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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확대하려면 임금 유연화 개혁 필요하다
입력 : 2013.08.28 14: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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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확대는 최근 우리 정부가 가장 큰 역점을 두고 있는 정책과제 중 하나다. 경제성장 둔화와 고령화의 어려운 환경에서 정부는 오히려 지금까지 달성해보지 못한 고용률 70%를 목표로 설정하는 등 강력한 정책적 투지를 드러내고 있다. 고용률 확대를 위해 정부는 주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두고 정책 대안들을 모색해 왔다.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정책은 특히 우리나라의 근로자당 근로시간이 다른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일단 올바른 방향이라고 평가된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에 의한 일자리 나누기 효과는 기업 생산 활동의 비효율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고 정부가 지향하는 대폭적인 고용률 확대를 가져다주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일자리 나누기 이외의 다른 대안들도 모색해야 한다. 필자는 그 대안 중 하나로 임금 유연화 정책을 제시한다. 임금 유연화 정책은 근로시간 단축처럼 기업 생산활동을 왜곡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다 시장친화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임금 유연화란 기본적으로 임금을 생산성에 연계시키는 임금체계를 지향하는 것으로 고용주의 고용부담을 완화시켜 결과적으로 고용 확대에 큰 기여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임금체계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임금과 생산성 간 작지 않은 괴리를 내포하고 있고 그에 따라 고용이 제한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정착되어온 연공임금제를 채택하고 있어 근로자들의 임금이 경력 초기에는 생산성을 하회하고 경력 후기에는 임금이 생산성을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임금체계는 장기 고용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근로자들의 귀속감과 근로 유인을 고취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노동시장에서는 고용 유연성이 강조되었고 장기 고용 문화가 약화되었으며 그 결과 연공임금제는 소기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는 임금체계의 연공성이 상당 부분 유지되면서 중장년층의 조기퇴직만 촉진하는 등 우리 고용구조를 왜곡시켜왔다. 이러한 사정은 최근 OECD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임금의 연공성이 높고 근속기간이 짧다고 보고하고 있는 것에 의해 잘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임금 및 고용구조의 난맥상은 우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현행 연공임금체계를 생산성임금체계로 개혁하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생산성임금체계로의 전환을 내용으로 하는 임금 유연화 개혁은 우리 노동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주요 문제, 특히 정규직 확대와 정년 혹은 고용 연장 문제의 해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정규직 부문에서 임금체계가 생산성임금체계로 전환될 때 정년 연장이나 정규직 확대의 문제에 보다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OECD는 주요 회원국 대비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비대 및 조기 퇴직 현상을 지적하고 있는데 그 상당 부분이 정규직 부문에서의 경직된 임금체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고용 연장의 방편으로 소위 임금피크제가 제시되고 있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현행 연공임금제를 인정하면서 고용 연장 기간의 임금만을 조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불완전하고 단기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 근본 해결책은 임금체계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물론 생산성임금체계로의 전환은 근로자 생산성을 측정하는 문제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들이 적지 않고 이를 둘러싸고 노사 간 갈등이 커질 소지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임금 유연화 개혁이 노동시장의 장기 발전을 위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기본 방향이라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지적할 것은 이 임금 유연화 개혁이 반드시 노사 합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연공성이 없는 생산성임금체계에서 근로자들의 소속감 및 근로유인을 고취하기 위해서는 협력적 노사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근로문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근로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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