵심 수단인 것이다. 어쩌면 부가가치가 아닌 핵심 가치로서의 역할을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스마트 폰 시장이다. 삼성과 미국 애플사 간에 세계 시장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시장 다툼이 좋은 예다. 스마트 폰 시장 초기는 화면, 카메라 등 다양한 장치 성능이 주된 가치였다. 여기에 눈에 보이는 소프트웨어도 주된 성능에 버금가는 가치로서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의 시장은 장치 성능에 의존하기보다는 소프트웨어의 기능이 주된 가치로서 역할을 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값싸고 성능이 좋은 장치보다는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가가치가 더 높은 소프트웨어를 구현하기 위하여 여기에 필요한 새로운 장치가 만들어지고 있다. 삼성과 애플사는 이제 결제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결제 시장을 넘보고 있다. 심장 박동수 측정 등과 같은 장치와 관련 소프트웨어를 통해 건강관리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입할 태세다.
앞으로 이러한 형태의 경쟁은 다른 분야로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자동차, 건설, 선박 등이 그 대상이다. 여기에 TV,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 시장에서도 변화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자동차 앞유리를 통해 인터넷 서핑을 하는 시대도 곧 오게 된다. TV를 통해 상품을 실제 체험하고 구매하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즉 눈에 보이는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을 지배하는 IT 경제 시대가 온 것이다. 전통적인 제품의 새로운 부가가치가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보다는 소프트웨어의 핵심 가치에서 오는 시대인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국가 경쟁력, 산업 경쟁력, 기업 경쟁력 여기에다 개인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시대이다.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육성해야 … 이러한 IT경제 환경에서 각 산업 분야에서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올리려면 무엇보다도 산업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또한 그 산업이 세계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분야는 그리 많지 않다. 휴대전화, 자동차, 선박, 건설, 전자정부 등과 같은 분야다. 이러한 분야와 관련된 소프트웨어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해당 분야에 대한 산업을 이해하는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프트웨어는 전통적인 개념의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창의적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전통적인 소프트웨어만을 아는 엔지니어로는 해당 산업을 성공시킬 수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무한하게 상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자동차 앞유리를 통해 인터넷을 하고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것을 상상하고 구현하는 방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TV로 새로 나온 옷을 입어보고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상상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상력은 그 산업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와 소비자의 몫이다. 소프트웨어는 더 이상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구현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소비자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소비자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소비자가 제품을 만드는 설계자가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소비자는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또 다른 축을 담당한다. 언제부턴가 대충대충 문화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소비자나 공급자나 하자가 많은 것에 대하여 관대해진 것이다. 이러한 문화는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너무도 만연되어 있다. 이른바 완벽한 소프트웨어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기조가 자리 잡으면서 문제가 있어도 일단 도입한다. 그리고 유지보수, 보완 개발로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이런 풍토에서는 경쟁력 높은 좋은 소프트웨어가 나오기 어렵다. IT 경제에서는 더 이상 이러한 것이 용인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품질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대금 지불을 거절하고 때로는 손해 배상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강한 소비자가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낸다. 그래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나오게 된다. 사소한 소프트웨어의 오류는 과거와는 다른 대형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 자동차 사고, 항공기 사고, 가정의 화재 등과 같은 대형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의 생각과 사고로는 눈에 보이는 소프트웨어 시대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눈에 보이는 소프트웨어의 무한 경쟁 속으로 …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각 분야에서 눈에 보이는 소프트웨어의 무한 경쟁에 빠져보는 것이다. 우선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무한 경쟁이 필요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전통적 소프트웨어 시장은 제도권 시장으로 바뀐 것 같다. 소프트웨어 산업 정책이 본격화된 지난 20여 년간 대기업 참여 제한, 하도급 제한, 분리 발주, 인건비 산정, 대가 산정, 관리 방법론, 개발 방법론, SI, 평가 가점 등 수많은 제도를 시행해 왔다. 앞으로 예상되는 제도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분할 발주, 도급 제도, 프로그래머 일용 등록제도 등 헤아릴 수가 없다. 그때그때 나오는 이러한 제도의 장점도 많이 있었겠지만 이러한 제도라는 울타리 속에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시장의 경쟁력은 그다지 나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소프트웨어는 그 특성상 특정한 잣대로 재단할 수 없다. 하드웨어가 아닌 것을 하드웨어적인 잣대로 끊임없는 선을 긋는 일을 해온 것이다. 심지어 각종 제도가 기득권 지키기에 활용된다는 지적도 많다.
아직도 분석·설계·개발·테스트 순이라는 20년 전의 이상한 개발 논리에 빠져 있다고 한다. 최근 성공한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대부분 이러한 정부의 제도라는 틀에 기대지 않은 기업들이라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로 진출한 강소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포기한 이유가 제도라는 울타리 시장에서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서라고 말을 하는 것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제도를 하나씩 없애는 데 힘을 모아 보자.
해외 제품에 부가가치를 더하라 다음으로 해외의 우수한 제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제품들은 국내 기술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에 소프트웨어라는 부가가치를 더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세계적인 건축 설계 전문가들이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통해 그 신뢰성을 검증하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국내 교통요금 징수 체계도 이러한 사례 중 하나다. 세계 최고의 제품들을 모아 새로운 절차와 방식을 고안하여 적용한 것이 곧 교통카드 시스템이다. 국내 교통카드 시스템은 이제 수출 경쟁력이 높은 제품이 되었다. 한마디로 눈에 보이는 소프트웨어 관점에서 본다는 과거의 제품은 좋은 부품이나 반제품인 것이다. 이러한 부품에 눈에 보이는 소프트웨어를 더하여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창의적인 생각이다. 증기기관의 발명과 전기의 발명으로 새로운 산업혁명이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이제 눈에 보이는 소프트웨어가 이러한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더 이상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의 부속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무한한 제품을 만드는 동력이다. 무한한 상상력을 구현해 주는 원천이다.
결국 눈에 보이는 소프트웨어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다. 무한 경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무한 경쟁 속에서 무한한 가치를 찾는 젊은이들에게는 미래 꿈의 원천이다. 눈에 보이지 않던 소프트웨어를 새롭게 꺼내 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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