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의 카드는

    입력 : 2014.01.09 17:55:05

  • 2013년의 마지막 달, 북한의 ‘2인자’로 불리던 장성택이 처형되면서 세계의 이목은 김정은이 이끄는 북한체제의 앞날에 모아지고 있다. 이는 1948년 북한지역에 공산정권이 수립된 이후 역사적 획을 그은 일련의 정적 제거 사례가 증명해주듯, 김정은도 세습정권답게 피바람을 몰아올 것이라는 우려 때문만이 아니다.

    김정일 사망 2주기를 불과 며칠 앞두고 장성택을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통해 사형선고 후 즉시 처형하였기 때문이다.

    왜 북한이 이러한 시점에 유례없는 처형을 단행하였을까? 이는 지난 12월 17일 진행된 김정일 서거 2주기 중앙추모대회의 분위기가 잘 보여주고 있다. 추모의 분위기보다 탈상의 성격을 띠고 있는 대회, 김정은 체제의 본격적인 등장을 예고하는 대회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2014년 김정은이 내보일 국정운영 카드는 어떤 것일까?

    지난 12월 13일 공개된 장성택의 판결문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은 장성택을 최근의 경제정책 추진에서 최대의 걸림돌이었음을 강조했다. 북한주민들은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누리게 해준다는 김정은의 약속이 이제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김정은은 성과를 보여줘야 할 막중한 부담이 생겨났다.

    지난해 5월 북한은 경제개발구법을 신설하였다. 김일성이 1960년대 제시했던 전국의 요새화가 아니라 전 지역을 경제개발구로 만드는 것이므로 경제개발에 대한 의지만큼은 파격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작년 10월 김정은은 비공개로 열린 경제부분 핵심관료 회의에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자본주의 침투를 두려워하지 말고 대담하게 대도시들과 국경을 개방할 것을 강조했다. 2012년부터 경제개혁 시범단위사업을 비롯해 여러 사업을 진행하였으나 성과가 없다고 하면서 100년 후에도 후회가 없는 통 큰 계획을 수립하여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앞으로 김정은은 경제개혁에 더 큰 박차를 가해 민심을 달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장성택을 처형한 죄목을 살펴보면, 북한은 장성택이 미국과 남한의 ‘전략적 인내’정책과 ‘기다리는 전략’에 편승하여 우리 공화국을 내부로부터 붕괴시키려 책동했다고 강조하였다.

    역대 북한정권대로 했다면, 외부세력의 ‘사주 받아’ 혹은 ‘연계 하에’ 라는 죄목을 붙였을 것이다. 장성택이 어떠한 이유든 남한에 왔었고 폭탄주도 즐겼기에 이러한 사례와 연계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한은 장성택이 모든 죄를 시인했다는 전제 속에서도 반당반혁명종파분자 일당에게 공통적으로 붙였던 남한 정보기관과의 연계된 상투적인 수법은 쓰질 않았다. 긍정적으로 보면, 장성택 처형을 남한과 연계시켜 안팎으로 협공을 받게 되는 것을 우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남북관계를 최악으로 몰아갈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월 19일 G20 및 국제금융기구 관계자들이 개성공단을 방문했는데 외부에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같은 날 진행된 제4차 개성공단관리를 위한 남북공동위원회에서는 제도개선과 관련한 논의가 순조롭게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사례가 북한의 의중을 보여준다.

    김정은이 체제 불안감을 해소하고 국정운영을 본격적으로 밀고나가기 위한 카드로 경제개혁을 내걸 가능성이 크다.

    이를 한반도의 바람직한 변화로 견인할지 아니면 장성택 처형에 따른 북한의 불예측성을 지속적으로 조성할지는 한국정부의 선택이다. 한국정부는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재개를 비롯해 남북이 해결할 현안들을 주도적으로 제기하여 협상장에 북한을 끌어들이는 아량과 담력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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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희 정책금융공사 수석연구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0호(2014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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