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2시대-중국의 도전, 한국의 대응

    입력 : 2014.11.14 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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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비시장경제 국가로 보편적인 인류의 가치인 민주와 자유, 개방에 더딘 국가. 환율 조작국이며 인권 탄압 국가로 서구화되지 않으면 경제 성장도 무망한 국가. 이 같은 서방의 지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중국은 개혁 개방 30여 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적 국가로 성장했다. 특히 2008년 미국 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국제금융위기는 중국을 세계적 국가로 각인시켰으며 그동안의 경제적 성과는 국제 정치무대에서의 지위 상승으로 직결돼 미국과 함께 세계를 이끄는 한 축으로 부상했다. 이제 중국은 기존 세계질서의 제정자인 미국에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G2 중국의 위상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부상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성공에 기인한다. 특히 잠재적 중국의 역량이 실천적 역량으로 본격화된 지난 5년간 중국의 세계 성장 공헌율은 40%, 무역성장 공헌율은 30%에 이르며 3조5000억달러가 넘는 외환 보유고를 가지고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하는 확고한 경제적 실체로 떠올랐다.

    기업의 성장도 눈부시다. 미국 경제전문 잡지인 <포천>이 선정한 총 매출액 기준 세계 500대 기업에 포함된 중국 기업 수는 2013년 말 현재 89개로 미국의 132개에 이어 2위에 올라 62개의 일본과 37개의 영국, 프랑스의 31개, 독일의 29개 등을 제치고 주요 선진국들을 압도하고 있다. 게다가 세계은행의 발표에 의하면 세계 주요무역국 85개 국가의 제1 무역파트너 또는 제2 무역파트너가 중국이라고 하니 세계 어느 나라도 중국의 경제 상황과 움직임에서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여전히 1인당 GDP가 7000달러 선이지만 구매력 기준 총량 경제로는 미국에 육박하고 있기도 하다. 더욱 중요한 점은 미국이나 서유럽 등 서방 세력이 쇠퇴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세계 경제의 성장을 지탱하는 많은 신흥국들은 더 이상 미국과 보조를 맞추려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중국은 자신들도 세계의 한 축으로 충분한 기능을 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미국과 소위 ‘신형 대국 관계(新型大國關係)’ 설정을 주창하고 있다. 신형 대국 관계란 기존의 경쟁적 미소 관계와는 달리 양국 간 갈등을 지양하고 상호 존중하는 협력적 대국 관계를 구축하자는 게 요체다. 수교 35주년을 맞아 중국이 대미 관계에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도전

    물론 아직 중국은 미국의 직접적 상대가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럼에도 중국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장 확실한 차이를 보이는 군사력조차도 항공모함 건조, 제5세대 스텔스기 개발, 최첨단 미사일 시리즈, 우주 무기 개발 등을 통해 미국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으며 일본과의 조어도(釣漁島·댜오위다오) 분쟁 역시 배후에 미국을 의식하면서 전혀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움직임은 올해 들어 경제 분야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우선 브라질, 러시아, 인도와 남아공 등 브릭스(BRICS) 국가와 각 100억달러씩 출자해 500억달러 규모의 신개발은행(NDB) 설립에 합의했다. 가히 중국판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이라고 할 만하다. 또 아시아권에서는 아시아 인프라 개발은행(AIIB) 설립을 주도하면서 한국의 참여를 적극 요청하고 있는 중이다. 표면적으로는 아시아 개발도상국 인프라 구축을 지향하고 있으나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 주도의 기존 금융 질서에 도전장을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역 경제 주도권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미국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항해 2015년까지 ‘아세안+6 FTA’로 불리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적극 추진 중이며 2025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ATPP) 설립을 내세우면서 관련국들을 설득하고 있다. 여기에 ‘실크로드 경제지대’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정책을 통해 육로를 통한 중앙아시아 진출과 바닷길을 통한 동남아시아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있다. 당연히 중국 주도로 각국과 도로 및 철도망 연결과 중국의 철도, 도로, 건물, 교량 등 사회 인프라 건설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초점이나, 여기에는 분명히 미국의 공백을 메우려는 정치 경제적 양면전술이기도 하다.

    한중 경제 관계

    대외적으로는 분명히 G2의 위상을 만끽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내부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중국은 이미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운 중속 성장이 새로운 기준이 되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로 진입했다.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 사회 진입과 더불어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함으로써 과거 수십 년간 누려 왔던 인구보너스가 사라지고 있으며 거품 경제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제조업은 성장 둔화 속에서 생산 과잉에 시달리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은 연간 임금 상승률을 지속적으로 웃돌면서 거품이 심각하다. GDP 대비 53%에 달하는 지방정부의 과잉 채무 문제도 중앙정부의 재정을 압박하고 있고, 그림자 금융의 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 문제는 상호 연계성이 강해 처리를 게을리하면 성장이 둔화되고 너무 서두르면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더욱이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되면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

    사실 한중 관계는 한미 동맹과 한중 협력의 차별성 그리고 북한의 존재로 인해 여전히 정치외교나 군사 분야에서는 구조적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2년 양국 관계를 이끌어온 경제 문제는 다르다. 중국은 우리의 제1 무역상대국으로 우리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25%를 웃돌고 있으며 최대 자본투자국이기도 하다. 과거 한국은 분명히 중국 성장의 효과(China effect)를 향유한 나라다.

    특히 국제적 산업구조 조정기에 한국의 노동집약 제조업은 중국 진출을 통해 수명을 연장했고, 중간 기술력을 이용한 제조업 분야에서도 양적 질적으로 상당한 발전과 성장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중국의 기술 추격에 밀려 많은 분야에서 경쟁력을 상실해 중국을 떠나야 하는 처지이고 상호 보완성보다는 경쟁에 더욱 노출되어 있다. 구조적 문제이기는 하지만 중간재 수출이 70%에 육박하는 대중 수출은 중국의 부품 국산화에 따라 수출 증가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던 중국의 추격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경쟁력을 갖춰야 하며 내수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면서 지난 세월을 보냈다.

    한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한중 양국은 곧 FTA(자유무역협정)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FTA가 새로운 한국의 대중 경제 진출 전략이 되도록 근본적으로 통상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이 부분을 놓치면 한중 FTA는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중국은 더 이상 세계의 공장이 아니며 그들이 강조하는 대로 또 세계가 강조하는 대로 세계의 시장이다. 내수 시장은 우리에게만 열려 있지 않다. 성장하는 그리고 경쟁력을 갖춘 중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며 다국적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중국에는 여전히 연 15%씩 성장하는 소비시장이 있다. 제조업은 무엇을 팔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팔 것인가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존의 저부가가치 가공무역은 더 이상 우리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이다. 당연히 업그레이드된 제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시장 전략을 정확히 수립하려면 진지하고 엄밀하게 중국의 산업 정책과 통상 정책을 연구해야 한다. 중국이 추진하는 도시화 전략이나 신흥 전략 산업, 문화 산업 등에도 공간이 있다. 걱정만 하거나 마지못해 정책을 내놓는 뒷북만 칠 게 아니라 기업과 정부 그리고 관련 기관이 협력해 적극적으로 시장 전략을 수립하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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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0호(2014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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