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원의 주얼리 인사이트] 보석 시장의 새로운 퀸, 투르말린의 부상

    입력 : 2025.02.28 18:08:42

  • 다이아몬드의 완벽한 투명함이 지배하던 보석 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4C(Color, Clarity, Cut, Carat)라는 엄격한 기준이 지배하던 다이아몬드와 달리 자연이 빚어낸 컬러의 매력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컬러스톤은 원석이 지닌 독특한 천연 컬러와 이를 극대화하는 정교한 커팅 기술로 다이아몬드와는 차별화된 존재감을 보여준다. 특히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로 대표되는 3대 유색석의 지속적인 가격상승과 공급 부족에 컬렉터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보석들로 확장되었다. 비비드한 컬러와 정교한 커팅이 주목받는 현대적 미학 속에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보석들이 독창적인 매력으로 수집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컬러스톤의 특별한 가치

    화려함과 사치의 대명사인 ‘블링(Bling)’이 다이아몬드의 영역이라면 컬러스톤은 자연이 빚어낸 다채로운 색상과 독특한 개성으로 새로운 럭셔리를 정의한다. 컬러스톤의 가치는 단순한 투명도나 광채가 아닌 각 원석이 지닌 고유한 색상의 깊이와 균형, 채도의 강렬함, 원산지의 희소성, 그리고 커팅을 통해 빛나는 조형미에서 비롯된다. 컬러스톤 연마의 대가들은 수십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 원석의 구조와 성질을 읽어낸다.

    클리비지(쪼개짐)와 컬러 존(색의 분포)을 고려해 최적의 커팅 방향을 결정하고 각각의 원석이 지닌 컬러와 특성을 파악하여 보석의 잠재된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이들의 손끝에서 원석은 최상의 광채와 컬러를 드러내며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특히 파라이바 투르말린이나 카슈미르 사파이어처럼 특정 산지만의 독보적인 특성을 지닌 보석들은 희소가치가 더욱 높이 평가되며 자연이 빚어낸 예술품이자 지질학적 역사의 증거물로서도 가치를 지닌다.

    모든 색을 품은 보석, 투르말린
    디올의 파라이바 투르말린
    디올의 파라이바 투르말린

    자연이 선사한 무지갯빛 스펙트럼이 하나의 보석군에 온전히 담겨있다면 단연 투르말린일 것이다. 카리브해의 푸른 물결을 닮은 파라이바 투르말린은 네온 블루의 강렬한 존재감을, 선명한 레드부터 라즈베리 컬러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루벨라이트는 대형 원석에서도 변함없는 선명도를 보여준다. 열대 우림의 신비를 담은 그린 투르말린, 깊은 바다의 청색을 품은 인디 콜라이트, 열대 해변의 맑은 물빛을 닮은 라군 투르말린까지, 투르말린은 자연의 색채를 완벽하게 구현한다. 이러한 다양성은 투르말린의 어원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신할리즈어로 ‘혼합된 보석’을 의미하는 ‘토르말리(Toramalli)’에서 유래한 이름처럼 투르말린은 단일 보석군 중 가장 풍부한 컬러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한 결정체 안에서 두 가지, 때로는 세 가지 색상이 공존하며, 내부에서 외부로 이어지는 미묘한 그라데이션까지 선보인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무지개의 모든 색을 담은 보석’이라 경외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컬러스톤의 대세 , 파라이바 투르말린
    불가리의 파라이바 투르말린 세르펜티 링
    불가리의 파라이바 투르말린 세르펜티 링

    투르말린 그룹의 최상위 보석인 파라이바 투르말린은 1980년대 후반, 브라질 파라이바 주에서 처음 발견됐다. 구리와 망간 성분이 만들어내는 네온 블루, 일렉트릭 블루, 혹은 윈덱스 블루로 통하는 특유의 푸른빛은 유색석 시장에 새로운 미학을 제시했다. 투르말린 그룹 중 엘바이트 계열에 속하는 이 보석의 공식 광물명은 ‘쿠프리안 엘바이트’이지만 발견지의 이름을 딴 ‘파라이바 투르말린’이라는 상업적 명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원산지에 따른 특성도 뚜렷하다. 브라질 파라이바산이 최상급 네온 블루의 진수를 보여준다면 이후 발견된 모잠비크와 나이지리아산은 더 큰 크기와 높은 투명도가 특징이다. 특히 모잠비크산은 청록색부터 보랏빛에 이르는 폭넓은 색상 스펙트럼을 지녔다. 가치 면에서는 브라질산 네온 블루가 최고 프리미엄을 누리는데 마치 카리브해의 청정 바다를 한 조각의 보석에 담아낸 듯한 독보적인 색채 때문이다.

    투자 가치와 미래 전망

    현대 주얼리 시장이 전환점을 맞이했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다이아몬드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컬러스톤은 오히려 더욱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파라이바 투르말린’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합성 보석이 유통되고 있지만 복잡한 화학 구조로 인해 천연석의 특성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주요 감정기관의 엄격한 감정을 통과한 천연 파라이바 투르말린이 여전히 높은 가치를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5년간 고품질 파라이바 투르말린의 연평균 가격 상승률 15~20%가 이를 입증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드래곤이 착용한 88억원대의 파라이바 투르말린 반지가 화제를 모으며 투자 가치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였다. 세계 3대 보석 박람회인 홍콩, 방콕, 라스베이거스 쇼에서 만난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도 한결같다. 프리미엄급 파라이바 투르말린의 공급은 극히 제한적이며 특히 브라질 파라이바 광산의 고갈로 새로운 공급이 중단된 상황에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파라이바 투르말린은 이미 새로운 ‘블루칩’으로 자리잡았으며, 브라질산 원석은 매년 가격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지드래곤이 착용한 제이콥앤코의 파라이바 투르말린
    지드래곤이 착용한 제이콥앤코의 파라이바 투르말린

    현대 보석 시장에서 다이아몬드가 여전히 ‘영원한 사랑’을 상징한다면, 컬러스톤은 자연이 선사한 독보적인 아름다움으로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그 중심에서 파라이바 투르말린은 구리가 빚어낸 네온 블루의 매혹과 높은 희소성으로 하이 주얼리 시장의 정점에 올랐다.

    윤성원 주얼리 칼럼니스트·한양대 보석학과 겸임교수

    주얼리의 역사, 보석학적 정보, 트렌드, 경매투자,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분야를 다루는 주얼리 스페셜리스트이자 한양대 공학대학원 보석학과 겸임교수다. 저서로 <젬스톤 매혹의 컬러> <세계를 매혹한 돌> <세계를 움직인 돌> <보석, 세상을 유혹하다> <나만의 주얼리 쇼핑법> <잇 주얼리>가 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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