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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의 사례로 풀어보는 세금 이야기] 소송 중인 재산에 대한 상속세는 얼마일까?
입력 : 2025.02.21 16: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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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인 상철은 평택시의 대규모 개발정보를 미리 알게 되었다. 상철은 옥순과 옥순 소유의 평택시 소재 토지(평택 토지)를 10억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을 모두 지급했다. 다만 소유권이전등기 시까지의 재산세는 상철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소유권이전등기는 추후 상철이 원하는 시기에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몇 년 후 평택시 개발이 발표되었고 평택 토지의 시가는 50억원으로 급등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옥순은 상철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매매계약의 취소를 주장했다. 상철은 소송을 준비하던 중 사고로 사망하고 말았고, 대신 상철의 유일한 상속인인 아들 상준이 옥순을 상대로 소를 제기해 다툼 끝에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 얼마 뒤 세무서장은 상철로부터 평택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하 ‘평택 토지 청구권’)을 상속받은 상준에게, 상철의 사망 당시 평택 토지 청구권의 시가를 50억원으로 보고 상속세 약 18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상준은 상철이 사망할 당시 승소 여부가 불분명했다며 승소가능성을 고려할 때 평택 토지 청구권의 가치는 5억 원(매매대금 10억원×승소확률 50%)에 불과하다고 다퉜다.
상속세란 사망으로 재산이 가족 등에게 이전될 때 그 재산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상속세 계산에서 상속재산이 얼마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상속세는 기본적으로 상속재산가액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한 과세표준에 상속세율을 곱하여 계산하는데 상속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10%에서 50%까지 높아지기 때문이다.
위 사례에서 상철의 유일한 재산이 평택 토지 청구권이었다고 가정해보자.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은 상속재산가액에서 적어도 5억원을 공제한 나머지만 과세표준으로 본다. 평택 토지 청구권의 가액이 상준의 주장과 같이 5억원이라면, 상속세 과세표준은 0원(평택 토지 청구권 5억원―일괄공제 5억원)이기 때문에 상준은 상속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 반면 평택 토지 청구권의 가액이 세무서장의 주장과 같이 50억원이라면, 상속세 과세표준은 45억원(평택 토지 청구권 50억원―일괄공제 5억원)이 되고 상속세율 역시 50%에 이르러 상준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약 18억원이 된다.
평택 토지 청구권의 가액은 얼마로 보는 것이 타당할까? 상증세법은 원칙적으로 상속개시일 현재의 시가로 상속재산을 평가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상속재산의 종류·규모·거래상황 등을 감안하여 법령에 규정된 방법에 따라 평가한 가액을 시가로 보게 된다. 여기서 시가란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로이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을 말한다.
따라서 거래가 빈번한 아파트의 경우 유사한 아파트의 매매 사례가액을 보고 시가를 알 수 있다. 반면 토지나 건물은 거래가 많지 않고 각각 면적이나 형태 등이 달라 시가를 알기 어렵다.
그래서 과거 많은 사람들이 토지나 건물은 시가를 알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공시지가와 같은 보충적 방법으로 평가해 상속세를 신고했고, 과세관청 또한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아파트보다 실질적으로 더 비싼 토지나 건물을 가진 자산가가 상속세를 덜 낸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정부는 2019년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상속세 신고기한 이후에도 토지나 건물에 대한 감정을 실시하여 그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했다. 사례에서 세무서장이 상증세법령에 따라 평택 토지에 대한 감정을 실시해 평택 토지의 시가를 50억원으로 확인했다면, 평택 토지에 대한 시가는 10억원이 아니라 50억원이다.
문제는 사례에서 상철의 상속재산은 평택 토지가 아니라 평택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평택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시가는 평택 토지의 시가와 같다. 매매대금이 모두 지급되었기 때문에 상준은 바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하여 평택 토지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례와 같이 매도인인 옥순이 매매계약의 효력을 부인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송에서 매매계약을 사기로 취소한다는 옥순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상준이 상속받는 재산은 ‘평택 토지 청구권’이 아니라 ‘매매계약 취소에 따른 10억원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된다. 소송의 승패에 따라 상속재산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상속재산의 가액도 달라진다.
이처럼 상속재산에 관한 소송이 진행 중이라면 상속재산을 정확히 평가할 수 없다. 상증세법령은 이렇게 소송 중인 권리의 가액에 대해서는 상속기준일 현재의 분쟁관계의 진상을 조사하고 소송진행 중의 상황을 고려한 적정가액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그에 따라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다시 사례를 보자. 대법원은 사례처럼 사망 당시 소송이 시작되지 않았어도 분쟁 중에 있었고 그 후에 실제로 소송이 제기되었다면, 그 권리를 소송 중인 권리로 보고 있다. 소송 중인 권리의 적정가액은 어떻게 정할까? 이론적으로야 상속 당시의 승소 가능성을 고려하여 그에 따라 평가해야겠지만, 승소 가능성을 알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소송이 확정되면, 그 결과에 따라 상속재산을 평가하고 있다. 즉 상속개시 당시 소송 중이었던 권리가 나중에 판결에 따라 확정되면 그 판결에 따라 ‘소송 중인 권리’의 가액을 평가하고 있다. 즉 상준이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것은 상속개시 이후이지만,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사실을 기초로 상속 당시에 상준이 승소가능성이 큰 권리를 상속받은 것으로 보고 상속재산을 평가한다. 결론적으로 위 사례에서 상준의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허승 판사
세법, 공정거래법에 관심을 갖고 현재 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전변호사회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술로는 <사회, 법정에 서다> <오늘의 법정을 열겠습니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