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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모의 미술동네 톺아보기] 제59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사용법… 놓쳐선 안 될 전시, 어디부터 가야 하지?
입력 : 2022.06.30 16: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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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모두가 ‘추앙’하는 여행지이다. 갈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은데, 맛있는 것까지 즐비하다. 게다가 비엔날레가 열리는 베네치아에서 현대미술의 마니아라면 그 발길은 빛의 속도로 달려도 부족하다. 그렇다고 여행자로서 그 모든 것을 다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유롭게 베네치아와 비엔날레를 동시에 즐기려면 적어도 2주는, 오롯이 비엔날레만 잡으면 그래도 4박 5일에서 5박 6일은 잡아야 하지 않을까. 영국 출신의 조각가 토니 크랙(1949년~ )의 유리작품 전시는 유리공예의 성지 무라노섬 유리박물관에서, 카펫과 근대가구 등을 다루는 디자인 전시는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의 개인공항(Giovanni Nicelli Airport)에서 열려, 관람객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안젤름 키퍼 두칼레 궁전 전시.
아무래도 많은 작품을 봐야 하는지라 시간이 지나면 지쳐서 건성으로 지나치기 쉽다. 따라서 목표를 정해 보물찾기하듯 작품을 찾아보는 것은 비엔날레를 쉽고 재미있게 기억하며 보는 방법이다. 많은 언론이 눈여겨볼 만한 국가관을 지목했지만, 대개가 흔히 말하는 힘센 국가들의 국가관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수상한 작가를 중심으로 돌아보기로 하자.
상은 국가관과 본전시로 나누어 시상하는데 이번에 국가관 황금사자상은 소니아 보이스(1962년~ )의 영국관이, 특별언급상은 지네브 세디라(1963년~ )의 프랑스관과 처음 참가한 아카예 케루넨과 콜린 세카주고의 우간다관이 차지했다. 본전시 즉 ‘꿈의 우유(Milk of Dreams)’전의 황금사자상은 시몬 리(1967년~ )가, 은사자상은 레바논 출신의 알리 슈리(1976년~ ), 특별언급상은 미국의 린 허시먼 리슨(1941년~ )과 캐나다의 이누이트족인 슈비나이 아슈나(1961년~ )에게 돌아갔다.
이번에 처음으로 참가한 우간다 국가관의 지네브는 사진과 영상으로 인간과 지역의 관계를 다루는 작업을 해왔다. 폐품으로 구성된 콜라주 작품을 출품한 우간다의 콜린 세카주고와 지역의 여성 공예가들과 협업을 통해 설치작업을 하는 아카예 케루엔은 고유의 창의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강한 확신을 보여준다. 우간다관은 자르디니아나 아르세날이 아닌 시내 팔룸보 포사티궁에 있다. 이곳은 2007년 이우환의 개인전이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한국관의 김윤철(1970년~ )의 작업은 매우 경이롭고 신비하다. 과학과 기술이 예술로 승화돼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작업은 많은 이의 입에 올랐지만, 전체적인 이번 비엔날레의 주조와 거리가 있는 내용이라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아카예 케루넨, 콜린 세카주고의 우간다 국가관.
이누이트족인 슈비나이 아슈나는 캐나다 북부의 고향 풍경과 주인이 아닌 이방이 되어버린 현대 이누이트족의 생활을 섬세하게 묘사한 펜과 연필 드로잉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속 인간들은 가정적이며 일상적이다. 초현실적인 그의 세계는 영적, 우주적, 환상적 힘으로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꾀한다.
개인적으로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전통놀이를 채집한 벨기에관의 프랑시스 알리스(1959년~ )의 작품이 내내 머릿속에 남았다. 본전시의 이미래(1988년~ )와 정금향(1980년~ )은 아르세날에 전시되어있다. 카스텔로 공원과 아르세날 중간에 이건용(Palazzo Caboto)이 트레이드마크인 ‘신체풍경’을 갖고 기다린다.
국제근대미술관인 카 페사로(Ca’Pesaro)의 상설전시와 동양미술관도 볼 만하다. 조금 더 발품을 팔아 ‘산 로코 대신도 회당’에 가면 베네치아의 화가 틴토레토(1519~1594년)가 약 25년간 그린 56점의 천장화와 벽화가 가득한 장관을 만날 수 있다. 페기 구겐하임의 ‘초현실주의와 마술: 마법에 걸린 모더니티(Surrealism and Magic: Enchanted Modernity)’전은 필수다. 이곳의 상설전시도, 앞뒤 마당의 조각 작품도 빼놓으면 베네치아에 한 번 더 갈 준비를 해야 한다. 두칼레 궁전의 안젤름 키퍼(1945년~ )의 전시는 초대형 작품이 궁전의 33점의 천장화와 결합해 장관을 연출한다. 1577년 화재로 전소된 뒤 더 화려하게 재건된 것을 주제로 파괴와 창조, 삶과 죽음을 순환을 보여준다. 산 조르조 마조레섬은 성당과 종탑이 유명하다. 성당에는 나폴레옹이 약탈해간 파올로 베로네세(1528~1588년)의 ‘가나의 결혼식’(1563년)이 있던 곳이다.
케힌데 와일리 전시.
푼타 델라 도가나, 팔라조 글라시, 225석을 갖춘 테아트리노 글라시는 안도 타다오(1941년~ )의 작품이다. 로마광장에서 베네치아로 들어가려면 필히 건너야 하는 산티아고 칼라트라바(1951년~ )의 ‘구조적 다리’도 유려한 선을 뽐낸다. 베네치아 사람들이 사후에 묻히는 산 미켈레 묘지는 치퍼필드의 손길이 닿아 있다. 루이즈 네벨슨의 전시가 열리는 장소도 그가 5년간 재구조화해서 이번에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문을 연 곳이다.
‘초현실주의와 마술’ 전시 전경.
대개의 전시는 비엔날레가 끝나는 11월 27일까지 열리지만 페기 구겐하임 등 몇몇 전시는 여름이나 초가을에 종료된다. 표를 통해 전시일정과 휴관일을 확인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비엔날레는 오후 7시에 폐관하지만, 9월 27일 이후에는 오후 6시에 문을 닫고, 월요일은 휴관한다. 7월 25일, 8월 15일, 9월 5일과 19일, 10월 31일과 11월 21일에는 월요일에도 문을 연다.
베네치아로 떠날 계획이라면 다음 준비할 것은 튼튼하고 편안한 운동화다. 베네치아의 맛집은 필자의 입맛에 맞는다는 의미일 터, 그래서 생략한다. 다만 돌아다니다 보면 공복은 아니지만 왠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진다. 미술사에서 소외되었던 여성 작가들의 복권은 이루어진 것 같지만 대개의 유색인종 작가들이 자국보다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나거나 자란 이들이란 점이 아쉽다. 더 아쉬운 것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동양과 아시아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준모 미술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42호 (2022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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