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영 칼럼] 월드컵의 마법, 하나 되는 힘

    입력 : 2022.11.28 10:42:30

  • 처음으로 겨울 중동서 열리는
    사상 최대 규모 카타르 월드컵
    한국 16강 들면 월드컵 특수
    경기 성적과 경제효과 못잖게
    대한민국이 하나 된 그때 그리워

    사진설명

    지구촌 최대 축구 잔치, 월드컵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92년 역사상 처음으로 겨울에, 아랍 국가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11월 20일~12월 18일)’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 사상 최대 규모 월드컵으로도 일찌감치 관심을 끌었다. 2010년 개최지 확정 이후 12년간 카타르는 평균 온도 22도의 냉방 축구장 건설은 물론, 지하철과 호텔 등 인프라 구축으로 사실상 새 도시로 개조됐다. 이번 월드컵 개최를 위해 투입한 자금은 2020년 카타르 국내총생산(GDP·1795억달러)을 웃도는 2200억달러(약 296조원). 직전에 개최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개최비용(116억달러)과 비교하면 거의 20배에 달한다.

    카타르가 이처럼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월드컵을 치르는 것은 노림수가 있기 때문이다. 300만 명이 채 안 되는 인구에 경기도만 한 면적의 작은 나라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현대화된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국가 브랜드 홍보, 기업 이미지 제고 등 유무형의 경제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 라이벌인 두바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리는 관광, 대외무역 등 여러 면에서 ‘개최국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카타르 조직위원회는 이번 월드컵 개최에 따른 자국 내 경제효과를 170억달러(약 24조원)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번 행사로 카타르가 거둬들일 수익은 9조원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관광자원과 숙박시설이 부족한 카타르보다 인접한 아랍에미리트(UAE)의 관광도시 아부다비와 두바이가 이번 월드컵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300조원을 들여 9조원, 또는 24조원의 이익을 남기는 것이니 수치로만 따지면 흥행 대참패다. 벌써부터 카타르 월드컵이 인프라와 경기장에 과도한 지출로 유지비만 많이 들고 쓸모없는 시설만 남기는 ‘흰 코끼리’ 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월드컵이 미치는 경제효과에 대한 분석은 개최국 카타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월드컵 특수로 인한 경제효과 분석에 들어갔다. 보고서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표팀이 16강 이상 진출할 경우 월드컵 특수로 인한 소비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실질 소득 감소와 대출상환 부담 등으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월드컵 특수로 살아나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틔우고 연말 소비 확대의 불씨를 지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대표팀의 16강 진출이 전제돼야 하는데, 외신은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국팀이 속한 H조에서 16강 진출 예상순위 꼴찌다. 하지만 미리부터 비관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불가능을 가능케 해 꿈을 이뤄낸 역사가 있다. 월드컵에서의 경기 성적과 그로 인한 경제효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간절한 것은 스포츠가 만들어내는 마법, ‘하나 되는 힘’이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낸 대한민국은 4강으로 가는 고비마다 지역, 나이, 성별, 이념의 갈라치기 없이 얼싸안았고, 하나였다. 20년 만에 다시 한 번 온 국민이 하나였던 그때의 감동을 꿈꿔본다.

    [김주영 월간국장, 매경LUXMEN 편집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7호 (202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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