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영 칼럼] 큐큐족 유감

    입력 : 2022.12.26 14:19:19

  • 대실직 시대 도래하자
    ‘조용한 퇴사’ 큐큐족 대세로
    사회, 조직이 변화해도
    일에 대한 진정성 변함없어야
    김주영 월간국장·매경LUXMEN 편집인
    김주영 월간국장·매경LUXMEN 편집인

    얼마 전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직원 7500명 중 절반을 해고해 이목을 끌었지만, 이내 놀랍지 않은 일이 됐다. 빅테크 기업은 물론이고 건설, 금융, 유통 기업 등 전방위적으로 구조조정과 감원 태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대퇴직(The Great Resignation) 시대’가 가고 ‘대실직(The Era of Mass Layoffs) 시대’가 오고 있다. 불과 1년여 만의 대반전이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유행처럼 번진 자발적 퇴직 붐이 사라지고 복합위기로 인한 실직 러시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자산버블이 터지고 감원 태풍이 불자 워라밸, 욜로를 신봉하던 MZ세대의 플렉스(재력 과시) 열풍은 ‘짠테크’로 바뀌고 있다. 요즘 유튜브나 SNS에선 ‘돈 안 쓰고 버티기 챌린지’가 유행이다. 해외여행, 맛집 순례가 취미였던 한 20대 여성은 마이너스통장에 사채까지 썼던 과거를 청산하고 적금을 부어 1억원을 모은 자신의 경험담을 유튜브에 올려 화제가 됐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면서 생계를 위해 투잡, 스리잡을 뛰는 알바족에 이어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를 택한 이른바 QQ(큐큐)족도 등장했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지만, 이직을 준비하며 최소한의 주어진 일만 하는 사람들이다.

    마음이 떠난 회사에 마지못해 다니는 사람들은 과거에도 있었다. 큐큐족이란 이름까지 달고 새삼 주목받는 것은 향후 주 노동층이 될 M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 트렌드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조사 대상자의 77%가 “지금 큐큐족이거나 앞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MZ세대의 상당수가 언제든 회사를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고 긱이코노미의 확산으로 ‘대이직’이 뉴노멀이 된 현실에서 놀랍지 않은 결과다.

    다만, 100세 시대엔 30년 공부, 30년 일, 30년 노후를 즐기는 ‘20세기식 인생주기’는 사라지고, 한 사람이 평생 서너 가지 직업을 갖고 직업과 교육도 완전히 변화하게 된다는 석학의 예측이 코로나19로 인해 생각보다 너무 빨리 현실화되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사회가 변화하면, 직업도 변화하고 조직문화도, 일에 대한 가치관도 바뀌는 것은 당연지사다. 다만, 고물가 생활고에 일을 통해 자아실현과 보람을 얻는다는 생각은 사치로 치부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더군다나, 불로소득을 죄악시 않고 무위도식하는 삶을 인생목표로 삼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는 뉴스는 걱정스럽다.

    대이직 시대 큐큐족이 양산되는 사회는 개인도, 조직도 불행하다. 조직은 개인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혁신해야 하고 노동 시장은 더욱 유연하고 공정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가 아무리 변해도 투잡이든, 스리잡이든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의 진정성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과거 무수한 직장인들이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이뤄낸 성과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은 먹고 살기 위해 단역도 보조출연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매순간 열정을 쏟아부었다. ‘생계형 배우’로 50년 넘게 그가 장수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직업인으로서의 성실함과 투철함이었고, 관객의 마음에도 그 진심이 통했다. 이것이 바로 다가올 AI 시대에도 인간이 대체될 수 없는 차별점일 것이다.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8호 (2023년 1월) 기사입니다]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