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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법률이야기] 이혼할 때 위자료 산정 어떻게
입력 : 2021.12.03 11: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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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은 불법행위로 인한 일반적인 손해배상책임 규정인 제750조 외에, 민법 제806조 제1항에서 약혼 해제 시의 손해배상청구권을 규정하고, 동조 제2항에서 정신상 고통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규정하면서, 이를 재판상 이혼에 준용(민법 제843조)함으로써 별도의 위자료 청구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그리하여 상대방의 유책행위로 인하여 이혼을 하게 된 경우, 위 민법 규정에 근거하여 유책배우자에 대한 위자료를 함께 청구하게 된다. 그런데 흔히 배우자가 유책행위를 하였을 때 위자료 액수가 얼마나 나오는지를 가장 궁금해 하곤 한다. 물론 부부마다 사정이 다르고 유책행위의 유형이나 정도도 다양하여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우나, 위자료 산정 시 법원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과, 실무상 대략적인 위자료 액수의 범위를 알아보고자 한다.
판례는 “유책배우자에 대한 위자료 액수의 산정은 유책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과 책임, 배우자의 연령과 재산상태 등 변론에 나타나는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직권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므2251, 2268 판결, 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3므 1166, 1173 판결 등). 즉 판례에 의하면 유책행위의 경위와 정도, 파탄의 원인과 책임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법원이 직권으로 결정하는 것이므로 그 액수도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이다.
이처럼 법원에서 정확한 기준을 정해둔 것은 아니고, 판례가 고려하는 기준을 토대로 각 재판부가 재량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위자료가 얼마인지 사전에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다. 다만 실무상 그 위자료 액수는 대략적으로는 1000만원에서 5000만원 사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보통 상대방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이혼을 하는 경우 2000만원에서 3000만원 사이로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미국 등 해외에서 수억원을 넘는 위자료가 선고되었다고 보도되는 사례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금액이어서 이혼소송을 제기하려는 쪽에서 적잖이 실망을 하곤 한다. 그러나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로 위자료 상한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의견들도 상당히 많아지고, 가정폭력의 심각성도 대두되면서 그 이후로는 재산이 많아서 위자료 청구 시 재산분할의 요소가 참작되거나, 가정폭력 등 그 유책의 정도가 범죄일 정도로 심각한 경우에는 1억원 혹은 그 이상으로 정해지는 사례도 종종 발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그 액수가 대폭 상향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법원에서도 위자료 액수를 정형화해보고자 2007년도에 서울가정법원 이혼 위자료 산정표(안)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이에 의하면 위자료 산정 인자로, 청구인 나이, 혼인기간, 자녀 수, 이혼 원인 등을 두었고, 각 산정인자마다 기준 점수를 부여한 뒤(나이가 많을수록, 혼인기간이 길수록, 자녀 수가 많을수록, 이혼 원인이 많을수록 그 점수가 높아졌다) 총점을 매겨서 위자료 기준액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사이로 위자료 기준을 마련해 두었다. 그러나 법원은 위 기준표에 구속되지 않으며, 이러한 산정표는 사안마다 일반화하기 어려운 것을 단순 수치로 점수화하다 보니 실무와는 동떨어져 있다. 다만 법원에서 만든 일응의 기준이므로 어느 정도는 참작할 만하다.
한편 부부가 위자료를 청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위자료 청구는 불가능할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대법원 판례는 “부부 사이에 위자료를 청구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더라도 비록 위자료 등을 청구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 자체가 원고의 궁박, 경솔, 무경험으로 인한 것이라거나 강박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는 폭행과 폭언이 동기가 되어 이루어진 합의라고 볼 것이고, 피고가 다시는 폭행하지 않기로 약속하여 재결합함으로써 합의가 무효화되었다”고 판단한 다음, “재결합 이후에도 피고가 약속을 어기고 폭행을 가하여 상해를 가함으로써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면, 그러한 파탄의 주된 책임이 있는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 액수를 정함에 있어서 위자료를 청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사정은 그 위자료 액수를 감액할 사정으로 참작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6. 3. 22. 선고 95므1314 판결).
위와 같은 전제하에 위 대법원 판례는 원심이 쌍방이 위자료를 청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것을 위자료 액수를 감액함에 있어 참작할 사정으로 고려한 것은 그 재량권을 잘못 행사한 것이라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였다. 이는 폭행이라는 상대방의 심각한 유책 사유가 결합된 사안에서, 폭행과 폭언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재결합한 이후에 다시 피고가 폭행을 하여 법원에서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경우이다.
결국 법원은 혼인파탄의 원인, 혼인기간, 유책행위의 전후 경위, 재산상태, 상대방의 유책행위로 얼마나 정신적 고통을 겪었는지, 자녀 및 부양관계 등을 모두 종합하여 참작한다. 유책배우자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를 할 때 최대한 위의 참작 사유를 자세히 주장하는 것이 좋다.
[박계현 김앤장 변호사]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5호 (202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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