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우의 명품 와인 이야기] 베네치아 상인의 와인 달 포르노 아마로네
입력 : 2022.02.09 16:21:58
-
이탈리아 와인을 생각할 때 첫 번째로 연상되는 지역은 아무래도 토스카나일 것이다. 아름다운 토스카나 지역의 포도밭들은 영화에도 자주 등장해서 와인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익숙하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와인 가게에서도 토스카나 와인이 이탈리아 와인 중에 가장 인기가 많다. 특히 몬탈치노 마을에서 생산되는 ‘브루넬로’는 세계적인 경매에서 거래되는 고급 와인으로, 최고급 보르도 와인에 뒤지지 않는다. 고급 이탈리아 와인을 많이 접해본 사람이라면 ‘바롤로’나 ‘바르바레스코’라는 이름에도 익숙할 것이다. 이 와인들은 프랑스에서 가까운 토리노 인근에서 생산되며 오랜 숙성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나 바롤로는 모두 비교적 최근에 유명해진 와인들이다. 토스카나 지역의 와인 역사는 오래되었으나 고급 와인이 유명해진 것은 1970년대 들어서의 일이다. 심지어 바롤로가 생산되는 피에몬테의 와인은 동로마제국이 멸망한 15세기 전에는 기록에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로마의 귀족들이 즐겼을, 역사도 오래되고 품질도 뛰어난 원조 이탈리아 고급 와인은 무엇이었을까?
하지만 베네치아의 상인들은 지역의 와인을 만들고 수출하기보다는 해외의 고급 와인을 수입하는 데에 더 열정을 가졌다고 한다. 해외의 뛰어난 포도를 가져와 고향에 심기도 했지만 베네치아에서 만든 세계 최고의 유리잔에 마셨던 와인은 자국산 와인이 아닌 그리스와 사이프러스에서 생산된 수입 와인들이었다. 베네토 지역의 와인 생산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오히려 베네치아의 영향력이 쇠퇴하기 시작한 16세기부터라고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베로나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포도 알맹이는 수확된 이후에도 계속 살아있다고 한다. 이 포도를 말리면 익어가는 과정에 개입하는 인자의 작용이 멈추고 건조의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새로운 인자가 작용하며 와인의 맛에 큰 변화를 만든다. 아마로네는 이탈리아 말로 ‘매우 쓰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데, 아마로네 와인은 초콜릿이 연상될 정도로 진한 과일 풍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와인 메이커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으나 당시 와인 비즈니스의 미래에 대해 어둡게 생각했던 부모의 영향으로 로마노는 와인 양조 교육에 관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어떠한 정규 교육보다 뛰어난 최고의 스승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아마로네의 전설과 같은 주세페 퀸타렐리이다. 주세페 퀸타렐리는 모두가 품질보다 생산량을 늘리는 데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와인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던 이탈리아 와인의 선구자 중 하나이다. 달 포르노가 스승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주세페 퀸타렐리 와인과 같은 디자인의 레이블을 이용하는 것도 애호가들이 즐거워하는 이야깃거리 중 하나이다.
[이민우 와인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7호 (2022년 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