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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이란 충돌 피한다면 유가 120달러가 ‘꼭지’
입력 : 2012.03.26 17: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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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하루 2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는 세계 3위의 석유수출국으로 국제 석유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란 원유에 대한 금수 추진이 석유시장에 선제적으로 반영되면서 국제유가를 상승시키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은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합의 소식으로 인한 유로존 재정위기 우려 완화와 투기성 자금의 석유시장 유입을 들 수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지난 2월 20일 브뤼셀에서 회의를 갖고 1300억 유로 규모의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을 승인하였다. 한편, 투기성 자금도 최근들어 원유 선물시장으로 대거 유입되어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비상업부문 순매수 계약이 2월 들어서만 약 50% 늘어난 약 25만 계약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내전으로 리비아 원유 생산이 전면 중단되었던 지난 해 5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경기부양을 위한 양적완화정책에서 비롯된 풍부한 유동성이 이란 리스크와 함께 투기성 자금의 석유시장 유입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보인다. 향후에도 국제유가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올해 국제유가의 상승 요인은 지정학적 리스크이고, 하락 요인으로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석유수급 상황의 개선, 달러화 강세 등을 들 수 있다.
올해 세계 경제는 높은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성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낮아질 전망이다. 세계 석유수급 상황은 석유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내전으로 중단되었던 리비아의 원유생산이 회복되고 비OPEC 공급이 예년에 비해 크게 늘면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유로 환율은 미 달러화의 신뢰도 하락보다 유로존 국가의 재정위기 우려의 영향을 받아 강세를 보이면서 유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란 원유 금수 등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는 이러한 유가의 하락요인들을 압도하여 국제유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이란 사태가 석유시장에 주는 충격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원유 금수에 따라 유럽국가와 우리나라, 일본이 이란 원유의 대체 수입선을 찾기 위해 나서면 국제유가의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다. 산유량을 늘릴 수 있는 여유생산능력은 대부분 사우디아라비아가 보유하고 있고 일부를 여타 중동 산유국이 보유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하루 300만~400만 배럴에 불과한 규모이다. EU가 이란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이란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모든 수입국이 수입량을 일정부분(0~25%) 감축하면 이란 원유에 대한 금수 물량은 하루 약 50만~90만 배럴에 이른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서 올해 연평균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15~120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거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에 국제유가는 단기적으로 150~180달러까지 상승하고 연평균 가격도 추가적으로 15달러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핵협상이 급속히 진전되어 지정학적 불안이 완화되면 국제유가는 수급 상황에 따른 하락 압력을 받으면서 연평균 가격은 110달러 아래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국제 유가는 강력한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들이 혼재하고 있어서, 고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선임연구위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9호(2012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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