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규의 권력과 風水] ‘부자의 땅’ 송파서 돋보이는 BBQ 본사 땅, 현금 유통 많은 가락시장 앞 이전 후 급성장

    입력 : 2022.11.15 10:20:16

  • 성공한 사업가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풍수관과 사옥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세계적인 부동산 재벌이다. 그 부를 바탕으로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사업가·정치가로서 성공의 결정적 요인은 풍수였다. ‘야후 미국’에서 ‘Trump, Feng Shui(풍수)’를 검색하면 많은 풍수 관련 글과 이미지를 볼 수 있는데, 이런 영어 문장이 있다. “You don’t have to believe in Feng Shui. I just know it brings me money.” “당신은 풍수를 굳이 믿을 필요는 없어요. 나는 다만 그것이 돈이 된다는 것은 알지요”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풍수어록이다. 부동산 개발·투자·판매에서 아시아 부호들에게 풍수가 필수임을 알게 된 그는 풍수를 적극 활용하였다. 이 전략은 아시아 고객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명사·부호들에게 어필하여 ‘대박’을 터트린다.

    트럼프가 활용한 풍수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트럼프는 부동산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를 꼽았다. 그 3가지란 다름 아닌 “입지(location)·입지(location)·입지(location)”이다. 이때 ‘입지’를 결정하는 핵심은 ‘전망’이다. 좋은 전망 세 가지가 있다. 물(水)·숲(공원)·작은 이면도로이다. 이러한 전망이 없으면 어떻게 하는가? 전망을 인위적으로 만드는데, 이 역시 전통 비보(裨補)풍수를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정원·아트리움·연못·폭포수·출입구 변경 등). 새로운 것이 아니라 중국의 상업·무역도시 풍수 이론이다.

    가락시장 BBQ
    가락시장 BBQ
    삼수이로(三水二路)의 땅 송파

    송파는 남한산(남한산성)을 주산으로 성내천(小川)과 탄천 두 물이 좌우에서 북으로 흐르며 한강과 만나는 곳에 자리한다. 지금 성내천은 토사 퇴적으로 수량이 급감하였으나 한때는 배가 다니기에 충분한 물길이었다. 백제의 최초 도읍지(올림픽공원 일대)가 들어설 수 있었던 이유이다. 산은 인물을 키우고 물은 재물을 늘려준다(山主人 水主財)는 풍수 격언에 따르면 재물이 풍성할 땅이다. 이곳의 풍부한 물산은 조선조에 삼전도란 큰 나루터를 만들었다.

    물길 다음으로 그 땅의 터를 볼 때 재물의 흐름을 주관하는 것이 길(路)이다. 그러한 까닭에 길을 가수(假水)라고 한다. 롯데월드타워에서 문정동 법조단지로 이르는 큰길(송파대로)과 오금동에서 탄천을 건너 수서로 이어지는 큰길(중대로)이 그것이다. 三水(한강·탄천·성내천)와 二路(송파대로·중대로, 지하철 8호선과 3호선이 지하로 관통)가 모두 재물을 촉진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부자의 땅 송파의 기업 사옥과 풍수

    송파는 비교적 늦게 개발된 곳이기에 기업 본사가 그리 많지 않다. 롯데·영진약품·한미약품·환인제약·AJ네트웍스·보성그룹·대명리조트·BBQ 등이다. 풍수적으로 눈에 띄는 사옥 몇 곳을 소개한다.

    맨 처음 송파의 진가를 알아본 기업은 롯데이다. 롯데월드타워를 구상한 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이야기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경기장을 짓기 위해 한국올림픽조직위원회는 돈이 필요했다. 체비지(현재 제2롯데월드 터)를 팔아 현찰을 확보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를 사겠다는 기업이 없었다. 이를 흔쾌히 수락한 이가 신격호 회장이었다. 그는 그곳에 세계 5위의 초고층 마천루 롯데월드타워(555m)를 세워 대한민국 ‘랜드마크’가 되게 하였다. 한강과 석촌호수라는 탁월한 물(水) 전망이다. 트럼프가 대통령 재직 당시 방한하였을 때 ‘롯데월드타워’를 극찬한 것도 트럼프 자신의 풍수관에 부합하였기 때문이다. 올림픽공원 앞에 자리한 한미약품 본사의 풍수적 장점은 트럼프가 전망의 두 번째 요소로 꼽은 공원이라는 좋은 ‘숲’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제 초기 도읍지를 ‘전망’으로 확보하고 있다. 건물 모양 또한 방정(方正)하여 영구지지의 터로 손색이 없다.

    가락시장 BBQ
    가락시장 BBQ

    2019년 문정동에 신사옥을 건립 보성그룹 사옥(‘한양타워’)은 주변 건물들에 비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지상 13층). 그러나 트럼프가 말한 ‘전망 만들기’를 통해 사옥의 풍수 가치를 높인 전형이다. 사옥 입면을 대나무 이미지로 하였다. 사측은 “대나무가 군자의 인품·강직함·지조를 상징”하기에 그렇게 만들었다는 설명이지만, 대나무처럼 빠르고 높게 성장하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봄 비 내린 뒤 죽순(우후춘순·雨後春筍)의 상이다. 또 건물 주변에 작은 정원을 만들고 소나무·바위·대나무 등을 심어 ‘자연 속의 사옥’을 만들었다. 사람들에게 편안한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트럼프가 말한 ‘전망 만들기’의 성공적 사례이다.

    송파에서 가장 실속 있는 풍수 터 잡기는 비비큐 본사이다. 2002년 이곳으로 본사를 옮긴 후, 전 세계 4000여 개의 가맹점을 보유한 기업이다. 특히 비비큐가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것은 금년 2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이다. 비비큐 윤홍근 회장이 선수단장이 되었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중국 주최 측의 일방적 편파판정에 한국 선수들은 기죽고 국민들은 분노하였다. 이때 윤홍근 선수단장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IOC에 제소하겠다는 강력한 항의는 세계 스포츠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선수들은 힘을 얻었다. 국민들을 통쾌하게 하였다. 비비큐 본사 사옥 입지는 절묘하다. 사옥 바로 앞에 거대한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은 탁월한 ‘전망’이다. 매일 새벽 전국에서 올라오는 농수산물이 경매를 통해 또 서울수도권 소비자에게 전해지는, 현금 유통이 가장 많은 곳이다.

    가락시장 바로 앞은 탄천이 흐른다. 비비큐 측은 사옥을 금계탁속(金鷄啄粟) 형국으로 자부한다. 금닭(金鷄)이 가락동 시장에 널브러진 먹이(粟)를 쪼아 먹다가 목마르면 탄천물을 마신다는 길지라는 것이다. 이곳 송파에 처음 나라를 세웠던 온조왕은 이곳을 일러 “한강 남쪽에서 땅이 가장 비옥한 곳(漢水之南土壤膏肥)”이라 하였다. 트럼프 말로 바꿔 말하자면 “돈을 벌게 할 좋은 풍수의 땅”이다.

    [김두규 우석대 교수]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6호 (2022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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