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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원의 클래식 포레스트] 드보르자크의 현악 세레나데를 들으며… 보헤미아에 진심이었던 위대한 촌사람의 음악
입력 : 2022.06.30 16: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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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계절이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이면 통과의례처럼 꺼내 듣는 음악이 있다. 바로 드보르자크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라는 곡인데, 한 번은 모 잡지사의 요청으로 ‘여름휴가지에서 듣고 싶은 음악’으로 추천한 적도 있다. 그토록 아끼는 곡이건만, 지난 2년 동안은 코로나 사태의 와중에 이 곡을 챙기는 것조차 잊고 살았다. 그런데 며칠 전 경기아트센터에서 특강을 진행하며 오랜만에 드보르자크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이 곡이 생각났다. 관악기가 빠진 현악 앙상블을 위한 이 세레나데는 드보르자크가 남긴 가장 유려하고 사랑스러운 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통상 ‘세레나데’라고 하면 ‘저녁 무렵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는 사랑노래’를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한편으론 18세기 후반에 모차르트 등이 썼던 ‘다악장의 기악 앙상블 음악’을 가리키기도 한다. 드보르자크는 후자의 선례를 따랐고, 이 곡 외에 (이번에는 현악기가 빠진) 관악 앙상블을 위한 세레나데를 한 곡 더 남겼다. 오랜만에 <현을 위한 세레나데>에 귀를 기울여본다. 다섯 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고전적인 세레나데의 성격을 잘 살리고 있다. 진지하고 극적이기보다는 유쾌하고 느긋하며, 한가로운 여름날 저녁에 어울리는 은은한 분위기와 싱그러운 정취로 가득하다. 기본적으로 순수한 음률의 향연이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이와 달빛 아래 정원에서 정담을 나누거나 오솔길을 거닐기라도 하듯 감미로운 기분을 자아낸다. 필자는 언젠가 체코 여행 중에 누볐던 보헤미아의 숲과 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아울러 이 곡을 듣다 보면 음악의 안팎에서 우러나는 따스한 감수성, 소박하고 진솔한 인간미를 감지하며 궁금증이 일기도 한다. 드보르자크는 과연 어떤 사람이었기에 이런 음악을 쓸 수 있었던 걸까?
아울러 그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풍부한 감수성과 인간미는 역시 그의 성품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투박한 인상에 곧잘 화를 내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상냥하고 친절하며 눈물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향 보헤미아의 풍물과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 깊고 뜨거운 애정과 향수는 유명한 <신세계 교향곡>의 느린 악장을 비롯한 그의 음악 도처에서 발견된다. 그런 그의 음악은 언제나 듣는 이의 가슴 깊이 스며들어 심금을 울리고, 인생사의 희로애락을 가장 순수하고 생생하게 느끼도록 해준다.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2호 (2022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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