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모의 미술동네 톺아보기]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지는… 2022년 미국에서 열리는 인·생·전·시

    입력 : 2022.01.27 15:17:35

  • 팬데믹이라고 모든 하늘길이 끊기더니 이제는 오미크론이 공포를 더하고 있다. 모두가 백신패스를 소지해야 하고 백신을 맞지 않으면 대형마트에서 장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전대미문의 폐쇄된 세상에서도 이른바 ‘인생 전시’는 계속된다. 해외 주요 미술관과 박물관의 멋지고 색다른 전시를 떠올리며 마음을 달래보자. 어찌 알겠는가. 봄이 오면 미국으로 미술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일단 꿈꿔보자. 희망이 절박하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믿음 아래.

    우선 올해는 제임스 조이스(1882~1941)가 그의 대표작 <율리시스>를 출간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어렵고 난해하다고 하지만 영문학이 길어 올린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문학 모더니즘 역사의 이정표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따라서 책 출간 100주년을 맞아 많은 전시가 기획되고 있다. 그중 소설가와 독자들이 어떻게 가상의 세계를 매핑(Mapping)했는지를 탐구하는 <매핑 픽션>(1월 15일~5월 2일)전이 헌팅턴 도서관에서 열린다. 이는 작가와 지도제작자가 매력적인 가상세계를 어떻게 구축했는지를 보여준다. 또 오스틴 텍사스 대학의 해리 랜섬 센터(1월 29일~7월 17일)에서는 <여성과 조이스의 율리시스 만들기>라는 전시를 통해 난해하고 음란하다고 평가받았던 이 책이 영국, 유럽, 미국에서 발간되는 데 도움을 준 네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시로 다룬다. <율리시스>를 이해할 기회이다.
    사진설명
    ▶3년 만에 열리는 뉴욕의 휘트니 비엔날레 앙리 마티스(1869~1954)의 <붉은 방>(The Red Studio, 5월 1일~9월 10일)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다. 파리 교외 이시레물리노에 있던 작가의 작업실을 완벽하게 재현해 대작 6점의 붉은 방 시리즈와 3점의 조각 그리고 도자기는 물론 미공개작과 매우 이색적인 작품들을 모아 마티스의 새로운 실체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 전시는 코펜하겐의 덴마크 국립미술관(SMK, 10월 13일~2023년 2월 26일)으로 이어진다. 이어서 개방적인 예술에 대한 개념과 강렬한 독창성, 위트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스위스 출신의 작가 머렛 오펜하임(1913~1985)의 <나의 전시>(10월 30일~2023년 3월 4일)가 이어진다. 1930년대 초현실주의자들과 함께 작업한 대담한 오브제부터 알프스에서만 구할 수 있는 천연 재료를 사용한 채색 콜라주, 청동과 준보석으로 만든 조각품 등 200여 점이 선보인다. 이 전시는 베른미술관(2021년 10월 22일~2월 13일)에 이어 모마(MoMA)를 거쳐 휴스턴 메닐 컬렉션(2022년 3월 25일~9월 18일)으로 이어진다. 2018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려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토마스 사라세노(Tomas Saraceno, 1973~)의 전시가 뉴욕 허드슨 야드의 새로운 전시공간인 셰드(Shed, 2월 11일~4월 17일)에서 열린다. 그는 셰드에서 요청한 <Free the Air: How to hear the universe in a spider/web>이라는 제목의 지름이 29m에 달하는 거미줄 작품을 설치할 예정이다. 사라세노는 공기, 거미, 거미줄, 공동체와 같이 무시된 인간, 비인간 생명체의 다양한 관점에서 정보를 얻은 기후, 환경에 대해 발언할 예정이다. 올해 뉴욕에서 열리는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휘트니 비엔날레’는 2019년 이후 3년 만에 열린다. 팬데믹 때문이다. 올해로 80회를 맞는 비엔날레는 1932년 처음 시작되어 1937년부터 매년 열리다 1973년부터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로 자리 잡았다. 현대미술, 특히 미국미술의 새로운 현상을 예고하는 실험적인 비엔날레로 4월 1일부터 8월 1일까지 미트패킹가의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린다. 큐레이터로는 휘트니미술관의 큐레이터인 데이비드 브레슬린과 아드리엔 에드워즈가 맡는다.

    28세로 요절한 천재 바스키아(1960~1988)의 회화, 드로잉, 멀티미디어 등 200여 점이 선보이는 <장 미셸 바스키아: 왕의 기쁨>전은 첼시의 화물터미널로 쓰이던 스타렛 르하이 빌딩에서 열린다. 촉망받는 건축가 데이비드 아다예(1966~)의 공간디자인으로 명성을 얻은 곳이다. 바스키아를 만든 앤디 워홀(1928~1987)의 전시도 볼 만하다. 지난해 11월 19일부터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앤디 워홀>전(~6월 19일)은 보수적인 어머니 줄리아의 가톨릭 교육이 그의 삶과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그간 만든 여러 점의 실험 영화와 작품을 포함해 100개 이상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앙리 마티스. 붉은 방 (1911년 가을) 유화 181x219.1㎝ MoMa 소장 이시레물리노아틀리에
    앙리 마티스. 붉은 방 (1911년 가을) 유화 181x219.1㎝ MoMa 소장 이시레물리노아틀리에


    현존하는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표면적으로는 인종문제 또는 성적인 이미지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조각가 찰스 레이(1953~)의 < Figure Ground >(1월 31일~6월 5일)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MET)에서 열린다. 그는 우리의 편견과 인식 그리고 생각의 이면을 조롱하는 듯한 작품으로 세상을 풍자하면서 초현실적인 현실을 묘사한다. 비슷한 시기(2월 16일~6월 20일)에 파리의 퐁피두와 작년 5월 개관한 ‘증권거래소-피노컬렉션’에서도 열린다. 조각가로만 알려진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의 <회화>(4월 12일~8월 7일)전도 MET에서 열린다. 1938년 뉴욕에 도착한 후 1940년대 후반에 조각으로 전향한 프랑스계 미국인 작가 최초의 회화 전시다. 그녀의 평생을 지탱해온 미학의 핵심이 미국에 도착한 이후 초기 10년의 회화작품에서 비롯된 것이란 점에서 기대되는 전시다. 새로운 미술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LA의 전시도 기대된다. 현대미술관(MoCA)의 분관 게펜 컨템퍼러리에서는 스위스 작가 피필로티 리스트(1962년~ )가 신비롭고 초현실적이며 때로는 인터랙티브한 비디오 아트를 선보인다. <큰 마음, 나의 이웃이 되어라>( ~6월 5일)란 제목의 전시는 비디오와 신체의 관계를 탐구하며 외부와 내부의 심리적 풍경과 이성의 본능을 탐구한다. 특히 넓고 개방적인 공간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게 만든다. 야심적인 증개축 프로그램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LA카운티미술관(LACMA)의 올해 전시는 유독 볼거리가 많다. 육체와 영혼을 탐색하는 화가 앨리스 닐(19 00~1984)의 회고전 <사람이 먼저다>(3월 12일~7월 10일)는 미국 서부에서 열리는 그의 작업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첫 전시다. 그의 회화, 소묘, 수채화, 영화를 망라하는 야심찬 이번 회고전은 닐을 세기의 가장 급진적인 화가 중 한 명으로, 사람들의 다양성, 회복력 및 열정을 증언한다. 그녀는 이웃인 정치 지도자, 동성애자, 어머니 초상화와 임신한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누드를 통해 우리 시대의 사회·문화·정치에 여전히 공명하고 있는 타협하지 않는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같은 시기에 LACMA에서 진행되는 바바라 크루거(1945~ )의 <Thinking of You. I Mean Me. I Mean You>(3월 20일~7월 17일)전은 그녀의 회고전이다. 적극적인 소비자이자 대중문화에 대한 관찰자로서 다중 채널 비디오 설치 및 오디오 사운드 스케이프로 작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으며 패션계의 앙팡테리블로 등장했던 리 알렉산더 맥퀸(1969~2010)의 <마음, 신화, 뮤즈>(4월 24일~10월 9일)전도 기대되는 전시회다. 패션과 예술의 상상력, 예술적 과정, 혁신을 탐구하는 전시회로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맥퀸의 작품과 레지나 드러커의 소장품이 전시의 주를 이룬다.
    세잔. 노란 의자에 앉아있는 어머니 초상 (1888~1990) 유화 80.9x64.9㎝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소장
    세잔. 노란 의자에 앉아있는 어머니 초상 (1888~1990) 유화 80.9x64.9㎝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소장


    ▶놓칠 수 없는 폴 세잔 혹시 올해 시카고에 갈 일이 있다면 5월에서 9월로 일정을 잡자.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폴 세잔(1839~1906)의 대규모 회고전(5월 15일~9월 5일)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북미와 남미, 유럽과 아시아에 산재된 세잔의 90여 점의 유화, 40여 점의 수채화 및 드로잉, 2점의 완전한 스케치북을 통해 세잔의 진면목을 보여줄 예정이다. 만약 이 기회를 놓쳐도 실망은 이르다. 런던 테이트모던(10월 16일~2023년 3월 12일)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 때문에 2020년 예정된 전시가 연기되었던 필립 거스톤(1913~1980)의 <Now>(5월 1일~9월 11일 보스턴미술관, 10월 23일~2023년 1월 15일 휴스턴미술관, 2023년 2월 26일~8월 27일 워싱턴국립미술관, 2023년 10월 3일~2024년 2월4일 테이트 모던)전도 관심을 모으는 전시회다. 팬데믹이 하루빨리 종식되어 모두 안복을 누릴 행복한 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정준모 미술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7호 (2022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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