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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구현 칼럼] SNS 해악론 vs 유용론
입력 : 2015.05.29 17: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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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SNS에 관한 다양한 생각과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호 럭스멘에 실린 이승우 소설가의 ‘너무 많은 정보들’이라는 글은 인터넷에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자료와 정보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되짚어 보게 만들었다.
“인터넷이 편리하고 유익하지만 부정확한 것도 많다”, “너무 많은 정보들은, 특히 인터넷과 같이 정보들 사이의 중요도가 가늠되지 않을 때는 더욱 선택을 지연시키거나 포기하게 한다” , “정보들이 우리를 사용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정보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유저다” 등이 개략적인 내용이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마음에 컴퓨터, SNS와 인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학술적 성과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봤다. 가장 눈에 띄는 건 SNS가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었다. 에든버러대 이야드 라환 박사팀의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막대한 양의 정보를 빠르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SNS가 인간의 분석적 사고 행위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팀은 20명의 피실험자 집단을 대상으로 3개의 간단하지만 틀리기 쉬운 질문을 던졌다. 한 문항에 대해 다섯 번의 대답 기회를 주는 것이 이 실험의 핵심이다.
3개의 질문은 모두 비슷한 유형인데, 그중 하나는 이렇다. 야구방망이와 볼의 가격이 합쳐서 1.1파운드이고, 야구방망이의 가격이 볼 가격보다 1파운드가 높다고 할 때 볼의 가격은 얼마인가? 즉흥적인 대답은 0.1파운드일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0.05파운드다. 야구방망이 가격이 1.05파운드이고 볼의 가격이 0.05파운드일 때만 둘 사이에 1파운드의 차이가 나오는 걸 머릿속으로 계산해 보면 된다. 다섯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처음의 답을 고수하는 사람이 많았다.
연구팀은 두 번째 피실험자 그룹에게는 똑같은 질문을 다른 방식으로 제시했다. 첫 번째 대답할 때는 독립적으로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의 답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두 번째 그룹에 속한 피실험자들은 그들의 네트워크 내에 정답을 아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의식하면서 답을 수정했다. 두 번째 집단에 속한 피실험자들의 상당수는 다섯 번의 대답 기회를 갖는 과정에서 정답으로 돌아선 것이다.
포인트는 비슷한 유형의 나머지 두 문제를 풀 때 보니 처음 내놓는 답이 여전히 엉터리였더라는 점이다. 첫 번째 문제에 답을 정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푸는 원리를 고민하지 않았음이 들통 난 셈이다. 연구팀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생각하고 고민하는 걸 귀찮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SNS의 부상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의지하게 만들고 있다. 스스로 사고하는 대신 네트워크에서 누군가는 정답을 알고 있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에 몰아넣을 수 있다. SNS에서 얻는 다양한 정보를 통해 도움을 얻는 경우가 많지만 말도 안 되는 조언이나 의견에 빠져드는 위험성이 상존한다.” 인터넷이 인간의 사고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 대신 인간의 사고능력을 확장시킨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 있다. 최근 출간된 클라이브 톰슨의 <생각은 죽지 않는다>가 그것이다. 책은 인간과 체스의 대결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1997년 전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는 IBM의 슈퍼컴퓨터인 딥블루와 대결에서 완패한다. 그가 찾은 제3의 길은 인간과 컴퓨터의 연합팀이었는데, 스스로 그리스 신화 속 반인반마의 이름을 딴 켄타우로스를 만들었다. 1998년에는 이런 유형의 연합팀이 경쟁하는 체스대회가 시작됐는데, 나중에는 인간과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조합할 수 있는 프리 스타일 시합이 열렸다. 전 세계 최고수들이 모였지만 우승자는 미국 뉴잉글랜드 출신의 두 젊은이였다. 이들은 컴퓨터 3대로 소프트웨어 5개를 동시에 구동하면서 전 세계 1400등 수준의 실력으로 최고수들을 무찔렀다. 이들은 더 나아가 딥블루보다 성능이 좋은 슈퍼컴퓨터 히드라와의 대결에서도 승리했다. 컴퓨터의 계산 능력에 인간의 창의성과 임기응변이 결합되면 막강한 능력이 창출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클라이브 톰슨의 주장은 이렇다. “디지털 툴을 사용하면 더 많이 보고 보유하는 확장된 정신을 갖는다. 체스게임처럼 컴퓨터의 도움을 받았을 때 인간은 훨씬 더 의욕을 갖고 게임에 참여했고, 새로운 차원에서 인간의 우수성을 발휘했다.”
컴퓨터와 SNS는 인간의 강점과 약점을 증폭시키면서 유용성과 해악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상황에 따라 가려서 쓰는 분별력일 것이다. 이 세상 만물 가운데 이유 없이 생긴 건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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