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원의 주얼리 인사이트] 제프 베이조스의 결혼식, ‘그사세’들의 주얼리

    입력 : 2025.08.05 11:08:50

  • 사진 로렌 산체스 인스타그램
    사진 로렌 산체스 인스타그램

    지난 6월 27일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 인근 팔라초에서 세기의 결혼식이 펼쳐졌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방송인 로렌 산체스의 웨딩이었다. 세계 최고 부호의 결혼식답게 모든 것이 화려했지만 진짜 볼거리는 따로 있었다. 신부의 45캐럿 웨딩 링부터 하객들의 수백 캐럿 다이아몬드까지, 그날 등장한 주얼리 하나하나가 하이엔드 시장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객으로 온 킴 카다시안은 왜 오랜 주얼리 파트너 로레인 슈워츠 대신 모사이에프를 선택했을까. 오벌 컷이 트렌드세터들의 필수 아이템이 된 이유는 뭘까. 그리고 산체스의 핑크 다이아몬드 약혼반지가 투자 자산으로 주목받는 배경은 무엇일까. 베니스 결혼식을 통해 본 하이주얼리 시장의 최신 동향들을 살펴보자.

    주얼리 디자이너 로레인 슈워츠의 독주

    이번 결혼식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뉴욕의 주얼리 디자이너 로레인 슈워츠였다. 신부 산체스의 45캐럿 오벌 컷 웨딩 링부터 30캐럿 쿠션 컷 핑크 다이아몬드 약혼반지까지, 핵심 주얼리는 모두 그녀의 손길이 닿은 작품이었다. 하객들도 마찬가지였다. 켄달 제너의 250캐럿 에메랄드 세트, 클로이 카다시안의 100캐럿 다이아몬드 목걸이 모두 슈워츠의 손에서 나왔다. 비욘세, 킴 카다시안, 리한나가 그녀를 신뢰하는 이유가 이 결혼식에서 명확해졌다. 그런데 킴 카다시안만은 다른 선택을 했다.

    전남편 카니예 웨스트와의 약혼반지를 함께 디자인했던 슈워츠 대신 이번에는 모사이에프를 택했다. 브라운과 옐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겹쳐 착용한 것은 5월 멧갈라 이후 이어진 모사이에프와의 파트너십을 확인해준다. 1960년대부터 런던 뉴본드 스트리트에 자리 잡은 모사이에프는 수 세대에 걸친 주얼리 전통을 자랑한다. 킴의 이런 선택은 개인적 인맥보다 전략적 브랜드 파트너십을 우선시하는 변화로 해석된다.

    오벌 컷의 시대

    산체스의 웨딩 링은 최근 오벌 컷의 인기를 다시 확인해준다. 젠다야와 레이디 가가에 이어 산체스까지 오벌 컷을 선택하며, 이 트렌드의 지속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기존의 둥근 오벌에서 길쭉한 오벌이나 마키즈와 오벌이 만난 ‘모벌(Moval)’ 컷으로 세분화되는 추세다. 라운드 브릴리언트 컷의 완벽한 광채와 달리, 오벌은 더 큰 면적으로 시각적 임팩트를 주면서도 독특한 개성을 드러낸다. 손가락을 길어 보이게 하는 효과까지 더해져 현대 여성들의 선호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핑크 다이아몬드, 희소성의 무게

    산체스는 결혼식에서 두 개의 대형 다이아몬드 반지로 화제를 모았다. 45캐럿 오벌 컷 다이아몬드를 왼손에, 30캐럿 쿠션 컷 핑크 다이아몬드를 오른손에 나눠 착용한 것이다. 특히 핑크 다이아몬드가 투자 자산으로 주목받는 배경은 분명하다. 전 세계 핑크 다이아몬드의 90% 이상을 공급하던 호주 아가일 광산이 2020년 11월 폐쇄되면서 주요 공급원이 사라졌다. 브라질이나 러시아 등에서도 소량 생산되지만 아가일만큼 안정적인 공급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희소성 때문에 기존 핑크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체스의 핑크 다이아몬드를 250만달러로 평가하는데, 시장 변동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자산으로 여겨진다.

    두 개의 다이아몬드, 하나의 스토리

    산체스가 보여준 스타일링에서 주목할 점은 약혼반지와 웨딩 링의 동시 착용이다. 서양 전통에서는 약혼반지를 웨딩링으로 교체하거나 같은 손에 포개어 끼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녀는 30캐럿 핑크 다이아몬드를 오른손으로 옮겨 두 반지가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주도록 했다. 맞춤형 웨딩 주얼리가 인기를 얻는 추세에서 산체스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기성품보다 개인적 의미를 담은 디자인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성(姓)인 ‘베이조스’를 더한 ‘LB’ 이니셜이 새겨진 팔찌까지 착용한 그녀의 스타일링은 개인 맞춤형 주얼리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산체스가 결혼식에서 착용한 주요 주얼리들의 총 가치는 1000만달러를 넘어선다. 웨딩 링(400만달러), 약혼반지(250만달러),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이어링(300만~500만달러)을 합친 금액이다.

    전문가의 예리한 시선

    결혼식 후 주얼리 업계에서 작은 화제가 있었다. ‘보그’의 결혼식 리포트에서 웨딩 링 브랜드가 언급되지 않자 미국의 한 주얼리 전문가가 인스타그램에 분석을 올렸다. 마이크로 파베 다이아몬드 세팅의 특징을 근거로 로레인 슈워츠 작품일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 게시물에 여러 의견이 달렸다. 일부는 반지의 플래티넘 세팅이 너무 얇아 보석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고, 다른 이들은 JAR 등 다른 디자이너 작품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결국 관련 소식통을 통해 슈워츠 작품임이 확인됐다.

    새로운 럭셔리의 문법

    베니스 결혼식은 하이엔드 주얼리 시장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디자이너의 영향력, 셀러브리티들의 전략적 브랜드 선택, 그리고 투자 자산으로서의 보석 가치까지. 이제 럭셔리 주얼리 시장에서는 아름다움과 희소성 뿐만 아니라 브랜드 스토리와 투자 가치, 개인 브랜딩까지 고려하는 복합적 접근이 일반화되고 있다. 앞으로 이런 변화들이 하이엔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만하다.

    윤성원 주얼리 칼럼니스트·한양대 보석학과 겸임교수

    주얼리의 역사, 보석학적 정보, 트렌드, 경매투자,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분야를 다루는 주얼리 스페셜리스트이자 한양대 공학대학원 보석학과 겸임교수다. 저서로 <젬스톤 매혹의 컬러> <세계를 매혹한 돌> <세계를 움직인 돌> <보석, 세상을 유혹하다> <나만의 주얼리 쇼핑법> <잇 주얼리>가 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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