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우의 명품 와인 이야기] 아르헨티나 고급 와인의 완성 니콜라스 카테나 자파타

    입력 : 2022.03.10 15:58:33

  • 기록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최초의 와인 포도밭은 1556년 선교사인 후안 세드론(Juan Cedron)이 조성하였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최고의 와인인 ‘니콜라스 카테나 자파타(Nicolas Catena Zapata)’가 처음 출시된 해가 2001년이니까, 아르헨티나의 고급 와인이 세계 애호가들에게 인정을 받는 데까지 약 450년이나 걸린 셈이다. 니콜라스 카테나 자파타를 만드는 보데가 카테나 자파타 와이너리는 아르헨티나 유명 와인 산지인 멘도자 지역에 1902년에 설립돼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이다.

    카테나 자파타 와이너리 오너인 니콜라스 카테나와 그의 딸 로라 카테나
    카테나 자파타 와이너리 오너인 니콜라스 카테나와 그의 딸 로라 카테나
    프랑스의 보르도나 아르헨티나의 멘도자 같이 특정 지역의 사람들이 대거 와인을 만들게 되는 이유는 대체로 종교적인 혹은 상업적인 두 가지 이유로 단순하다. 한때 수도원의 운영을 위해 교회에서 와인을 만들어 팔았던 것을 생각하면, 와인을 처음 만들게 되는 동기는 후자의 한 가지로 압축될 수도 있다. 하지만 평범한 와인이 아닌 고급 와인을 만들게 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내가 2012년부터 9년간 한국 시장을 맡았던 샤토 라피트 로칠드에서도 아르헨티나에서 ‘카로(Caro)’라는 와인을 만들었다. 카로는 카테나와 로칠드 가문의 알파벳 두 글자를 조합한 이름으로 이름에서 보이는 것처럼 두 가문의 조인트 벤처로 시작했다. 유럽 최고의 가문 중 하나인 로칠드에서 아르헨티나 시골의 카테나 가족과 손을 잡은 이유는 간단했다. 라피트 로칠드의 메이커였던 샤를 슈발리에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아르헨티나에서 최고의 포도밭은 카테나 가족들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과 같이하지 않고는 고급 와인을 만들 수가 없었다고 한다.

    브라질에 정착한 로칠드 가족의 일원 중 하나는 내게 남미 와인의 성장에 대한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 적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로칠드 가문을 포함한 유럽 유력 가문의 후손들이 대거 브라질로 건너갔는데, 브라질은 와인을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아 유럽 와인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고 한다. 와인을 뺀 식사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이들에게 와인은 중요한 것이었지만, 매번 유럽에서 남미로 와인을 가져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걸릴 뿐만 아니라 적도를 지나며 와인이 쉽게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같은 남미의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포도밭에 투자를 하여 좋은 품질의 와인들을 남미에서 생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와인을 만들고 보니 아르헨티나에서 만든 와인은 칠레에서 만든 와인보다 품질은 뛰어났으나, 칠레의 와이너리들은 납기일을 잘 맞추는 반면 아르헨티나에서 만든 와인들은 필요한 때에 잘 도착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보다는 칠레의 포도밭에 많은 투자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로칠드 가문은 1990년대부터 칠레에서 ‘알마비바’와 ‘로스바스코스’라는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정확한 기록이 뒷받침하지는 않지만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느긋한 정서와 아르헨티나산 와인의 뛰어난 품질을 잘 반영해주는 여담이다.

    사진설명
    아르헨티나 와인은 칠레나 유럽 와인들에 비해 유명하지 않지만 한번 맛을 들인 소비자들은 꾸준히 찾을 정도로 품질이 좋다. 사실 아르헨티나의 대표 와인 산지인 멘도자는 다른 와인 생산지역과 달리 배후 시장에서 멀리 떨어져서 발전해 왔다. 미국의 내파 밸리 와인은 샌프란시스코, 프랑스의 샴페인은 파리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산지들은 와인을 소비해줄 시장과 가까이 위치해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와인을 이끌어온 멘도자는 서쪽에 위치하여 해안을 끼고 있는 대도시들과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기차가 생기기 전까지 수백 년간 발전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니콜라스 카테나 자파타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말벡을 블렌딩한 와인으로 와이너리의 3대손인 니콜라스 카테나에 의해 탄생하였다. 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초빙교수로 일하며 내파 밸리 와인의 성공을 직접 목격한 니콜라스 카테나는 그 성공의 비결을 그대로 아르헨티나에 재현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카테나의 가장 큰 업적은 아르헨티나의 대표 품종인 말벡(Malbec)을 최고급 포도로 발전시킨 데에 있다. 사실 말벡은 멘도자의 고산 기후에 어울리지 않는 품종이다.

    늦게 열매를 맺기 때문에 멘도자의 추운 기후에서는 자칫 열매를 맺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열매를 맺은 말벡으로 와인을 만들면 독특하고 매력적인 맛이 난다고 한다. 니콜라스 카테나는 말벡의 원산지인 프랑스 카호르로부터 최고의 묘목을 가지고 오는 등 수년간의 노력을 들여 자연적인 조건을 극복한 최고의 와인을 만들었다. 매우 진하지만 부드러운 느낌의 니콜라스 카테나 자파타는 처음에는 90% 카베르네 소비뇽에 말벡을 10%만 블렌딩했으나 최근에는 말벡의 비중을 30% 이상 올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맛의 특별한 고급 와인을 만들고 있다.

    [이민우 와인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8호 (2022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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