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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모의 미술동네 톺아보기] 선물시장 같은 미술시장서 스테디셀러 고르는 법
입력 : 2021.12.02 10: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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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이 불장(?)이라고 다들 요란 법석이다. 다들 미술품을 지금 구입하지 못하면 기회가 없을 것처럼 난리지만 과연 그럴까? 사실 미술시장이 활황인 것은 맞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다. 현재 한국의 가장 큰 투자처이자 우리가 가장 잘하는 투자가 부동산이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은 각종 규제로 정체기를 맞고 있고, 시중의 넘쳐나는 부동자금은 갈 곳을 몰라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며 대기 중이니 조금이라도 이익이 나는 곳이라면 달려들 것은 뻔한 일이다. 이는 경제전문가가 아니라도 예측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꿈과 희망이 없다는, 그래서 건국 이래 부모세대보다 못 사는 첫 세대라는 MZ세대들은 그 희망의 대체재로 고급 핸드백이나 유명 운동화까지 사고파는 상황이다. 그리고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세대들은 미술시장이 좋다는 말만 듣고 소위 소수점 투자라고 하는 지분 나눔 투자 방식으로 미술품을 구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많은 미술시장 관련 인사들이 활황이라고 해도 실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시장이 제대로 열리지조차 못했던 2019년이나 2020년보다 올랐고 거래량이 늘었다는 것이지,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시장이 급락하기 직전인 2007년 가을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쿠사마 야요이 회고전 전경·2021년 그로피우스 바우 베를린 사진 Luca Girardini
하지만 미술시장에 이렇게 투기자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 10년 이상 소장하면서 그간 작품을 즐기고 이익을 내는 장기적인 투자자들도 있다. 이들은 투자보다는 애호 또는 감성적인 미술 애호가들인 경우가 많다. 이들이 이익을 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술가들의 명성과 작품의 질이 하루아침에 좋아지고, 반짝하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는 평판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시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거래 시 수수료가 높아 짧은 기간에 여러 차례 거래를 하다보면 소액 작품의 경우 수수료의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1970년대 중반 미술 분야에 광범한 투자를 했던 영국철도연금기금은 인상파 회화의 경우 20% 이상의 연평균 수익률을 냈는데, 이 경우 최소한 보유기간이 10년 이상이었고 투자 대상 작품도 스테디셀러인 ‘인상파’를 비롯한 ‘고전회화’가 50% 이상이었다. 따라서 투자목적으로 미술시장에 뛰어들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10년 이상의 장기투자와 베스트셀러보다 스테디셀러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투자가 가능한 자금을 가지고 미술시장에 들어오는 것이 좋다. 그리고 스테디셀러를 찾는 매의 눈을 길러야 한다. 하지만 좋은 그림을 알아보는 눈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닌 것은 자명한 일. 그렇다면 어디서 그런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또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도쿠멘타, 휘트니 비엔날레 등 100개 정도의 주요 국제 미술행사의 참여도, 300여 개 표본미술관의 해당 연도 작품 소장 여부와 건수, 터너상이나 기타 주요 미술상 수상 횟수, <아트인 아메리카> <플래시 아트> <쿤스트포름> <파케트> 같은 주요 미술전문지에 리뷰나 작가론이 게재되는 것도 점수로 환산한다. 이들 잡지에 많이 오르내릴수록 당연히 점수도 높아진다. 이 외에 공공미술의 참여도와 그 설치 위치도 반영한다. 처음에는 100인의 작가를 선정했지만 1987년부터 작고작가들의 순위를 정하는 ‘올림프(Olymp)’ 와 함께 이전에 100인 명단에 없었지만 해당 연도의 12개월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100인을 별도로 발표하는 ‘내일의 별’ 부분으로 나뉜다.TV들 사이에 누워있는 백남준 취리히 1991 사진 Timm Rautert
이번 순위표를 보면 여성 작가들의 약진과, 특히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는 운동 후 흑인 작가들의 상승도 특징적이다. 또 사운드 아트와 미디어 아트도 성장세다. 100인의 작가 중 독일 작가 28명, 미국 27명, 영국 12명이 차지하고 있다. 중요한 ‘작고작가 20인’ 명단에는 미국이 11명의 작가가 랭크되어 독일(4인)보다 많다. 우리나라의 백남준은 16위를 차지했다. 또 내일의 스타에는 미국 23인, 독일 19인, 영국 12인 순으로 나타났다.
아마 이 리스트를 보면 적어도 어떻게 스테디셀러 작가들을 찾아 투자(?)를 해야 할지 대략적인 방법이 보인다. 그렇다. 어디고 떴다방은 있기 마련이지만 그들의 감언이설을 피할 방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내년에는 지라시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을 믿는 투자로 대박 나시길.
[정준모]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5호 (2021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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