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영 칼럼] 플랫폼 저주, 正道경영으로 넘어라

    입력 : 2021.09.28 1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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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점 폐해 지양하고 혁신 주역으로 재탄생해야 호혜적 플랫폼 생태계 구축해야 신뢰 회복 가능 승승장구하던 거대 플랫폼 기업(빅테크)이 큰 위기에 몰렸다. 그동안 정부의 신기술 육성책에 플랫폼 스타트업은 디지털 혁신으로 화답해왔다.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창출하고 이용자 효익을 증대시켰다.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에 힘입어 폭풍성장을 질주했다. 그리고 유니콘으로 커졌다. 하지만 빅테크가 되면서 ‘거대함의 저주’를 자초했다.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빅테크는 골목상권까지 구석구석 침투했다.

    빅테크가 시장을 지배하자 ‘갑의 횡포’가 잇따랐다. 천민자본주의에 함몰된 빅테크는 여론의 돌팔매질을 맞는다. 정부의 플랫폼 봐주기는 끝났다. 규제 강화의 매서운 칼춤이 이어진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등 10여 건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금융에선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 적용된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 조사와 처벌이 잇따른다. 구글은 파편화금지계약으로 2074억원의 과징금을 두들겨 맞았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연동기기에 ‘포크 OS’ 탑재를 막아 제조사의 혁신 활동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플랫폼이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못하게 막는 ‘인앱결제 금지법’도 시행됐다. 구글이 앱 개발자 수수료를 10월부터 매출 30%까지 인상하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빅테크 규제는 세계적 트렌드다.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도 ‘빅테크 해체론’이 힘을 받는다.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빅테크의 경제력 집중 폐해가 도를 넘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무소불위의 힘을 키운 빅테크에 의해 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지고 사회적 손실이 편익을 능가했기 때문이다. 미 하원에 제출된 ‘플랫폼 독점 종식 법률안’은 플랫폼이 자사 상품을 우대하면서 경쟁사 상품을 불리하게 대우해 이득을 챙기는 차별적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이다.

    독점 플랫폼 기업은 검색엔진, 메신저 등 핵심 역량을 지렛대 삼아 수많은 영역으로 진출한다. 카카오는 ‘지네발’ 확장으로 택시부터 금융까지 계열사만 158곳에 달한다. 플랫폼은 스타트업을 먹잇감으로 인수해 경쟁의 싹을 미리 자른다. 잠재적 경쟁기업을 인수하는 ‘킬러합병’이 성행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자식들을 통째로 잡아먹은 거인과 같은 ‘크로노스 효과’가 나타난다. 플랫폼은 다른 분야의 기업을 사들이는 ‘혼합결합’으로 규제를 피하면서 사업을 다각화한다. 다른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상대 고사작전을 펼친다. 프리미엄(Freemium), 약탈적 가격 책정, 묶음 판매(Bundling) 전략이 동원된다. 거대 플랫폼은 경쟁열위 플랫폼 고객과 공급업체를 흡수한다.

    플랫폼의 데이터 독점 문제도 심각하다. 데이터는 고객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는 비밀병기다. 빅데이터는 승자독식을 위한 진입장벽이 된다. 플랫폼 기업은 고객 데이터를 추출해 분석하고 통제하며 활용한다. 개인화된 맞춤 추천 서비스는 중독현상을 낳는다. 잠금효과(Lock-in Effect)에 의해 고객을 가두리 양식장의 물고기로 만든다. 개방적이던 플랫폼 생태계는 점점 폐쇄적이 된다. 거대 플랫폼은 영역파괴(Big blur)를 주도한다. 서로 다른 플랫폼이 같은 시장, 동일한 데이터 영역으로 확대 진출해 슈퍼 플랫폼으로 진화한다.

    카카오는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플랫폼 기업은 불공정 거래, 골목상권 침탈, 무한 영역확장의 주체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혁신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무료 서비스로 시장을 평정한 뒤 가격을 올려 얻는 독점이윤은 사회에 독(毒)이 된다. 플랫폼은 생태계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선한 기업이 돼야 한다. ‘탐욕의 상징’에서 상생의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변해야 한다. 빅테크가 정도경영에 앞장서는 착한 기업으로 변신해야만 잃었던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정부는 규제의 칼날을 신흥 스타트업까지 겨눔으로써 혁신의 싹을 자르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다.

    [홍기영 월간국장·경제학 박사, 매경LUXMEN 편집인]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3호 (202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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