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구현 칼럼] 요우커가 던지는 옐로카드

    입력 : 2015.03.06 15:58:15

  • 음력 설을 앞둔 지난 2월 중순 신문 1면 사진에는 두 개의 장면이 교차했다. 하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국민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장면이다. 두 사진에 주목하는 이유는 요새 한국의 소비를 극적으로 대비시켜주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은 해외에 나가서 돈을 쓰고, 중국 사람은 한국에 와서 소비를 해주는 게 요즘 우리 경제의 한 단면이다. 요새 직장인들은 휴가를 모아놨다가 해외여행을 통해 한꺼번에 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불황에다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직장생활 속에서 평소에는 열심히 일하고 아껴 쓰다가 장기 해외여행을 통해 소비에 대한 욕구를 한꺼번에 발산한다는 얘기다. 이른바 ‘작은 사치’를 누리는 사람이 많아진 결과인데, 내수 진작이라는 국가 경제적 과제에 역행하는 트렌드다.

    ‘작은 사치’시대에 빛을 볼 만한 기업을 추천하는 증권사 보고서도 줄줄이 나올 정도다. H(health, hobby), E(entertainment), A(accessory), T(tour) 등등의 약자들이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아무튼 지금 대한민국의 소비는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다. 작년 통계를 보면 가구당 월 430만원을 벌어 255만원을 썼다. 주거비 걱정, 자녀교육 걱정, 노후 걱정에 돈을 쓸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것이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한 해의 소비는 그해의 소득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생 동안 기대할 수 있는 소득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는 라이프사이클 가설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대한민국의 소비심리는 가면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이런 마당에 물밀듯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은 고마울 따름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요우커는 556만명에 달했다(법무부 집계). 지난해 전체 외국인 입국자 1268만명 가운데 44.7%에 해당한다. 중국인 입국자 수는 2010년 172만명에서 매년 늘어나 5년 만에 3.2배가 됐다.

    올해 춘절에만 해도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12만여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은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유통업계는 요우커 특수를 톡톡히 누리면서 소비부진으로 인한 실적 하락을 막고 있다.

    한국을 찾는 요우커들이 소비 측면에서 고맙기는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불안한 징조들이 한둘이 아니다. 요우커들의 한국여행에 대한 만족도는 대단히 낮은 것으로 나온다(한국관광문화연구원 조사). 조사대상 16개 지역 관광객 중에서 요우커의 만족도는 14위다. ‘재방문 의사’ 역시 14위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다’가 13위다.

    이국적 경험을 통해 심신의 피로를 풀고 삶을 되돌아보다 보면 방문한 나라에서의 사소한 추억도 소중하게 마련인데,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는 답이 많다는 건 상식 밖이다. ‘한국 방문 후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응답이 16위로 최하위였다니 할 말이 없다.

    요새 중국인들이 몰리는 명동이나 동대문 일대를 지나가다 보면 중국말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올 정도로 요우커들은 한국의 곳곳을 휩쓸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지정학적 경제적 영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판에 한국을 경험한 중국인들의 머릿속에 한국은 청결하고 질서가 잡혀 있는 나라라는 존중의 인식이 심어지지 않고 있는 건 지금의 요우커 특수가 던지는 옐로카드다.

    사진설명
    [윤구현 LUXMEN 편집장(이학박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4호(2015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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