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구현 칼럼] 서경배 회장과 김범수 의장

    입력 : 2014.12.19 13:48:26

  •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은 지난 5월 미국에서 출간된 책 하나를 탐독했다고 한다. 미국 출장길에 접하게 된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Normal Accidents)라는 제목이 달려 있는 책이다. 발간된 지 꽤 오래된 이 책은 전 세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사고와 재난을 종합적으로 분류하고 분석한다. 사실 대형사고에 관한 한 시스템이 가장 발달한 미국일지라도 예외는 아니다. 유조선 좌초서부터 핵발전소 사고까지 예기치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초대형 사고가 반복된다. 안전에 신경을 쓰는데도 대형사고는 일어나고야 만다. 그래서 설치된 미국의 위원회가 전문가 집단을 모두 모아서 대형사고를 막기 위한 공부에 나선 결과물이 이 책이다.

    책은 인류가 크게 의존하는 행위와 시설에 대해 3가지로 분류한다. 대단히 위험한데 대체 수단이 있는 경우, 위험하지만 대체 수단이 없는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해서 주의를 더 기울이면 그럭저럭 안심할 수 있는 경우다. 예컨대 지구촌 시대 여행수단인 비행기는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가 막대하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에 꾸준히 안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식이다. 안전할 것 같았는데 세상에 비극을 뿌린 사고들을 되짚어 보고 인류의 대응방안을 정리해 보는 내용들이다.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라는 책을 찾아 읽으면서 떠나지 않던 생각이 하나 있다. 외국 원서까지 뒤져볼 정도로 본질을 읽기 위해 노력하는 최고경영자가 있는 회사. 최고경영자의 본질에 관한 의지와 열정 덕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이 한류의 전도사로 우뚝 설 수 있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서 회장이 처음 맡았을 때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0%대 후반이었다. 60% 이상은 외국산 화장품이 차지했다. 지금은 반대다. 아모레가 40%에 육박하는데 비해 외국산은 3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많이 사가는 제품이 아모레에서 만드는 화장품들이다.

    아모레는 얼마 전 중국 상하이에 세 번째 공장을 준공했는데, 여기에도 서 회장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투영됐다. 공장에 생산시설만큼 큰 연구센터를 집어넣은 것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지역별로 인종별로 모두 피부가 다르니 만큼 각각에 상응하는 연구를 하겠다는 취지다.

    아모레는 올해를 세계경영의 원년으로 삼았다. 화장품 한류를 통해 중국 동남아를 넘어 미국 유럽으로 뻗어가겠다는 것이다. 아모레를 전진시키는 게 K뷰티 바람이라면 그 뒤에 존재하는 본질에 대한 천착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미래를 밝히는 등대라는 생각이 든다.

    서 회장과 함께 올해 한국사회에 메시지가 강렬했던 경영인은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이다. 창조경제의 깃발 아래 그가 던진 창업의 메시지는 울림이 컸다. 그는 말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매달려라. 좋아하는 일이어야만 혼신의 힘을 쏟을 수 있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혼신의 힘을 쏟았다면 성공의 씨앗을 잉태할 수 있다.”

    그는 그의 말을 몸으로 보여준 인물이다. 대학원 졸업 후 찾은 직장에서 남들이 현재에 몰두할 때 김 의장은 그 다음에 벌어질 일에 주목했다. 지금보다 1년 뒤, 2년 뒤에 사람들이 찾을 언어와 문법을 연구했다. 그 노력을 거쳐 창업에 나섰고, 그 결과가 컴퓨터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한게임이다. 한게임 성공 뒤에도 그는 수없이 많은 도전 속에서 연속적인 실패를 거듭했지만 카카오라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수천만의 가입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가 만든 가입자 커뮤니티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무한한 창업의 기회가 되고 있다.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에서 끊임없는 혁신은 끊임없는 파괴를 불러온다. 자고나면 판세가 뒤바뀌는 정글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혁신뿐이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다음번 기회를 노린다. “적어도 6개월은 앞서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범수의 야성이 물고 올 또 다른 혁신이 뭐가 될지 궁금해진다.

    돌이켜 보면 올해 우리는 전통의 강자들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서 아파했다. 세계경제가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환율도 비우호적인 방향으로 움직였고, 경쟁국의 추격은 더욱 세찼다. 그런 가운데 한 줄기 빛을 던진 경영자들의 흔적은 또 다른 희망의 원천이 될 것이다. 올해 제2회 매일경제 LUXMEN 기업인상을 받은 서경배 회장과 김범수 의장에 대한 반향이 컸던 이유다.

    사진설명
    [윤구현 LUXMEN 편집장(이학박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1호(2014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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