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UXMEN 칼럼]직장 선택이 참 어려운 이유

    입력 : 2013.12.20 10:59:44

  • “컴퓨터는 전 세계적으로 다섯 대 정도의 시장이 있다고 본다” (토마스 와슨 IBM 회장, 1943년) “개인이 집에 컴퓨터를 갖고 있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켄 올센 DEC 회장, 1977년) “640K 정도면 모든 사람에게 충분하다”(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1981년)

    지금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말이지만, 모두 당대 최고의 신기술 기업을 이끌던 CEO들의 발언이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 같은 ‘실언’이 특정 분야에서만은 아닐 것이다. 돈 냄새 잘 맡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가(大家)들이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비즈니스의 불확실성은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다.

    순간의 선택으로, 때론 예기치 않은 외풍으로 부침이 좌우되는 만큼 기업들의 수명도 급속도로 단축되는 추세다. 컨설팅회사 엑센추어는 미국 우량기업의 집합체인 S&P 500 지수 편입기업의 평균 수명이 1990년 50년에서 2010년엔 15년으로 줄었고, 오는 2020년엔 10년까지 짧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도 10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이 27년(대한상의 조사), 한국 상장기업 평균 수명이 20년(KOTRA 조사)에 그치고 있다. 국내외 데이터를 종합해 볼 때 일반기업의 경우 20년 정도면 나름 장수 반열에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의 변덕이 심해지고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되다 보니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기술발전 속도가 빠른 정보기술(IT) 분야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추세는 갈수록 심해질 것 같다.

    직장 선택을 앞둔 젊은이들의 고민은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 필자 역시 조언을 요청받을 때마다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그래서 요즘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직장 속으로 LUXMEN이 들어가 봤다. 30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와 구글로 압축됐다. 구글은 소수인원을 수시채용하는 형태라 수평 비교는 어렵지만 ‘신산업’을 이끄는 글로벌 선도기업 이미지가 어필한 것으로 풀이된다.

    취업하고 싶은 곳을 떠나 구글은 기술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초단기간에 급성장한 대표적 기업이다. 검색엔진의 후발 주자에서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력으로 시장을 뒤집어 놓은 구글의 힘은 어디에서 나왔나. ‘Googley’ 문화 덕분이란다. 첫째, 성공 시에는 포상을 하지만 실패는 잊게 해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문화다. 둘째, 직원들은 종종 엉뚱하면서도 야심찬 아이디어를 제안토록 요구받는다. 셋째, 모든 기술자는 업무시간 중 20%를 스스로 선택한 프로젝트에 할애한다. 여기서 상장기업도 탄생했다. 넷째, 관련 산업분야로 새롭게 진출한다. 다섯째, 자유분방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열정 있는 구글맨을 선발한다. 여섯째, 따뜻한 변기의 비데와 다문화 음식제공, 다양한 복지시설 등을 갖춰 직원들이 행복하게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하이테크 혁신 마케팅>) 실패를 격려하고 아이디어와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배려의 기업 문화는 한국 기업들에 의미 있는 대목으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국 젊은이들이 장밋빛으로 바라본 구글이 과연 지속성장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관건은 신생기업과 같은 혁신 중심의 문화를 유지할 것이냐다.

    구글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쇼핑, 지도, 위성사진, 광섬유 고속통신 외에 무인자동차, 태양열로봇과 같은 여러 가지 비관련 사업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글로벌 시장에서 상호 협력하며 경쟁하는 관계에 이미 들어간 상태로 구글과 같은 외국 기업이 한국 취업시장에서 선호도 1위 자리를 놓고 한국 대표기업과 치열하게 다투는 상황은 주목할 만하다.

    대학생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선망받는 기업들도 과연 인재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살려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고 이를 경쟁력으로 연결시키는 기업 문화를 갖추고 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취업자들 처지에서도 단순히 초임 수준에만 마음 쏠리지 말고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먼저 챙겨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개별기업 못지않게 산업트렌드를 보고, 어떤 상황에서도 제몫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갈고 닦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IMF 외환위기를 전후해 30대 그룹 중 절반이 쓰러졌다. 공기업도 언제 민영화나 통폐합의 소용돌이에 휘말릴지 모른다. 이쯤 되면 10년 뒤, 20년 뒤 특정 기업의 흥망성쇠를 점치는 것은 상당 부분 신(神)의 영역 아니겠는가.

    사진설명
    [임규준 LUXMEN 편집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8호(2013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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